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항소심 첫 공판이 열렸다. 한상균 위원장은 지난 1심에서 민중총궐기와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 등을 조직해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살인죄 최소 형량과 맞먹는 것으로 전례 없는 중형이었다. 어처구니없게도 검찰은 5년 양형이 부족하다면서 항소했다. 한상균 위원장 측도 당연히 항소했다.

첫 공판을 방청하기 위해 수십 명이 법원으로 모였다. 단병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노총 조합원과 활동가들, 전국농민회총연맹 위원장, 전국여성농민회총장,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도 대검 국정감사 시작 전 법정을 방문했다. 법정은 고작 50석밖에 되지 않아서 많은 방청인들이 몇 시간 동안 서서 재판을 방청해야 했다. 이번 항소심에는 김선수 변호사를 비롯해 변호사 1백2명이 공동변호인으로 나섰다. 오늘 법정에는 변호사 9명이 참석했다.

한상균 위원장이 법정에 들어서자 방청인들은 투쟁을 외치며 위원장을 맞이했다. 한상균 위원장도 불끈 쥔 주먹을 머리 높이 들고 함께 투쟁을 외쳤다.

이번 공판에서는 한상균 위원장과 검찰의 항소이유에 대한 공방이 핵심이었다. 무려 3시간에 걸쳐 재판은 진행됐다.

탄압에는 유능, 정부 부패에는 눈 감는 검찰

한상균 위원장은 “국가 폭력에 돌아가신 백남기 농민의 명복을 빌겠다”며 첫 진술을 시작했다. 한상균 위원장은 “정부에 반대하면 불순세력, 종북세력으로 보고 오직 탄압의 대상으로 규정해 범죄자로 만드는 유능한 검찰이 부패한 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이유는 그들이 왕후장상이고 ‘금수저’라 그들만의 법이 있어서입니까? 정경유착을 두고 자유로운 사적 거래라 하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어버이연합 관제 데모는 언제 밝힐 것입니까? 취사선택해 처벌하는 것이 법치입니까?” 라며 법치 운운하는 검찰의 실체를 꼬집었다.

또한 “기업들이 8백억 원을 상납한 것은 더 많은 착취를 위한 착수금”이라면서, 정부가 강행하는 노동개악이 “임금과 노동조건을 사장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재벌에 대한 선물”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노동개악 저지 투쟁을 하면서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을 불법으로 몰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첫 진술이 끝나자 방청인들을 박수를 보내며 한상균 위원장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신인수 변호사는 이번 재판이 “법치주의와 정의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며 변론을 시작했다. 신 변호사는 민중총궐기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혁 추진의 근거로 사용하는 낙수효과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OECD와 정부 통계를 보더라도, 지난 10여 년 동안 경제는 성장했지만 고용 성장률은 오히려 하락했고 노동소득분배율도 떨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정규직 근속이 OECD 중 가장 짧은 나라인데도 더 쉬운 해고를 입법화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여 “근로기준법이 쓰레기장으로 가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신 변호사는 “이럴 때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위원장을 탄핵해야 할 것”이라며 한상균 위원장은 “책무를 다한 것”이라고 방어했다.

검찰의 항소 이유 요지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경찰이 민주노총 집회를 번번이 금지 통고했고 차 벽이 질서유지선의 요건에 부합하지 않았으므로, 공무집행이 적법하지 않고 따라서 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살수차 내부 CCTV 영상과 백남기 농민에 대한 직사 살수 영상을 증거로 “실수”, “오작동”이라는 경찰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갑을오토텍과 컨텍터스에서 벌어진 용역 깡패들의 폭력에 침묵한 경찰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방청인들은 휴정 시간 동안 속이 다 시원하다면서 노동자들의 저항을 옹호하고 경찰과 검찰의 거짓말을 반박한 변호인단에게 박수를 보냈다. “우리가 한상균이다”고 외치는 방청인도 있었다.

추가 변론에 나선 김선수 변호사는 이번 재판이 “이 사회의 재화와 용역의 직접적 생산자인 노동자들을 이 사회가 어떻게 대우하는지를 보여 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이어 대기업 총수들에게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이라는 정찰제형”을 내리면서 “노동자들에게 쇠몽둥이를”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백남기 농민이 사망했는데도 책임자 중 어느 누구도 수사나 처벌받지 않았다며 “법 앞의 평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일갈했다. 검찰이 일반교통방해를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고 이를 법원이 인정해 온 것도 비판했다.

진짜 법정에 서야 할 자들

뻔뻔하게도 검찰은 “법치국가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범죄”이고 한상균 위원장이 반성을 하지 않는다며 1심 때 구형한 8년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연하게도 왜 민중총궐기가 열렸는지에 대한 배경은 아예 언급도 하지 않았다.

검찰은 “폭력행위 양상이 심각했다”면서 민중총궐기 시위대를 비난한 뉴스와 우파 언론들의 사설을 자료로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백남기 농민의 목숨을 앗아간 국가 폭력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저들이 말하는 “법치”가 우스운 순간이었다.

분노가 치밀게도, 검찰은 한상균 위원장이 쌍용차 점거 파업으로 3년 형을 선고받은 것을 근거로 들어 “누범”의 죄를 물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2009년 “해고는 살인”이라며 목숨을 걸고 벌인 정당한 투쟁이었는데 말이다. 정권 실세인 우병우와 최순실의 부패와 비리는 덮고 백남기 농민 사망에 대해 수사조차 않으면서, 한상균 위원장의 5년 형이 가볍다고 날뛰는 검찰의 모습은 역겹기 짝이 없다. “권력의 시녀”라는 세간의 조롱에 걸맞은 행태다.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는 노동개악은 임금 삭감과 쉬운 해고, 비정규직 확대를 낳을 것이다. 노동개악이 노동자들에게는 재앙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변호인단의 주장대로 노동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을 조직한 것은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의 책무이고 정당한 일이었다. 세월호 참사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유가족들과 함께 거리에 나선 것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지금 법정에 서야 할 자들은 백남기 농민에게 살인 물대포를 쏘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침몰시키려 한 자들이다. 부패와 비리의 핵심인 박근혜의 최측근들에게도 수사의 칼날이 들이밀어져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분열과 이로 말미암은 위기가 깊어질수록 지배자들은 탄압으로 노동자 투쟁과 저항을 억누르려 한다. 1심에서 한상균 위원장에게 중형을 선고한 것도 이런 목적이 컸다.

그럼에도 공공부문 노동자들에 이어 화물연대 노동자들까지 파업에 나섰다. 또한 올해에도 민주노총은 11월 12일 민중총궐기 건설을 선포했다. 이 투쟁들이 잘 건설되고 승리하는 것이 저들이 노리는 탄압의 효과를 꺾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항소심에서 한상균 위원장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 다음 공판은 11월 8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