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주저앉고 퇴진 여론이 들끓으며 박근혜 퇴진 운동이 확대되고 있다. 박근혜의 2차 대국민 사과와 최측근들의 구속 같은 꼬리 자르기로 정권의 위기가 쉽게 가라앉을 분위기는 아니다.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 규모는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만 10월 29일 3만여 명에서 11월 5일에는 20만 명으로 늘어났다. 11월 5일 시위에는 전국에서 30만 명이 참가했다.

박근혜와 최측근의 비리와 부패는 분노를 끓어오르게 한 기폭제였지만, 그 밑바닥에는 경제 위기에 대한 무능한 대처, 세월호 진상 규명 외면, 친제국주의 정책, 노동개악, 친재벌 정책 등에 대한 광범한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그동안 박근혜가 저지른 모든 악행들에 분노하며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다.

특히 시위 참가자들은 성과연봉제에 반대해 파업 중인 철도 노동자들에게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철도 노동자들은 박근혜 퇴진 운동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파업을 벌이며 정부에 맞서 왔고, 퇴진 운동이 시작되자 핵심 부대를 이뤘다.

조직된 노동자들이 선두에 서고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신속하게 집회를 열어 박근혜 퇴진을 위해 행동에 나서려는 수많은 사람들을 결집시켰다.

누구나 느끼듯, 박근혜 퇴진을 현실화시키려면 이제 이 운동을 더 광범한 대중 운동으로 확대해야 한다. 대학, 거리, 작업장 등 모든 곳에서 박근혜 퇴진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특히 조직된 노동계급이 적극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자들은 박근혜 정부 내내 끈질기게 저항을 해 왔다. 박근혜 취임 1년이 되던 2013년 12월,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은 강성 우파 박근혜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대중에게 심어 줬다. 2015년 내내 노동개악에 맞선 힘겨운 투쟁이 벌어졌다. 이 여파는 2016년 박근혜의 총선 참패로 나타났다.

총선 참패에도 정부는 노동자와 서민에게 경제 위기 고통을 전가하는 정책들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정부의 비호 속에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조건을 공격했다. 조선업 구조조정 칼바람 속에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잘려나가고 임금이 삭감됐고, 정규직 노동자 수천 명이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총선 참패 이후 점점 심화하는 경제 위기와 재집권 위기감이 맞물리며 여당 내분도 깊어졌고, 이런 상황은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설 자신감을 고무했다.

총선 패배로 파견 확대, 기간제 기간 연장 등 노동법 개악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노동개악은 커다란 차질을 빚고 있다.

올해 현대차 노동자들은 수개월 동안 부분 파업과 12년 만의 전면 파업을 벌여 3조 원대의 경제적 손실을 안겨 주며 정부와 사용자들을 긴장시켰다. 노동자들은 임금체계 개악 추진에 반대해 임금 인상과 임금피크제 저지 등을 내걸고 싸웠다. 정부와 보수 언론은 고액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임금 투쟁을 맹비난했지만, 현대차 노동자들의 투쟁은 민간 부문의 다른 사용자들이 쉽게 임금 공격을 추진하지 못하게 만드는 효과를 냈다.

특히 9월 하순에는 공공부문 노동자 5만여 명이 파업에 나섰다. 박근혜가 추진하는 노동개악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인 성과연봉제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이 파업은 2주가 넘게 진행됐고 철도 노동자들은 지금도 한 달 넘게(합법성 고수 때문에)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화물연대 노동자들도 사용자들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을 더 열악하고 위험한 조건으로 내모는 정책에 반대해 열흘 동안 파업하고 부산 신항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노동계급의 구실

이와 같은 여러 부문 노동자들의 파업과 투쟁이 박근혜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구실을 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공공부문 파업이 시작된 9월 하순 이후 박근혜 지지율이 급락하고 정치 위기는 나날이 심각해졌다. 반면 노동자들의 파업은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의 부패라는 뇌관이 터진 것이다.

요컨대 박근혜 위기를 가속시키는 데 노동자 투쟁이 상당히 기여했다.

노동계급은 국가 기간 산업을 움직이고 사용자들에게 이윤의 원천을 제공하는 집단이다. 따라서 이들이 일손을 놓으면 체제는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노동계급이 이 힘을 사용하면 정부와 사용자들을 더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고 세력 관계를 바꿔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노동계급은 지난 수백 년 동안 종종 이런 구실을 해 왔다. 오늘날 성인 대부분이 행사하는 보통선거권과 여러 민주적 권리, 국가가 제공하는 크고 작은 복지들은 모두 대규모 노동자 투쟁의 산물이다. 한국에서 군부독재 종식은 1987년 6월 항쟁과 뒤이어 벌어진 7~9월 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 덕분이었다. 6월 항쟁 참가자의 다수가 노동자들이었다.

지금 노동자들 사이에도 박근혜 퇴진 열망은 매우 광범하다. 11월 4일 전교조와 공무원노조가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 운동을 대규모로 조직해 발표했다(4만 2천2백13명). 전국 여러 도시에서 벌어지는 촛불 시위에도 여러 부문의 노동자들이 참가하고 있다. 온건한 한국노총 지도부조차 박근혜 퇴진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철도 노동자들이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해 파업을 이어가고 박근혜 퇴진 운동에도 적극 참가하고 있다. 철도 노동자들은 박근혜 퇴진 운동에 참가하며 자신감과 투지를 더 높여 가는 효과도 얻고 있다.

여러 부문 노동자들이 지금 이 시기에 자신들의 고유한 요구를 내건 투쟁과 파업에 나서는 것은 박근혜 퇴진 운동에 이롭다. 지금 노동자 투쟁을 벌이는 것 그 자체로 퇴진 운동과 긴밀한 연관을 맺게 되기 때문이다.

이때 민주노총이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총파업을 즉각 선언·집행한다면, 노동자들뿐 아니라 박근혜 퇴진을 열망한 수많은 사람들이 열렬히 호응할 것이다. 10월 29일 집회 때 “박근혜 퇴진을 위해 민주노총이 총파업과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는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의 발언은 큰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총파업 선언을 민주노총 지도부에게 촉구하는 노동자 서명 운동에는 며칠 만에 노동자 수천 명이 동참했다. 지금 조직된 노동자들의 선진 부분은 거리 시위 참가 이상의 행동에 나설 태세가 돼 있음을 보여 준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파업을 선언하면, 기층의 활동가들은 이에 호응해 파업을 조직하고 나설 분위기가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과 산별·연맹 지도부는 박근혜 퇴진 운동이 시작되는 바로 지금, 조직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 줘야 한다. (박근혜 퇴진 운동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는) 11월 12일 열릴 노동자대회와 민중대회가 파업으로 연결되면 박근혜 퇴진 운동은 상당한 탄력을 받아 확대·심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이 성과연봉제를 비롯한 노동개악을 저지하는 데도 이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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