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가 직접 받아 본 국가정보원의 대응 보고서가 공개됐다. 참사 이후 실제 벌어진 일들과 비교해 보면, 이 보고서는 박근혜 정부가 공식 대응을 위해 ‘채택한’ 보고서라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를 시종일관 ‘여객선 사고’라 지칭한 이 보고서는, 세월호 참사가 경기 회복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고, 진상 규명 운동이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봤다.

이 보고서는 “맞대응 집회 여론전”, “지탄 여론 조성” 등을 주문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진상 규명 방해뿐 아니라, ‘과식’ 시위, ‘세월호는 교통사고’ 막말이 모두 청와대의 작품이었다는 것이다.(공작정치의 본산이자,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김기춘의 작품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의혹을 희석시키려고 최순실과 짜고 ‘해경 해체’ 같은 황당한 ‘재발 방지책’을 제시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지금도 박근혜는 7시간 의혹을 감추려고 노심초사다.

이런 공작에 당시 우파가 모두 합심했었으므로, 기업주들과 우파 언론 등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우주적으로’ 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제 위기 때문에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해야 하는 상황에서 강성 우파 정권의 성공은 자본가 계급에게는 더 없는 소망 아니겠는가.

박근혜는 이런 추악한 결탁을 배경으로 권력욕을 만끽한 야비한 통치자일 뿐이다.

박근혜가 미르, K스포츠재단의 건립과 기업 모금을 지시하는 등 부패의 몸통이라는 사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사실상 박근혜가 중심이 돼서 은폐를 지시하고 실행한 정황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기춘이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하고 사회운동을 약화시키려고 정치공작들을 실행한 정황들도 드러났다.

이런 자들이 일부라도 지지층을 복원해 보려고 ‘여성으로서의 사생활’ 운운하는 것은 역겹다. 정부와 기업들이 파괴한 세월호 희생자 엄마들의 사생활은 누가 보상해야 하는가. 한일 양국 정부 모두에게 모욕당한 위안부 할머니들은? 무상보육 후퇴로 고통받는 여성 노동자들의 고통은?

이런 정권을 창출한 새누리당과 협상해 거국 내각 총리를 세운다는 게 합당한 기대인가? 박근혜 정권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


박근혜의 반격

박근혜가 반격을 시작했다. 15일 꼴통 검사 출신인 유영하를 변호사로 선임해 검찰 수사를 대놓고 거부한 것이 시작이었다. 다음 날, 부산 엘시티(LCT) 부당거래 의혹을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이다. ‘탄핵해 볼 테면 해 봐라’는 말도 나왔다.

엘시티 개발이 이명박 정부 시절에 시작됐고 한나라당 소속 부산시장들과 연루 의혹이 있는 것을 보면, 새누리당 집안 단속부터 해서 전열 재정비를 해 보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그러면서 은근히 부산 지역 야당 연루설 등을 흘리고 있다.

△반격을 시작한 박근혜. ⓒ사진 공동취재단

이를 이어받아 이정현과 김진태 등이 연이어 망언을 했고 박사모가 19일에 맞불 집회를 열겠다고 했다. 반공 궐기대회를 여론 조작용으로 이용했던 박정희의 딸다운 발상이다. 2004년 사립학교법 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해 대규모 동원 집회를 열었던 일도 떠오른다.

그러나 이게 당장은 잘 먹힐 것 같지는 않다. 당장 당황한 검찰이 18일에 박근혜를 범죄 혐의 수사 대상이라고 흘렸다. 사실상 피의자 신분이라는 것이다. 주요한 국가기관이 박근혜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19일 집회에도 수십만 명이 참가할 듯하다. 기세와 규모 모두에서 12일 시위는 성공했다. 그 압력 때문에 새누리당 비주류 모임에서 “새누리당 해체”, “탄핵” 같은 얘기가 나오고,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퇴진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박근혜는 더는 저자세를 가장한 기만책이 안 먹힐 것 같다는 판단으로 반격에 나섰을 것이다. 현재 수준의 시위만으로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한일군사정보협정, 노동개악, 교육 개악 등 온갖 악행들은 멈출 기미가 없다.

박근혜의 반격은 박근혜 퇴진 운동의 낙관적 전망이 최고조일 때 시작됐다. 따라서 박근혜 퇴진 운동은 느슨하게 주말 집회만 조직하고 대중의 자발성에만 의존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제 박근혜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으니, 퇴진 이후 전망으로 논의를 옮겨가자’는 허망한 낙관론도 위험하다.

그 점에서 정의당이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박근혜가 사임을 선언하고, ‘사표’는 적절한 선거 일정에 맞춰 낸다는 방안인데 공상이다. 도대체 박근혜가 남 좋으라고 자기의 권력을 내줄 성싶은가?

게다가 ‘질서’라는 표현은 결국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사태 해결의 주체로 보기보다는 관리·수습해야 할 상황으로 본다는 인상도 준다. 결국 새누리당(비주류)을 포함한 주류 여·야당에 주도권을 넘기게 돼 정의당의 부상을 도운 거리 운동을 약화시킬 것이다. 정의당으로서는 자신을 주변화시키는 ‘수습책’인 셈이다.


탄핵 vs 퇴진

운동은 순식간에 강성 우파 정권을 궁지로 내몰았다. 그러나 박근혜가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반(反)박근혜 진영도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박근혜를 어떻게 퇴진시킬 것이냐도 그중 하나다. 탄핵론은 박근혜가 버티니 강제로 퇴진시키려면 국회에서 탄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범국민적 결속을 위해 국회는 국회대로(탄핵과 특검, 국정조사), 거리는 거리대로(즉각 퇴진) 각계각층이 할 수 있는 수단을 각자 쓰자는 주장도 있다. 일종의 역할분담론이다.

그러나 탄핵론은 퇴진 투쟁의 중심을 거리에서 국회로 옮겨야 한다는 뜻이다. 민주당의 우왕좌왕도 못 믿겠는데, 새누리당 의원이 30명 가까이 합류해야 하는 국회의 탄핵소추 과정이 순탄할 리는 없을 것이다.

△박근혜는 노동자·민중의 손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조승진

설사 그런 일이 가능하다 해도, 부패와 농단의 공범인 새누리당과 손잡고 박근혜를 퇴진시키는 것은 아주 나쁜 수다. 그것이야말로 새누리당이 박근혜 도당과 차별화해 손쉽게 재활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국회에서 새누리당(비주류)과 합작해 탄핵소추를 의결한다고 해도 또 난점이 생긴다. 진보당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해산시키는 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지금의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심판하는 것이다. 사실상 범국민적으로 정서적 탄핵을 선고 받은 박근혜의 임기 중단 결정을 헌법재판소에 맡긴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그 상황에서는 박근혜의 형식적인 위법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압력도 커질 것이고, 검찰은 비협조적일 것이고 운동은 최순실 특검이나 국회 국정조사 등에 매달려야 한다. 세월호에서 이미 목도했듯 박근혜와 여당은 다시금 철저하게 방해하려 들 것이다. 지금의 기회를 만들어 낸 거리 투쟁은 주도권을 잃고 국회와 특검을 바라보는 수동적인 상태에 빠질 공산이 크다.

이보다 박근혜가 더 바라는 상황이 있을까? 게다가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을 내린다 해도 우파의 손을 빌리는 과정에서 박근혜 퇴진은 그 진보적 내용을 상당히 잃어버릴 수 있다.

이렇듯 국회 탄핵론과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통한 퇴진론은 서로 충돌하게 마련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단지 수단만 다른 게 아니라, 행위 주체와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분노한 노동자·민중의 손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그것이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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