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서울캠퍼스에서도 박근혜 퇴진 운동 바람이 불고 있다. 이미 2백여 명이 훌쩍 넘는 학생들이 모여 시국선언을 진행하고 11월 3일에는 학내 잔디 광장에 모여 집회를 진행한 바 있다. 11월 8일(화) 발행된 〈외대학보〉에는 이런 학내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관련 기사들이 실렸다.

그러나 11월 8일자 〈외대학보〉에서 정회인 기자가 쓴 ‘최순실 게이트가 열렸다. 그리고 우리는 들어간다’ 기사에 담긴, 대학들에서 벌어지는 박근혜 퇴진 운동에 대한 부정확한 평가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회인 기자는 최근 대학에서 진행된 “시국선언문은 기존 외부 운동권을 배제하고 지도부 없는 새로운 형식의 운동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과는 맞지 않는, 오해에 기초한 진단이다.

우선 정회인 기자는 “외부 운동권 세력을 배제한 지도부 없는 운동”으로 서울대 총학생회와 고려대 총학생회의 사례를 들고 있다. 그러나 먼저, 서울대의 사례가 예시로 들어가 있는 것은 의아하다. 서울대에서 시국선언을 다시 발표한 것은 글의 질을 높이기 위해 수정하자는 제기 때문이었지, 운동권 배제 요구 때문이 아니었다.

정회인 기자는 고려대 학생들이 “시국선언의 주제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인데 백남기 농민이 포함되는 것은 옳지 않다”, “외부 운동권 세력 및 단체 이름은 모두 삭제하고 고려대 총학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며 “새 시국선언문을 제안”했고, 총학생회가 이 같은 지적을 수용해 새로운 시국선언문이 발표됐다고 서술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첫째, 고려대 총학생회가 새로 발표한 11월 3일 시국선언문에는 여전히 백남기 농민 사망 문제와 세월호 참사, 청년과 노동자들의 팍팍한 삶을 폭로하는 내용들이 들어가 있어 기존에 좌파들과 함께 준비하던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이 시국선언 기자회견에 학생들 7백여 명이 참가했다. 애초 백남기 농민 문제 등을 빼라고 요구한 소수 우파 학생들의 제기는 새로운 시국선언문에 수용되기는커녕, 다수 학생들로부터 전혀 지지받지 못했다.

정회인 기자는 고려대 총학생회 탄핵 발의 결과를 소개하지 않았는데, 10월 31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탄핵안은 지지받지 못하고 폐기됐다. 오히려 총학생회 탄핵 반대 서명에는 3일 만에 8백50명이 참가했다.

‘외부 운동권 단체 배제’ 운운하며 고려대 총학생회 시국선언을 마비시키고 심지어 탄핵까지 하려 했던 분별없는 우파적 공격은 완전히 패배한 것이다.

셋째, 정회인 기자가 ‘외부 세력’이라고 소개한 “민중연합당”, “세월호를 기억하는 고대인 모임” 모두 고려대 학생들의 단체다. “민중연합당”은 잘못 표기했는데, 정확한 명칭은 “민중연합당 흙수저당 고대분회”로 고려대 학생들의 모임이다.

“새로운 방식”?

정회인 기자는 “외부 운동권 세력 배제”를 주장한 소수 우파들의 주장을 다수 학생들의 주장인 듯 모호하게 언급하며 “새로운 방식”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벌어지는 박근혜 퇴진 운동은 정회인 기자의 주장과 달리 ‘좌파 운동권’ 세력들이 대중의 정서에 잘 부응해 투쟁의 물꼬를 트는 데 주요한 구실을 했다. 또한 ‘운동권’ 세력들은 경제 위기 고통전가, 복지 축소, 세월호 진상 은폐, 반노동자 정책, 반민주 행태 등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온갖 악행에 맞서 끈질기게 싸워 왔다.

현재 대학 내에서 벌어지는 박근혜 퇴진 운동에서 진보·좌파 단체들은 학생회, 동아리 등 여러학생 단체들과 함께 더 많은 사람들이 운동에 동참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진보·좌파 단체들은 “박근혜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에서도 열의 있는 일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외대에서도, 박근혜 퇴진 운동을 더 적극적으로 조직하기 위해 학내 진보·좌파 단체들, 학생회들, 열의 있는 개인들이 함께 박근혜 퇴진을 위한 한국외대 공동행동을 결성하여 박근혜 퇴진 서명을 받으며 집회에 참가할 것을 호소해 왔다.

피상적인 인상에 기초해 판단하다 보면, 간단한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만약 정회인 기자가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발성만으로 충분하고 정치와 조직은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싶었다면, 이는 최근 벌어진 운동의 교훈을 잘못 일반화 한 데서 비롯한 실수이다.

현실에서는 조직과 리더십이 없는 순수한 자발성은 존재할 수 없다.

지난 8월 본관 점거 투쟁을 통해 “지도부 없는” “달팽이 민주주의”라는 일부 언론의 호평을 받은 이화여대 투쟁 역시 스스로 지도부라고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지도부 구실을 한 ‘자봉벗’들이 있었다.

그들은 비민주적으로 좌파를 배제하면서까지 “순수성”을 강조했지만 사실상 이화여대 투쟁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매우 정치적인 요인 때문이었다. 정유라 특혜 의혹에서 시작된 박근혜 게이트 덕분에 정치적 항의 운동이 벌어져 최경희 총장을 날려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퇴진 촛불 집회는 노동단체와 좌파단체들로 이뤄진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며 시작됐고, 이는 운동이 대규모로 분출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따라서 최근 거리와 대학에서 확대되고 있는 박근혜 퇴진 운동은 “지도부 없는” “새로운 운동”이 아니다.

사람들의 의식은 불균등하기 때문에 모든 운동에서는 좀더 주도적으로 이끌려고 하는 ‘지도부’가 생겨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운동의 국면이 바뀔 때마다 참가자들은 투쟁 방법 등을 놓고 선택, 결정을 해야 한다. 문제는 ‘지도부가 있는지 없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효과적으로 운동을 이끌 것인지다.

따라서 어떤 운동이 성공하려면 ‘‘운동권, 좌파, 지도부’ 배제 같은 자발성 ‘숭배’로 미끄러지지 말고, 자발성을 고무하면서 동시에 운동의 대안과 방향을 제시하는 조직의 리더십도 중요함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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