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 운동이 1백만 명의 시위로 성장하며 분출해 나오는 과정에서 학생운동도 성장했다. 많은 학생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을 뿐 아니라 여러 학생회와 학생 단체들이 함께 참가하는 조직된 학생운동 진영도 성장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이하 대학생 시국회의)에는 전국적으로 학생회와 학생 단체들 1백 곳 가량이 참여했고(관련 기사: 박근혜 퇴진을 위한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가 결성되다), 몇 차례 대학생 집회들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아직 삼삼오오 거리로 나오고 있는 학생들이 다 이런 조직된 학생운동과 관계 맺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학생운동의 구심이 강화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만약 이런 전국적인 학생들의 연대체가 박근혜 퇴진 운동을 진정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투쟁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학생운동 내에서 벌어진 몇 가지 논점을 소개하려 한다.

1. 더 큰 단결을 위해 세월호, 백남기 쟁점은 빼자?

일부 대학들에서 박근혜 퇴진 운동에는 동의하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고(故) 백남기 농민 살인 정권 규탄 등의 구호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논쟁이 벌어졌다. 대학생 시국회의 내에서도 초반에 이런 논쟁이 벌어졌다.

일부 학생들이 본인들은 세월호 진상규명과 백남기 농민 살인 규탄 주장에 동의하지만 ‘더 큰 단결을 위해’ 대학생 시국회의의 시국선언문에서 이 쟁점들을 빼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모든 단결이 좋은 것은 아니다. 운동의 대의를 훼손하는 식의 단결은 운동에 해악적일 수있다. 세월호, 백남기 농민의 문제에 분노하는 사람들은 박근혜 퇴진 운동에서 가장 열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만약 대학생 시국회의가 이런 쟁점들을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운동에서 가장 열의 있는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줄 것이다.

운동이 성장하려면 운동에 열의가 있는 선진적인 사람들을 잘 결집시키면서 힘을 모아야 한다. 이런 투쟁의 선진 부위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방식으로 오른쪽에 타협하는 것은 운동의 동력을 갉아먹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논쟁 끝에 대학생 시국회의는 세월호, 백남기 농민의 쟁점을 포함시켜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결정이 옳았음은 이후 대학생 시국회의와 학생들의 시위가 더 성장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문제의 몸통인 박근혜를 물러나게 하려면 운동이 앞으로 더 확대되고 강력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박근혜퇴진 운동 속에 세월호, 백남기 농민의 쟁점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많은 악행들에 맞선 요구와 운동들을 더욱 결합시키며 운동을 강화해야 한다.

2. 특검, 국정조사, 탄핵 등을 요구하자?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2주 연속 5퍼센트를 기록했다. 이것만으로도 박근혜가 퇴진해야 할 이유는 자명하다. 박근혜의 통치 정당성은 추락했고, 퇴진 운동은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박근혜 퇴진뿐 아니라 특검, 국정조사, 탄핵 등도 함께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제기를 한다. 그러나 이런 요구들을 박근혜에게 시간을 벌어 줄 수 있는 부적절한 요구들이다.

박근혜가 즉각 퇴진해야 할 이유는 이미 충분하다. 이미 드러난 부패 · 비리는 그중 하나다.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의 죽음, 노동개악, 한일 ‘위안부’ 합의, 교과서 국정화 시도 등 지난 4년간 박근혜가 해 온 악행들을 보면 지금 즉각 퇴진을 해도 모자라다.

특검과 국정조사는 조사 기간 동안 박근혜에게 시간을 벌어 줄 수 있다. 그래서 새누리당도 특검과 국정조사에 동의하는 것이다.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퇴진을 주장하면서도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를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이 퇴진 요구에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이 된다.

현 시기에 탄핵을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불필요하다. 탄핵은 국회의원 과반수가 동의해야 발의할 수 있고, 3분의 2가 찬성해야 통과된다. 그런데다 국회의 결정을 헌재가 승인해야 하고, 헌재 승인 절차가 무려 1백80일이나 걸릴 수 있다. 헌재에서 원하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결국 탄핵 절차를 추진하는 동안 박근혜는 꽤나 긴 시간 동안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이렇게 국회와 헌재가 사태의 주요 행위자가 되면, 대중 운동은 수동화되고, 국회와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는 동안 대중 운동의 동력은 크게 약화될 수 있다. 그러는 사이에 박근혜 정부와 우파들이 어떤 반격을 시도할지도 모를 일이다.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은 “지금 당장” 박근혜를 끌어내리길 바라고 있다. 이미 운동의 참가자들은 집회 연단과 행진 등에서 박근혜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고 사퇴하라”고 외치고 있다. 특검이나 국정조사, 탄핵 등이 아니라 일관되게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 운동의 확대에 더 도움이 되는 방향이다.

3. 행진이 청와대로 향해선 안 된다?

“시위대는 청와대를 향해선 안 된다”며 지역 분산 집회를 강조하는 주장도 있다. 숨은주권찾기라는 단체는 이런 취지로 11월 15일(화) 지역 분산 행진을 기획하고 있다. 〈한겨레〉 신문 등에서, 이런 류의 주장을 추켜세우는 경향이 있다.

물론 지역에서 집회와 행진 등이 진행되는 것은 운동의 동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일이다. 이미 지역별 행진은 곳곳에서 진행돼 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힘을 집중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는 것의 의미를 깎아 내리면서 지역의 행진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박근혜 퇴진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해서 박근혜를 압박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경찰력이 강력하기 때문에 청와대 방향 행진을 해도 실제로 청와대까지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싸움은 해봐야 아는 것이다. 11월 12일에 시위 대열은 청와대 수백 미터 앞까지 행진을 성공했다! 경찰력의 방해를 뚫고 청와대까지 갈 수 있느냐 없느냐는 세력관계에 달린 문제이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설사 불법적인 권력을 유지하는 박근혜를 비호하며 경찰력이 막아 나선다 하더라고 이런 경찰력을 규탄하며 청와대 방향 행진을 시도하는 것은 완전히 정당한 일이다.

박근혜 퇴진 운동이 성공하려면 중앙 국가권력에 도전하는 것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지역에서 동력을 모으는 행동은 중앙 집중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행동과 결합될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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