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최순실과 정유라가 누구시길래 이렇게’:
썩어빠진 시궁창 박근혜 정부
〈노동자 연대〉 구독
미르 재단과 최순실
그러나 청와대의 격분에
그러나 이런 대응은 ‘도대체 최순실이 누군데’ 하는 의혹만 키웠다.
그렇게 해서 최순실을 고리로 미르와 K스포츠 두 재단, 정유라와 차은택, 재벌들과의 정경유착 실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박근혜 부패 계보
두 재단은 각각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창조 문화·스포츠 산업에 대한 기여를 표방했다. 즉, 박근혜의 임기 말과 퇴임 후의 치적 홍보용 성격이 큰 것이다.
이 재단에 재벌들이
지난해 10월 26일 설립신고를 한 미르재단의 설립 실무는 차은택 쪽이 맡았다. 그는 최순실이 박근혜에게 천거해 2014년 이후 출세가도를 달렸다. 2014년 8월 차은택이 몸담은 회사의 대표였던 김종덕이 문화체육부장관이 됐고, 12월에 외삼촌인 김상률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됐다. 차은택 본인도 올해 초까지 창조경제추진단장과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을 지냈다.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 자리에는 차은택과 함께 영상홍보회사를 운영했던 인물이 앉았다.
올 1월 설립된 K스포츠재단에는 최순실의 단골 마사지센터 사장이 초대 이사장이 됐다. K스포츠재단은 최순실이 더 많은 것을 챙긴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엔 이유가 있었다. 승마선수이자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는 올해 초부터 독일에서 장기 해외 훈련을 시작했다. 이 훈련단 일행의 숙소와 훈련장 등 체류 관련 실무를 K스포츠재단이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이 재단의 첫 업무였던 셈이다. 이들은 20실 규모의 호텔을 통째로 빌려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사를 쓰는 상황에서
이 보도에 따르면, 재단은 독일에서 비덱이라는 회사를 통해 선수를 관리하겠다고 했고, 이 비덱은 독일 현지 법인으로 최서원
시간을 달리는 소녀
결국 정유라는 지금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연결 고리가 돼 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정유라는 이화여대에 부정 입학했다. 정유라의 체육특기생 입학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이었다. 그러나 이화여대 입학처장이 총장에게 박근혜와 최순실, 정윤회, 정유라의 관계를 그림으로 그려가며 설명하는
△“
정유라가 학교를 안 나가서 학점 받기가 어렵자, 학칙을 바꿔 해외 훈련과 대회 출전 계획을 미리 내면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줬다. 그러나 올해 4월에 정유라가 냈다고 이화여대 당국이 국정감사에 제출한 계획표에는 올해 9월 시합의 ‘결과’까지 표시돼 있었다. 4월에 서류를 낸 것처럼 조작하다가 실수한 듯하다. 오죽하면 입학부터 학점까지 ‘시간을 달리는 소녀’라는 비아냥이 나오겠는가. 이런 대가로 이화여대는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을 싹쓸이했다.
대한승마협회가 마치 정유라의 매니지먼트 회사처럼 정유라를 특별 관리한 것도 드러났다. 그런데 지금 승마협회의 협회장을 비롯한 핵심 집행부는 모두 삼성전자 임원들이다. 이들은 정유라의 독일 훈련 비용을 승마협회 공식 사업비로 지출하려 했고, 국가대표 감독을 보내어 개인교습을 하게 했다. 이런 일들이 승마협회의 2020년 도쿄올림픽 금메달 프로젝트로 포장됐다. 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의 명마를 정유라에게 선물한 정황도 드러났다.
결국 청와대와 교육부, 전경련과 삼성, 이화여대, 일부 문화예술계·스포츠계 인사들이 모두 연루된 표면적 중심에 정유라가 있는 셈이다. 그 정유라와 박근혜를 잇는 고리가 어머니인 최순실이니 결국 박근혜와 최순실의 특별한 관계가 이 엄청난 권력형 부패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그밖에도 실세로 부각된 정윤회
결국 기업주들이 정경유착으로 특혜를 받으려 한 것이든, 딸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 시나리오를 위해 권력을 이용한 것이든, 권력자가 둘 다 이용하다 들킨 것이든, 그 본질은 같다. 사익을 위해 국가권력이 동원된 전형적인 권력형 특권층 부패인 것이다.
물론 공식 직책도 없는 측근들의 권력형 부패가 문제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독재 정권들은 물론이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모두 임기 말에 대통령의 아들 또는 형이 연루된 권력형 부패가 드러나 정권이 약화됐다. 한국의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부패하고 불안정하다는 점이 다시금 드러난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보여 준 것
최순실 게이트는 첫째, 박근혜 정부의 부패한 정경유착 실상을 확실히 보여 줬다. 박근혜 측근들이 운영할 ‘듣보잡’ 재단을 위해 재벌들이 보름 만에 1천억 원 가까운 돈을 냈다. 삼성이 맡고 있는 대한승마협회는 마치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매니지먼트 소속사처럼 움직였다. 기업화된 대학
둘째, 박근혜의 통치 스타일과 부패한 인적 기반을 드러냈다. 박근혜의 권력 독점적 통치 스타일 탓에 잘 드러나지도 않은 민간인 ‘비선 실세’가 박근혜 권력의 그림자 속에서 엄청난 특권을 누려 왔다. 사진 몇 장 말고는 언론조차 어디 사는지 목소리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비선 실세’, ‘회장님’이라는 별칭으로 전횡을 휘둘러 온 것이다.
결국 세월호 참사 당일 근무시간에 사라져 놓고는 ‘사생활이니 묻지 말라’는 적반하장도 이처럼 권력을 사유물처럼 다뤄 온 특권층 DNA의 반영이었을 것이다. 이런 자들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나 파업 노동자들에게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라’고 비난하는 것은 정말로 역겨운 일이다.
셋째, 아군인
행복 끝, 레임덕 시작
정권의 비밀스런 추문이 터져나오고 부패 폭로가 순식간에 박근혜의 턱밑까지 치달은 것은 실로 심각한 위기의 징후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정치자금을 헌납한 것을 두고 경총 회장이 ‘기업의 발목을 잡아 돈을 뜯어낸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은 시사적이다. 기업주 대표의 이런 냉소적 반응은 십중팔구
박근혜 정부의 국정 지지도도 최근 폭락했다. 19~40대에서 지지율은 10퍼센트대다.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도 취임 후 최저다. 이런 지지율 폭락에는 경제 실패 등에서 드러난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반감과 염증이 근본적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요인들을 증폭시킨 것은 9월 하반기부터 이어지는 공공부문 노동자 파업이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11월 12일 대규모 민중총궐기도 예정돼 있다.
상처입은 야수가 사납듯이, 그럴수록 박근혜는 노동자 투쟁에 더 강경하게 나올 것이다. 노동운동은 위축되지 말고 박근혜의 취약성을 이용해 투쟁을 지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