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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운동에 참가하며

나는 2004년 3월 20일 국제반전공동행동에 참가한 이래 계속 반전운동에 참가했다.
그 배경에는 전쟁의 잔인성과 무의미함, 미국에 대한 ‘반미주의’가 있었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미국이 박정희, 피노체트와 같은 수많은 독재자를 비호하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는 전쟁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매우 싫어했다.
그래서 미군에 의한 여중생 살인 사건에 대해 매우 분개했으며, 미국이 일으킨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 역시 반대했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대학생이 된 이후에 반전운동에 참가하게 됐다. 다만 내가 ‘사회주의’ 성향의 ‘다함께’ 소속으로 활동하게 된 것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사회주의’ 하면 소련과 북한, 중국처럼 ‘위대한 수령’이 통치하는 독재국가, 그리고 실패한 체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사회주의 사회는 민중이 주체적으로 공장과 같은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는 사회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내게는 자본주의 폐지라는 목표가 추가됐다.
왜냐하면 기업의 이윤추구와 서로 간의 경쟁을 중요시하는 자본주의의 극단적인 형태가 전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면서 처음 가지고 있던 ‘반미주의’를 버리고 ‘반제국주의’, ‘반자본주의’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왜냐하면 ‘반미’라는 말은 자칫 전쟁을 반대하는 미국 민중까지 반대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민중 50퍼센트 이상이 이라크 전쟁과 부시를 반대했으며 그들의 힘이 없이 사회 변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3월 20일 국제반전공동행동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날에 맞춰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시위로 전 세계에서 약 1백50만 명, 한국에서는 1만여 명이 참가했다.
특히 해외 반전단체의 연대사를 통해 ‘국제공동행동’이 단순히 제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반전운동에 참가하거나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든든함을 느꼈다.
2004년 6월 20일. 반전운동의 경고가 현실이 됐다. 김선일 씨가 납치된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나의 기대, 아니 평화를 바라는 모든 시민의 기대, 그리고 김선일 씨를 저버렸다.
처음 김선일 씨가 납치됐다는 보도를 접했을 때, 파병찬성 여론이 높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나무역’에서 일한 김선일 씨를 ‘부역자’로 보고 싫어했다.
하지만 ‘유일신과 성전’이 그를 참수한 후 서울에서만 1만 5천여 명이 모여서 노무현 정부와 미국 정부를 규탄하는 것을 보면서 내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김선일 씨가 납치되기 전에 쓴 편지에서 미군의 만행을 비판하고 죽기 전에 처절하게 ‘한국군 철군’을 절규하는 것을 보면서, 그와 같은 희생이 더는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반전운동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상적으로 큰 변화를 겪었다.
먼저 그 때까지 갖고 있던 노무현에 대한 환상을 완전히 버렸다.
노무현이 미국과 이라크에서 이권을 얻으려는 국내 기업들을 위해 김선일 씨를 죽이고 파병을 강행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본주의 폐지’라는 근본적인 사회변혁과 노동자계급을 중요한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민주노동당을 더욱 지지하게 됐다.
그리고 내가 갖고 있던 ‘좌파 민족주의’ 사상의 문제점을 직접 느끼게 된 계기가 됐다.
1980년대 좌파 민족주의(엄밀히 말하자면 주체사상)로 무장했던 ‘전대협’ 출신 의원들이 국익을 이유로 파병에 찬성하고, 파병반대국민행동 지도부 내 좌파 민족주의자들은 ― 그들의 논리로 따지면 ― ‘미제의 남한 총독’인 노무현과 직접 충돌하지 않고 반전운동의 중심을 이라크에서 한반도로 옮기려 했다.
나는 이런 모습에 실망감을 느꼈다. 따라서 전쟁을 막고 사회의 진보를 위해서는 민족국가를 지탱하는 이데올로기인 민족주의를 비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노무현 정부가 말하는 ‘국익’이란 것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의 실제 주인이 자본가라는 마르크스주의의 주장을 실감했다.
나는 지금까지 반전운동에 참가한 것처럼 앞으로도 ‘반전’을 외칠 것이다. ‘유일신과 성전’이 또다시 김선일 씨와 같은 민간인을 죽인다 해도 나는 운동에 참가할 것이다.
그들의 테러 방식은 분명 잘못이지만, ‘아름다운 나라’가 아부 그라이브, 팔루자에서 저지른 만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들을 테러리스트로 만든 것은 바로 미국이다.
세계평화와 사회변혁의 일환, 이라크 저항세력이 미국 제국주의와 이라크 괴뢰 정부를 몰아내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