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대규모 전국 시위가 있고 나서 〈조선일보〉는 ‘웬 혁명? … 촛불 집회서 외면당한 좌파들’이라는 제호의 기사를 내보냈다.

언론의 기본이 안 된 기사다. 사실관계부터가 엉망이다. 문제 삼은 발언자 신상조차 완전히 틀려서 〈조선일보〉는 정정 보도까지 했다. 이뿐이 아니다. 이 기사는 노동자연대·사회진보연대·환수복지당 등 단체들이 “‘혁명 정권 이뤄내자’ 등의 구호를 선창하고 유인물을 배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한다’, ‘노동자 민중이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냈지만 외면당했다고 주장한다.

〈조선일보〉는 어차피 많은 사람들이 앞서 인용한 단체나 그 주장을 모를 것이라고 보고 자의적으로 기사를 쓴 것이다. ‘악마의 편집’, ‘단장취의’(문장을 잘라 인용해 원작자의 뜻과 상관없이 자기 의도를 취하는 것) 같은 아주 비윤리적 보도 방식이다.

〈조선일보〉는 이 운동에 참가한 상당수가 운동의 경험이 적다는 점을 이용해 얼토당토않는 거짓 선동으로 운동 참가자들이 좌파에 경계심을 갖도록 만들려 하는 듯하다. 이 운동에 좌파들이 포함돼 있음을 부각해 색깔론을 펴 운동 내 오른쪽을 단속하는 효과도 노렸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좌파들이 대중의 정서에 적극적으로 부응해 초기에 이번 운동을 건설한 것이 운동의 성장에서 매우 중요한 구실을 했다. 10월 29일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광범한 분노를 결집시키는 주말 집회를 개최한 것이 이 운동의 도약대가 됐다.

한편, 〈조선일보〉는 박근혜 퇴진 촉구 집회에서 “노동개악 철폐하라”는 구호가 나온 것도 문제 삼는다.

비도덕적

그러나 특히 집회 자유 발언들을 들어 보면, 지금 박근혜 퇴진 운동의 바탕에는 경제 위기와 박근혜가 추진한 경제 정책에 따른 불평등 확대 그리고 민주적 권리 침해 등으로 켜켜이 쌓여 온 불만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총체적 불만이 거대한 부패·비리 스캔들과 만나 퇴진 운동으로 급격히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경험 적은 참가자들은 “노동개악 철폐”가 박근혜 퇴진 운동을 분산시킨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조선일보〉는 이 틈을 비집고 들어와 노동자 운동과 더 넓은 대중 사이를 벌리려고 하는 것이다. 우익이자 기업주 언론답게 박근혜 퇴진 운동을 약화시키려는 계급의식적인 목적을 갖고, 그러나 매우 비도덕적으로 기사를 쓰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박근혜 퇴진은 괜찮고(?) 다른 요구들은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게 당찮기나 할까? 2008년 촛불이 타올랐을 때 〈조선일보〉는 배후 세력, 순수성 운운하며 반정부 구호를 문제 삼았다. 그래서 “찌라시”라고 욕을 먹었다. 그런데 이제는 퇴진만 외쳐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조선일보〉가 뼛속까지 엘리트주의에 절어 있고 대중의 자체 행동을 혐오한다는 것은 최근의 경험으로도 너무 명백하니 광주항쟁 등 위대한 대중 투쟁들을 폄하했던 추악한 과거는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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