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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총학생회가 시국선언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훼손했다?
불필요한 타협과 사과는 운동에 도움이 안 된다

이 글은 노동자연대 부산대모임이 11월 3일(목)에 발표한 성명서이다.

11월 3일(목) 부산대 총학생회가 시국선언 과정에서 학우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며 사과했다. 이 사과는 민중연합당 및 진보·좌파 단체가 시국선언에 참여한 것에 대한 부당한 비판이 배경이 됐다. 주로 부산대 인터넷 커뮤니티의 소수 학생들이 제기했는데, 10월 26일 부산지역 청년학생 시국선언이 미리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민주적이라는 내용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옳지 않다

우선, 총학생회는 시국 선언을 하기 하루 전 온라인을 통해 시국선언을 제안하고 참가자를 공개적으로 신청 받았다. 물론, 학우들이 이 정보를 알고 참가 신청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 짧았던 것이 사실이고, 더 많은 학우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스캔들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는 상황에서 이 사안은 시급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부산대 총학생회가 신속히 시국선언을 제안한 것은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능동적으로 사회문제에 개입하려는 용기 있는 행동이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100곳이 넘는 대학과 사회 각계 각층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진 것은 10월 26일 시국선언이 옳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총학생회가 학우 전체의 의견을 다 수렴하고 난 후에 일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모든 학우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도 없을 뿐더러, 의견 수렴 기간 동안 정작 행동에 나설 시기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생회는 투표로 선출돼 정당성을 부여 받은 대의기구이다. 진정으로 민주적인 학생 대표자의 태도는 수동적으로 있다가 다수의 의견만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의견 중에 진정으로 학생들에게 무엇이 더 중요한지, 무엇이 정의롭고 옳은 일인지를 소신 있게 판단하고 그 선택에 대해 이후에 책임지고 평가 받는 자세가 더 올바르다.

또한, 연명에 참가한 진보적 정치단체를 시국선언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동의할 수 없다. 시국선언은 박근혜 퇴진, 최순실 게이트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원하는 단위와 개인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저들이 문제 삼는 진보·좌파 단체 또한 부산대와 부산 지역의 청년 학생들이며, 그들은 박근혜 정부의 부패, 노동자 공격, 세월호 참사 은폐, 국정교과서, 위안부 합의 등의 문제에 앞장서 싸워 왔다. 그런데 왜 특별히 이들이 박근혜 규탄 시국선언에서 배제돼야 하는 것인가? 오히려 사상을 문제 삼아 이들을 배제시키는 것이 더 비민주적인 것 아닌가?

어떤 사람들은 최순실 게이트와 다른 정치적 사안을 연결시키지 말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의 지지율이 이렇게 급속도로 떨어진 것은 최순실 게이트 때문만이 아니다.이제까지 박근혜 정부 하의 정책으로 고통 받았던 민중들의 누적된 분노가 이 최순실 게이트로 폭발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쟁점 축소가 아니라 쟁점 확대로 박근혜 정부 하에서 고통받은 모든 사람들과 연대해 박근혜 퇴진에 힘을 실을 때이다.

총학생회가 이렇게 부당한 비판에 타협적인 태도를 보이고 사과를 하는 것은 운동의 힘을 뺄 뿐이다. 지금 대학생들의 박근혜 지지율은 0%에 수렴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학우들이 박근혜 퇴진을 바라고 있다. 지금 총학생회가 해야 할 것은 사과가 아니라 박근혜에 대한 학우들의 분노를 한데 모으는 것이다. 지난 11월 2일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전국 사회과학대학 시국선언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에 간 부산대 사회대 학생만 52명이라고 한다. 이렇게 많은 학우들이 행동에 나서고 있다. 총학생회는 불필요한 타협을 중단하고, 진정으로 박근혜 퇴진운동을 확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