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을 겪은 나라들의 부채를 완전히 탕감하는 것은 서방 정부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럴 생각이 없다.
인도네시아의 외채는 1천5백억 달러에 이른다. 인도네시아 국내총생산의 65퍼센트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중 절반 가량이 파리 클럽 소속 부국들에게 진 빚이고, 나머지는 민간 은행과 IMF나 세계은행 같은 기구들에 진 빚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서방이 후원한 수하르토의 독재정부 시절에 늘어난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04년에 약 1백40억 달러 정도를 상환할 예정이었다. 이것은 그 해 계획된 조세 수입의 대략 절반에 해당한다. 스리랑카 역시 1백1억 달러의 외채에 짓눌려 있다.
지난 7일 G7(선진7개국)이, 12일에는 파리 클럽 회원국들이 아시아 지진해일 피해국의 채무를 일시 유예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것은 턱없이 모자란 조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매년 예산의 4분의 1을 빚 관리하는 데 쓰고 있다. 이번 사태의 피해국들은 대개 국민총소득의 50퍼센트가 넘는 외채에 시달려 왔다. 이 빚을 갚느라 가난한 사람들의 주택과 복지에 쓰여질 돈이 삭감됐고, 그래서 이번 피해 규모가 그렇게 늘어난 것이다. 
생명을 구하고 파괴된 마을을 복구하는 데 쓰여야 할 돈이 다시 은행가들의 호주머니로 흘러들어가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외채를 지금 당장 완전히 탕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