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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협약을 누더기로 만든 부국 정부들

지금으로부터 2억 5천만 년 전 모든 생물 종의 90∼95퍼센트를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한 거대한 위협이 앞으로 1백 년 안에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가 이에 대해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못한다면 말이다.

당시에 대규모 지각 변동과 화산 폭발로 생겨난 온실효과와 단 6℃의 평균 기온 상승이 이런 대재앙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화석연료(석유·석탄·가스 등)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대 자본주의 산업이 배출하는 대량의 이산화탄소는 20세기 동안에만 지구의 평균 기온을 0.6℃ 상승시켰고, 과학자들은 이대로라면 다음 세기가 되기 전까지 최대 5.8℃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미 지난 30년 동안의 기온 상승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위협받고 있다.

해수면의 상승은 지진해일 같은 자연재해의 규모를 증폭시킬 뿐 아니라 홍수와 산사태를 일으키고 열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늘리고 있다. 재작년 여름 동안 유럽에서는 3만 5천여 명이 단지 더위로 목숨을 잃었다.

아프리카의 사헬지역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연평균 강우량이 4분의 1로 줄어들었고 1천 년 동안 유목사회를 유지하던 니제르의 투아렉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정착 생활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아시아의 아열대 지방과 온대 지방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미쳐 버린 세계가 어디에 비를 뿌릴지 늘 두려움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다.

미국의 대서양 연안 지역에서는 한층 강력해진 엘니뇨 사이클의 효과로 지난해 9월 한 달 동안에만 초대형 허리케인이 4차례나 찾아왔고 수백만 명이 대피해야 했다.

지구가 따뜻해지면 말라리아와 설사병처럼 해마다 2백만여 명의 아이들을 죽게 만드는 수인성 질병의 파괴력이 증대된다.

그러나 이런 모든 재앙의 가능성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 세대가 지나도록 각국 정부는 지구와 인류의 앞날보다는 단기 이윤 획득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1997년에서야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계획이 구체화된 교토협약은 미국과 그 추종국들 ― 일본, 뉴질랜드 등 ― 을 비롯한 선진국 정부들의 보이콧으로 8년이 지나도록 전혀 실행되지 않았다.

결국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이 빠진 채로 올해 2월 16일부터 교토협약이 발효된다.

부시는 정작 미국의 교토협약 비준은 거부하면서도 2000년 이래 꾸준히 교토협약의 내용을 후퇴시키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그 결과 교토협약은 애초의 취지를 무색하게 할 만큼 누더기가 돼버렸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목표치는 이론적으로 필요한 감축 목표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세계의 굴뚝” 중국이나 세계 9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남한은 이 협약의 의무 대상국이 아니다.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돼 자본주의 선진국들은 개도국이나 후진국으로부터 배출권을 사들여 굳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고도 교토협약을 ‘준수’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1월 러시아가 교토협약에 서명해 그 효력을 발휘하게 되자 일본과 서유럽의 정부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이 배출권의 가격과 공급량의 실태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7년 전에 만들어진 교토의정서의 “법적 효력”이라는 문구는 이제 그들이 즐겨 사용하는 용어인 “정치적 책임”으로 바뀌어 버렸다.

지구온난화를 막지 못하는 데는 기술적·과학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가 걸려 있다. 에너지 기업들이 대체 에너지가 아직 비싸다고 하는 이유는 그 기술들이 대량 생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가난한 나라들은 이런 걸 이용할 경제력이 없다. 따라서 선진국들의 연구와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후진국들이야말로 북반구의 선진국들, 특히 미국이 만들어내는 온난화 효과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데도 부시와 체니는 전 세계 생산량의 16퍼센트를 차지하는 석유·자동차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이런 일들을 가로막고 있다.

이윤이 아니라 인류 전체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소수가 장악하고 있는 정치 권력을 전 세계 민중의 수중에 넣을 필요가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후 변화를 걱정하며 각국 정부와 대기업들에 항의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전망이다. 최근의 이상 기후와 세계적인 기후 변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에게 시간이 그다지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지구를 파괴하는 범죄자들과 부시에 맞선 행동을 조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