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정부와 대기업 총수들이 서로 뒤를 봐주며 긴밀하게 유착해 있음을 밝히 보여 줬다.

삼성, SK, 현대차, LG, 포스코, 롯데 등 대기업들이 수백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갖다 바친 것은 단지 박근혜의 ‘강요’ 때문이 아니었다.

이 기업들이 미르재단에 돈을 입금한 다음 날인 2015년 10월 27일 박근혜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노동개혁 5법 통과 등을 호소했다. K스포츠재단 입금이 끝난 2016년 1월 18일에는 재계가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촉구하며 벌인 서명 운동에 박근혜가 직접 참여하고 나섰다.

정부가 추진한 노동개악은 온통 재계의 숙원으로 채워져 있다. 파견을 확대하고 기간제 사용 기간을 연장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률 개정 추진,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로 임금체계 개편, 해고 요건 완화 등.

그뿐 아니라, 박근혜는 공공부문의 사용자로서 직접 발 벗고 나서 공공기관에 노동개악을 관철하려 했다. 근로기준법도 무시하며 강제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런 모범을 보여 민간 부문에서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대세로 굳히려는 계산도 한다.

이처럼 박근혜가 입이 닳도록 주문해 온 노동개악은 박근혜와 기업주들이 한 몸이 되어 추진해 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와 그 측근들은 기업들에게 뇌물을 요구했고 재벌들은 노동개악뿐 아니라 기업 총수 사면, 세무조사 무마, 경영권 승계 지원 등 여러 애로 사항 해결도 주문했다. 실제 청탁의 상당 부분이 성사됐다. 그 과정에서 박근혜와 그 측근들이 온갖 떡고물을 챙긴 것은 필수적인 부산물이었다.

이런 추악한 자들이 정규직 노동자들을 배부른 기득권 집단으로 매도하며 청년과 노동자들을 이간질시키려 했다.

삼성·현대차 등 30대 그룹은 올해 들어 1만 4천 명을 감원했고, 청년 실업률은 고공 행진을 계속해 체감 실업률은 20퍼센트가 넘을 정도라고 한다.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정규 노동자 수만 명이 해고됐다. 이젠 정규직 노동자 수만 명을 비정규직으로 전락시키려는 공격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에 82억 원을 갖다 바친 현대차는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 정부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에 ‘긴급조정권’ 발동까지 운운하며 현대차 사용자를 옹호했다.

이처럼 임기 내내 노동자들에게 경제 위기의 고통을 전가하고 노동개악을 추진한 것이야말로 박근혜가 퇴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의 하나다.

지금이야말로 노동자들이 정부와 사용자들이 그동안 퍼부은 온갖 공격을 중단시키기 위해 투쟁에 나서야 할 때다.

반격

특히 최근 노동부 장관 이기권이 “노동개혁을 결코 멈춰서는 안 되며 어떤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발표는 11월 12일 1백만 시위 이후에도 박근혜가 권력을 결코 내려놓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시점에 나온 것이다.

즉, 박근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사드 배치, 국정 교과서, 노동개악 등을 계속 추진해 가며, 자신이 지배계급의 이익을 여전히 잘 대변할 수 있음을 보여 줌으로써 지배계급의 핵심층에서 다시금 지지를 결집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는 더 큰 반발을 낳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반격하고 나섰다. 따라서 지금 노동자들이 박근혜가 숨 돌릴 기회를 얻지 못하도록 밀어붙여야 한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거리에서 벌어지는 박근혜 퇴진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요구를 모두 내걸고 투쟁을 벌이는 것이 중요하다. 철도 노동자들이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해 파업을 지속하고 있고, 울산플랜트건설 노동자들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을 벌였던 것처럼 말이다. 대구 지역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도 11월 11일 파업을 벌였고,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투쟁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노동자들의 거리 시위 동참 확대와 파업이 결합되면, 박근혜 퇴진 운동을 확대·심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1월 17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은 11월 30일에 박근혜 즉각 퇴진과 박근혜 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4시간 이상 총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정도 파업은 정치적 상징 효과는 낼 수는 있겠지만 꼼수와 술수로 버티기에 들어가 온갖 정책을 강행하는 박근혜에게 실질적 타격을 미치기에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고무적이게도 파업권을 인정받지 못한 전교조와 공무원노조가 11월 30일 연가 투쟁으로 민주노총 파업에 동참할 계획이다. 전교조는 연가 투쟁을 벌이고 전국의 교사들이 서울로 모이기로 했고, 공무원노조도 집행부가 11월 22일 중집에 연가 투쟁안을 상정해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공운수노조도 30일 파업을 결정했다.

한편, 금속노조 중집이 11월 23~24일에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파업을 결정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은 아쉽다. 이는 금속노조 지도부가 단호하게 싸우길 주저하는 모습으로 비춰 노동자들의 투지를 끌어올리기보다 신뢰를 주지 못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지금 기층의 활동가들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내걸고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노동자들 속에서 선동하고 조직하는 활동을 쌓아 나가야 한다.

그래서 11월 30일 이전에 파업에 들어갈 수 있는 산별·연맹과 개별 사업장은 파업에 돌입하고, 다른 곳들도 파업에 돌입하자고 촉구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금속노조 활동가들은 11월 21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찬반 투표를 거치지 말고 즉각 총파업을 선언하자고 촉구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공공운수노조 활동가들도 철도 파업을 엄호하기 위해 30일보다 앞당겨 공공 사업장들이 파업에 돌입하도록 촉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11월 30일 파업으로 그치지 않고 투쟁을 확대해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 가야 한다. 민주노총 중집이 ‘박근혜 정권이 퇴진하지 않을 경우 더 확대된 총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밝힌 바 대로 활동가들은 후속 계획을 내놓을 것도 촉구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 요구를 모두 꺼내 들자

활동가들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고무하고 확대하기 위해 여러 부문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요구도 내걸고 투쟁에 나서도록 노력해야 한다. 성과연봉제 저지,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 비정규직 정규직화, 작업장 안전 조처 도입 등의 요구들을 꺼내 놓고 싸워야 한다.

이런 투쟁들은 박근혜 퇴진 운동과 결합될 수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도 구조조정 중단과 박근혜 퇴진을 함께 걸고 파업과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운동 내에는 박근혜 퇴진 파업만을 유독 강조하는 견해가 있다. ‘정치 총파업’을 강조하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노동자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여러 부문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과 파업에 나서는 것도, 광범하게 벌어진다면 정치 투쟁의 효과를 낸다. 지금은 되도록 많은 노동자들이 힘 모아 함께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적 요구를 내걸어야만 정치 투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 공장의 여러 의견그룹들이 “현대차지부가 박근혜 퇴진 투쟁의 선봉에 서야 한다”면서 “공장 안 경제 투쟁은 노동자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락으로 빠져 들게”하므로 “공장 울타리를 넘어서는 투쟁”을 유달리 강조하는 것은 아쉽다. 이는 현대차에도 임박해 있는 성과연봉제?임금피크제 도입 등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의 정당성과 의의를 깎아내릴 위험이 있다. 박근혜 퇴진과 함께 고유의 요구들도 내걸고 싸우자고 호소하는 것이 더 많은 노동자들이 파업에 동참하게 하는 데서도 유리할 것이다.

또, ‘정치 총파업’ 주장 중에는 노동자 투쟁을 각계각층 투쟁의 하나일 뿐인 것으로 보며 노동계급의 주도성보다 반(反) 박근혜 동맹을 중시하는 포퓰리즘과 맞닿는 경우도 있다. “국민파업”을 주장하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박근혜 퇴진 투쟁에서 노동자들의 광범한 참여와 파업은 다른 어떤 사회 세력의 동참보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를 멈춰 세우고 사용자들의 이윤에 타격을 가할 유일한 능력을 가진 사회 세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활동가들은 노동계급이 자신들 고유의 투쟁을 전진시키는 동시에 박근혜 퇴진 운동의 핵심 부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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