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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은 병이 아니라 국가 폭력 때문에 죽었다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참가했던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살인적인 물대포를 맞고 사경을 헤매다 3백17일 만에 사망했다. 당시 촬영한 영상을 보면 백남기 농민의 죽음이 경찰 물대포에 의한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하지만 정부는 책임자를 처벌하기는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불법 시위를 한 민중총궐기투쟁본부에게 사과를 받으라는 막말까지 내뱉었다.

백남기 농민 유가족은 당시 경찰청장 강신명을 살인미수로 고발했지만, 오히려 법원은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살인 정권과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 경찰의 무자비한 물대포에 쓰러져 3백17일 만에 숨진 백남기 농민. 진상을 규명해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이윤선

사인이 명백한데도 경찰은 부검을 요구했다. 검찰은 유가족이 원치 않는데도 부검을 위한 영장을 청구했다. 결국 법원은 유가족과 협의 하에 부검하라는 조건부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장례식장 주변에 3천6백여 병력을 배치해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애도마저 차단하려 했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으로 박근혜 정부에 누적된 불만이 터져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껴서다.

백남기 농민 유가족은 ‘더는 살인 정권과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싶지 않다’며 울분을 토했다.

민주노총은 최근에 2013년 민주노총 사무실 침탈 이후 요구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재천명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빈민 단체들도 ‘정권 퇴진’을 지지했다. ‘박근혜 퇴진’ 요구는 박근혜에 대한 불타는 증오심을 표현한 것이고,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에 단호히 맞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한편, 백남기 투쟁본부는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검 실시를 요구하기로 했다. 경찰과 검찰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특검들처럼 변죽만 울리고 끝나지 않으려면 정권을 향한 항의가 강력히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책임자 처벌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9월 28일 파업대회에서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 ⓒ이미진

박근혜 퇴진 논쟁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백남기 대책위)는 백남기 농민 사망 직후 긴급 대표자회의를 열어 박근혜 정부를 ‘살인 정권’이라 규정하고 ‘백남기 농민 국가 폭력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및 살인 정권 규탄 투쟁본부’(이하 백남기 투쟁본부)로 전환했다. 그런데 논란 끝에 ‘박근혜 퇴진’을 명칭과 구호로 내걸지 않기로 했다.

백남기 대책위 대표자회의에서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살인 정권으로 규정한 이상 규탄이 아닌 퇴진으로 명칭이 변경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민주노총 한석호 사회연대위원장이 이를 반대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의 제안을 상집 성원이 대놓고 반대하는 모양도 볼썽사나웠는데, 더 나아가 대표자 다수와 농민·빈민 단체들이 퇴진을 지지하는데도 저 혼자 반대했다. 결국 백남기 농민이 속한 가톨릭농민회의 요청으로 ‘퇴진’이 아닌 ‘규탄’으로 확정했다.

한석호 사회연대위원장은 이전부터 “퇴진” 요구를 반대했다.(〈매일노동뉴스〉, ‘대통령 퇴진 그만 외치자’) 이것은 민주노총 내 오른쪽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퇴진 요구는 논쟁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논의를 통해 공식 결정한 사안을, 개인 자격이 아닌 민주노총의 직책(사회연대위원장)을 걸고 그 결정을 비판하는 글을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하는 것은 노동운동의 규율에 위배된다.

사실, 민주노총 한상균 집행부가 자신들의 정치적·정책 노선과 맞지 않는 인물을 사회연대위원장으로 임명한 것 자체가 무원칙한 인사이기도 하다.

한석호 사회연대위원장은 박근혜 퇴진을 앞세우면 생협 등 풀뿌리 단체, 시민단체들이 백남기 투쟁본부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외연을 넓히지 못해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계급투쟁의 실제 동학은 그의 민중주의적 계산법과 다르다. 노동자 운동이 정부에 맞서 강력하게 투쟁하면서 정치·경제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갖고 있음을 보여 준다면 중간층을 견인해 광범한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최종진 직무대행이 “퇴진” 요구를 주장한 것은 민주노총이 살인 정권에 맞서 단호히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자, 11월 민중총궐기 건설 방향을 제시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