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22일 〈벌떡교사들〉이 발표한 성명서다. 〈벌떡교사들〉은 현장 교사들이 직접 만드는 월간 신문이다.


민주노총이 “박근혜 즉각 퇴진! 박근혜 정책 폐기!”를 요구하며 11월 30일 총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전교조 중앙집행위는 민주노총 결정에 따라 그날 중앙 집중 연가 투쟁을 하기로 결정했다. 중집의 결정을 환영한다.

박근혜는 대규모로 일어난 퇴진 운동 앞에서 처음에는 몸을 낮추는 듯했다. 그러나 지금 반격을 가하고 있다. 부산 LCT 비리 수사 지시가 작전 개시명이었던 것 같다. 새누리당 내 반대파를 단속하겠다는 것이다.(그러나 새누리당이 워낙 부패해 친박계도 당할 수 있다.) 박근혜는 검찰 수사도 거부했다.(검찰은 박근혜를 피의자로 발표했지만, 정작 뇌물죄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중립적인 특검” 운운하는 것은 특검의 무력화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퇴진 투쟁으로 박근혜가 궁지에 몰린 것은 사실이다. 궁지에 몰렸다는 것이 곧 퇴진이 임박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박근혜는 싸워 보기 전에는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1백만 명이 시위했는데도 악행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11월 22일 국무회의는 한일군사정보협정을 의결했다. 국방부는 롯데와 사드(THAAD) 배치 부지 교환을 합의했다. 교육부는 11월 28일에 국정 역사 교과서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동개악과 교육 개악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를 통해 박근혜는 자신이 여전히 재벌에 쓸모 있음을 증명해 보이려 한다. 새누리당이 한 지붕 세 당으로 분열해 있지만, 전경련·대한상의·무역협회·경총·중기중앙회 등 경제 5단체는 박근혜 퇴진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재벌이 박근혜에게서 등을 돌리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로서는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재벌들이 이윤에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물론 파업 없이는 박근혜가 절대 퇴진하지 않을 거라는 기계론적 입장을 피력하는 것이 아니다. 국제적 경험을 보더라도, 2001년 12월에서 2002년 1월에 전개된 아르헨티나 반란 때 대통령 4명이 쫓겨났지만,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파업이 있지는 않았다. 가장 유력한 운동 방식은 실업자들(피케테로스)의 도로 봉쇄 투쟁과 주민회의(peoples’ assembly)였다.

지금 한국에서 전개되는 박근혜 퇴진 투쟁은 그 형태가 민중의 투쟁(민란)이다. 그러나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이 투쟁 시작 전부터 파업을 벌인 덕분에 과거 많은 정치 투쟁들과 다르게 조직 노동자 운동이 퇴진 운동의 선두에 서 있음도 같이 봐야 공정할 것이다.(아르헨티나의 반란과는 다른 점이다.) 그 방식은 매주 토요일 거리 시위다.

모름지기 모든 거대한 운동은 민중의 투쟁이라는 형식을 취한다. 그리고 거리 시위도 중요한 정치적 항의 방식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시점에서 민주노총 파업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은, 먼저 그것이 박근혜 퇴진 투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급은 다른 사회 계급이 지니지 못한 능력, 즉 자본주의 작동 원천인 이윤을 생산할 수도 있고, 생산을 마비시킬 수도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노동계급이 생산을 마비시킬 수 있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수단과 방식 ― 파업 ― 을 사용해 민중의 투쟁에 참가하면, 그 투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 주말 거리 시위 중심의 투쟁을 더 단단하고 깊어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의 11월 30일 파업은 더 실질적이 돼야 한다.

또, 노동자들이 그저 민중의 일부가 아니라 그것과는 구별되는 자기 계급의 고유한 능력을 발휘한다면, 집단적 자신감이 올라가 박근혜가 그동안 저지른 악행에 맞서 싸우는 데도 이로울 것이다. 그것은 노동계급의 장기적인 해방 프로젝트를 향한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다.

정치적

노동자 파업의 주 효과는 경제적인 것인데, 전교조의 연가 투쟁은 기업주의 이윤을 타격하는 경제적 효과는 거의 없다. 그렇다고 파업(또는 연가 투쟁)의 정치적 측면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초부터 교육 공격을 가했다. 규약시정명령과 법외노조 등 노동기본권을 공격하고, 공무원연금 삭감 등 임금을 깎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등 국가주의 교육을 강화하고, 교원평가제도 악화 등 교육판 노동개악 공격을 했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에 굴복하지 않았다. 특히 2013년 10월 조합원 총투표에서 규약시정명령을 거부함으로써 박근혜 정부에 무릎 꿇지 말고 저항하자는 중요한 메시지를 노동운동 전체에 던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일찌감치 ‘박근혜는 대통령 아님’을 선포하고 저항했던 전교조가 완전히 정당했음을 보여 준다.

11월 30일 연가 투쟁을 중앙 집중으로 한 것은 연가 투쟁의 정치적 효과를 높이는 방식이다. 파업권도 없는 전교조 조합원 수천 명이 용기 있게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집회와 행진을 하면 정치적 시위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를 통해 박근혜 퇴진이 교사들 속에서도 광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전교조의 노동조합 인정과 국정 역사 교과서 철회 같은 교사 노동자 고유의 요구를 사회적으로 환기시킬 수 있다.

또, 전교조의 연가 투쟁은 다른 부문 노동자들이 박근혜 정부의 극심한 위기를 이용해 자기 부문의 고유 요구를 결합시켜 투쟁하도록 고무할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 내내 굴복하지 않은 저항자였던 전교조가 부패한 박근혜 정부의 심장에 민주주의의 십자가를 꽂자.

2016년 11월 22일
저항하는 교사들의 네트워크 〈벌떡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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