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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 야당들의 탄핵 합의는 배신이다
정의당은 번복하라

11월 19일 전국 동시 다발 시위에 95만 명이 참가했다. 서울에서만 60만 명이 참가했다. 2주 연속 대규모 시위가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35만 명이 참가했다.

부산에서 10만 명이 참가했다. 오랫동안 새누리당의 아성이었던 부산에서 의미심장한 정치 변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미 지난 총선에서도 여당이 사실상 야당에 패배했다. 또, 박근혜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도 3만 명이 도심 대로를 점거하고 행진했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박근혜의 대구·경북 지지율도 5퍼센트로 나왔다.

19일 집회는 지난주 초부터 개시된 박근혜의 반격에 맞선 퇴진 운동 측의 응전이었다. 박근혜는 지난주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새누리당 내 반대파(친이계)와 제1야당 지도자를 겨냥한 부산 엘시티(LCT) 비리 수사를 지시했다. 국정 운영 일선으로 복귀할 준비도 했다.

19일 집회에는 12일 집회에 이어 조직 노동자들이 많이 참가했다. 특히 서울과 부산에서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꽤 참가했다. 그리고 한국노총 노동자들 3만여 명이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박근혜 퇴진 집회에 참가했다. 한국노총 노동자들은 자체 집회가 끝난 뒤 광화문광장으로 행진해 와 미리 자리를 잡고 있던 박근혜 퇴진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다. 2007년까지만 해도 이명박을 지지했던 한국노총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한 것은 시사적이다.

19일 집회에는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이 대거 참가했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방송차에서 정유라와 장시호의 교육 특혜와 대조되는 평범한 청년들의 불평등한 현실에 분노하는 10대들의 울분을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행진에서도 활력이었다.

본대회 전에 열린 세월호 시국 강연회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은 박근혜 정부 하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 운동이자, 노동자 투쟁과 함께 양대 저항 운동의 축이기도 했다. 이날 집회는 ‘세월호 세대’ 청년들을 비롯해 수십만 명이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참사 진실 은폐에 맺힌 응어리가 크다는 것을 보여 줬다. 고등학생과 청년들은 자유 발언대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사라진 박근혜의 7시간 의혹 등을 제기하며 박근혜를 살인자라고 불렀다.

다음은 무엇이 돼야 하는가?

대규모 시위 다음 날(20일) 검찰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시위대를 자극할까 봐 발표 날짜를 20일로 한 것 같다.

검찰은 박근혜를 범죄 피의자로 발표했다. 박근혜도 최순실·안종범과 공모한 범죄 혐의자라는 것이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위해 수백억 원을 걷고, 롯데·포스코·현대차·KT 등에 현금이나 부당한 특혜 거래를 요구하고, 정부 문서를 유출시킨 사건에서 박근혜가 사실상 주범이라는 것이다.

검찰이 박근혜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시킨 것은 박근혜에 커다란 타격이다. 박근혜의 악행을 뒷받침해 온 핵심 국가기관이 박근혜를 더한층 궁지로 몰아넣었다. 청와대는 “객관적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라고 격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나 향후 전망을 낙관할 수는 없다. 검찰은 뇌물죄 혐의를 뺐다. 온갖 사업성 특혜, 노동개악, 감세 정책 등 혜택을 누려 온 재벌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그리 되면 박근혜의 죄도 경감된다. 김기춘·우병우 등은 아예 기소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검찰의 늑장 수사로 범죄자들이 증거를 상당히 인멸했다.

박근혜는 검찰 조사를 일절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했다. 야당이 추천한 특검이 “중립적”이지 않다며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또, ‘탄핵할 테면 해 봐라’ 하고 나왔다.

그런데 검찰 발표 직후 야당 대선 주자들이 회동해 박근혜 퇴진 운동과 국회 탄핵소추 검토를 시작하겠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탄핵은 새누리당과 협상해야 하고, 탄핵소추에 성공해도 지금으로선 황교안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다. 민주당 대표 추미애와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박지원이 박근혜와의 영수회담에 미련을 못 버리는 이유도 권한대행 총리 문제 때문이다. 20일 회동한 야권 대선 주자들도 국회 주도 총리 선출이 필요하다고 합의했다. 결국은 탄핵 대상을 임명권자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후의 반동적 보루 헌법재판소도 남아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탄핵절차는 자칫하면 박근혜의 임기를 거의 보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 과정은 현재의 운동의 김을 빼는 반격에 시간을 벌어주는 구실을 할 공산이 크다.

이렇듯 대중 투쟁에 의한 현 정권의 “즉각 퇴진”이 아니라 국회 탄핵을 채택하면,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중요한 정치 협상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거리의 박근혜 퇴진 운동을 수동화시키고, 국회 안 논의로 제약하게 될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반박근혜 투쟁과 여론의 중심은 거리에 있는데 말이다. 결국은 국회에 맡기고 이 운동을 이제는 정리하자는 뜻이다. 따라서 정의당이 '탄핵' 야합에 동참한 것은 유감이다. 즉시, 번복해야 한다.

검찰의 중간 발표 이후 박근혜 퇴진 운동은 중대한 국면에 서 있다. 야권 대선 주자들이 모인 ‘비상시국정치회의’가 탄핵 추진에 합의했다. 이들은 “국민적 퇴진 운동”과 탄핵을 병행하겠다고 했지만, 강조점은 탄핵이다. 거리의 퇴진 운동을 국회 안으로 수렴시키려 한다.

‘퇴진행동’은 ‘비상시국정치회의’의 투 트랙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 탄핵이 아니라 대중 투쟁에 의한 “즉각 퇴진” 입장을 재차 밝혀야 한다. 그리고 11월 26일 5차 행동은 수도 집중으로 해야 한다. 이번 주는 박근혜 퇴진 운동이 시작된 10월 말 이래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때다. 수도 집중을 통해 대중의 힘과 투지를 극대화해야 한다.

민주노총도 더 많은 조합원들이 조직적으로 이 운동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벌들은 박근혜의 버티기가 상황을 악화시켜 재벌들까지 뇌물죄로 엮이는 상황이 가장 싫을 것이다. 특히 민주노총은 되도록 일찍 실질적인 파업에 돌입하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애써야 한다.

※ 이 글은 개정판인데, 탄핵의 문제점으로 박근혜 퇴진 대중 투쟁을 국회 논의로 돌려 운동을 정리하자는 것임이 강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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