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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급전직하 위기 ─ 저항을 건설하자

새누리당 대표 이정현이 야당 규탄 단식을 7일 만에 중단했다. 국정감사 거부도 중단하기로 했다.

애초 이정현의 단식은 박근혜와 직결된 권력형 부패 의혹이 연이어 터진 상황에서 부패 스캔들에 쏠리는 시선을 분산시키고 국감 거부 방침이 당내에 관철되고 유지되도록 하는 수단이었다. “프레임 전환”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박근혜에 대한 국민적 의혹 → 여야 간 대권 진흙탕 싸움)

그러므로 비장함보다는 비웃음을 더 많이 산 이정현의 단식은, 집권당 대표가 ‘밀실 단식’ 퍼포먼스를 벌여야 할 정도로 이 정부가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에 처했음을 보여 줬다.

박근혜는 양보하고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 자체가 레임덕 위기를 키울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러나 지금은 레임덕 위기를 막으려 무리수를 둘수록 정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커져 가는 상황이다.

다중적 위기 박근혜는 경제 위기, 권력형 부패 추문,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혼란에 빠져 있다. 박근혜 정부가 무능하고 임기 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노동자 투쟁이 버티고 있고, 구조조정 시도 등이 지배계급의 단결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이미진

다중적 위기로 정치적 혼란에 빠진 박근혜 정부

총선 참패 이후 박근혜 정부에게는 난관의 연속이었다.

총선 직후에는 경제 위기와 구조조정을 부각하며 지지율 회복을 노렸지만, 오히려 구조조정의 속도와 방법, 책임 소재 등을 둘러싸고 지배계급 내 이해 다툼만 거세졌다. 정권과 기업주들의 무능과 무책임만 드러낸 한진해운 파동이 한 사례다.

롯데와 대우조선을 털다가 의도치 않게 현 정권의 대우조선 부실 책임론이 터져 나왔다.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려던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도리어 국회 청문회 대상이 되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우파들을 단합시키는 의제인 안보 문제도 부각했지만, 사드 배치 문제는 텃밭이라던 경북 성주에서 대대적인 저항에 직면했다. 지금은 김천시로 저항이 번졌다.

게다가 핵발전소와 핵폐기장이 있는 경북 경주와 울산 일대에서 큰 지진이 나면서 정부의 대처 능력 부실이 또 드러났다. 영남이 오히려 지지율 추락의 진앙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병우를 시작으로 최순실, 안종범 등 최측근 비리가 줄줄이 폭로됐다. 미르·K스포츠 재단 정치자금 모금 의혹에는 박근혜 자신이 연루된 걸로 보인다. 여기에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인 김재수 임명 강행도 악재가 됐다.

한마디로 뭘 해도 잘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위기감 때문에 노동자 파업을 두고 불법 운운하며 협박하고, 백남기 농민 사망, 세월호에 대해 야비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궁지에 몰릴수록 대중을 상대로 가시돋힌 독설이나 퍼붓고 비루한 측근에만 더 의존하는 행태는 반감만 키울 뿐이다.

이런 정치 상황은 노동자 투쟁에도 유리한 조건이 된다. 9월 23일에 금융노조 하루 파업은 공공부문 노동자 5만여 명의 파업으로 바통을 넘겼다. 9월 29일, 10월 1일 집회는 수만 명이 결집했다. 오랜만에 하루 전면파업을 한 현대차지부도 사측에 수조 원의 타격을 주며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파업 투쟁이 익숙치 않은 노조부터 전통적인 민주노총의 오른팔 노조까지 모두 파업으로 정부와 맞서는 건 시사적이다. 조직된 노동자들이 박근혜에 맞선 저항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더 단호하게 투쟁하면 전진할 수 있다.


미르·K스포츠 재단 건립 비리, 노동자 임금 투쟁 비난 자격 없다

오랫동안 비선 실세 의혹을 받아 온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이 국정에 깊이 개입한 정황이 폭로되며 박근혜의 턱밑까지 치부가 드러나고 있다.

소싯적(1979년) 최순실(좌)과 박근혜. ⓒ사진 출처 〈뉴스타파〉

최순실은 박정희 정권에서 박근혜가 퍼스트레이디 구실을 대신할 때, 측근으로 알려진 최태민의 딸이다. 최순실과 박근혜는 그때부터 40년간 측근 관계를 유지해 왔다.

얼마 전까지 그녀의 남편이던 정윤회가 실세 의혹을 받아 온 점과 그 딸이 이화여대 입학 과정에서부터 제공받은 엄청난 특혜를 보면, 최순실이 박근혜와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 짐작이 간다. 오죽하면 실제 권력 서열은 최순실이 1위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그러니 최순실 측근이 이사장인 ‘듣보잡’ 재단이 재벌들에게서 순식간에 8백억 원이나 되는 돈을 받아낸 일이 단순히 최순실 개인의 비리겠는가? 창조경제 기여를 목적으로 한 이 재단들의 수백억 모금 과정에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안종범이 가담하고, 모금액 규모가 재계 서열대로이며, 재단들의 위치도 공교롭게 모두 박근혜의 삼성동 사저와 1킬로미터 근방이라는 점은 이 ‘불법 정치자금 게이트’의 몸통을 짐작케 한다.

그래서 박근혜가 아군인 〈조선일보〉와 유혈 낭자한 전투를 치러가며 청와대 민정수석 우병우를 보호하고, 자신이 임명한 특별감찰관 이석수를 내친 것은 모두 의혹 추적이 이 재단의 모금 문제로 모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경련 기관지나 다를 바 없는 〈한국경제〉 김정호 수석논설위원이 11개월 전에 쓴 칼럼은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몇몇 기업에 물었다. 미르에 왜 돈을 냈냐고. 답은 ‘내라니까 냈다’였다. 누가 내라고 했느냐고 다시 물었다. ‘다 아시면서’라는 꼬리 없는 답이 돌아왔[다.]”(〈한국경제〉 2015.11.19. “이런데도 법인세를 올리자고?”)

이런 강제 모금에는 기업주들을 검찰, 국세청 등이 지속적으로 압박해 온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노동법 개악 등 강성 친기업 행보를 하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협조 성격도 있었을 것이다. 법인세 인상을 하지 말라는 〈한국경제〉 칼럼의 제목이야말로 돈을 낸 기업주들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박근혜와 재벌들의 유착물인 권력형 부패 스캔들에서 나는 악취는 그들이 노동계급 공동의 적임을 보여 줄 뿐이다.


청와대와 전경련의 증거인멸 시도

박근혜는 이번 국감이 싫었을 것이다. 야당들에게 정부의 실정들을 말로라도 공개적으로 따져 물을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사드 현안이 있는 국방위원회의 국감 진행 문제를 놓고 친박 강경파들이 특히 민감했던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9월 30일에는 우병우 감찰 과정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의 강제 모금 의혹을 조사(정식 감찰을 위한 사전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특별감찰관실에 대한 국정감사가 파행으로 끝났다. 박근혜는 9월 23일에 이석수의 사표를 수리하고 27일에 (감찰관이 공석이라는 이유로) 나머지 인원들까지 모두 해임했다. 이로써 이들이 기관증인으로 국감에 나올 수 없게 됐다. 차라리 9월 23일 이전에 이들의 사표를 수리하고 해임했다면, 일반 증인으로라도 부르는 게 가능했다. 사실상 특별감찰관실 해체로 국감 증인 출석을 계획적으로 가로막은 것이다.

같은 때 전경련도 미르·K스포츠 재단은 청와대 측이 아니라 자신들이 주도해 만든 것이고 돈도 자기들이 알아서 걷은 것이라며 ‘해체’ 방침을 밝혔다. 그리고 두 재단과 돈을 낸 대기업들이 일제히 관련 서류를 파기하기 시작했다.

결국 새누리당의 국감 거부야말로 부패한 기득권 ‘귀족’들을 위한 파업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