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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총투표:
지도부의 동요에도 조합원 70퍼센트가 파업에 찬성하다

박근혜 퇴진 집회에 참가한 금속 노동자들 ⓒ조승진

11월 23~24일 진행된 ‘박근혜 퇴진을 위한 금속노조 총파업 찬반투표’가 70.26퍼센트의 높은 지지로 가결됐다. 주요 대공장의 하나인 한국지엠지부와 기아차지부에서는 찬성률이 각각 84.4퍼센트, 79.1퍼센트로 압도적이었다.

찬반투표 기간 동안 사용자들은 ‘민주노총·금속노조에 휘둘려선 안 된다’, ‘정치파업 하면 노동자들만 손해다’는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박근혜 퇴진 투쟁을 결코 남의 일로 여기지 않았다.

예컨대, 한국지엠 노동자들은 ‘박근혜 정권 퇴진 조합원 시국대회’를 열고 공장 밖으로 나와 거리 행진을 벌였다. 조선업 노동자들은 구조조정 저지와 박근혜 퇴진을 내걸고 파업과 시위에 나섰다.

11월 12일에는 금속노조 조합원 2만여 명이 다른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함께 1백만 행진의 선두에 섰다. 현대차와 기아차에서도 수천 명씩 참가해 활력을 보여 줬다.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 파견 확대 등 노동개악을 추진해 온 박근혜 정부와, 박근혜에 수백억 원의 뒷돈을 대 준 삼성·현대차 등 재벌들에 분노를 터뜨렸다.

이런 열기 덕분에 현장에 찬반투표 공고가 난 지 1주일도 되지 않고, 주요 지부 지도부가 뒤늦게 공개적으로 파업 가결을 호소했는데도, 가뿐히 파업이 가결된 것이다.

그런데 현대·기아차 등 금속노조의 일부 지도자들은 ‘현장이 파업할 준비가 안 됐다’, ‘파업 날짜를 미리 정해 놓고 찬반을 물으면 혼란을 줄 수 있다’며 회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래서 현대차에서는 파업 지지율이 47.6퍼센트로 절반에 조금 못 미쳤다. 박유기 지도부가 파업에 열의가 부족하다는 점을 조합원들이 모르지 않았을 것이고, 얼마 전까지 진행된 대의원 선거 기간 동안 활동가들이 박근혜 퇴진 투쟁을 잘 연결시키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장 조합원들의 분노가 높지만 사업장별로 지도부의 열의 정도에 따라 찬반투표 결과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지난 21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의 36퍼센트가 ‘파업 찬반투표가 아니라 오늘 총파업을 결정하자’는 수정안을 지지했다. 24퍼센트는 이에 더해 파업 시기를 당기고 수위를 높이자는 수정안에도 찬성했다.

비록 현대차에서 찬성률이 절반에 못 미쳤지만, 금속노조 총파업 찬반투표는 가결됐다. 따라서 현대차 박유기 집행부는 28일 자체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파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식으로 투쟁을 회피하지 말고, 즉각 파업 동참 방침을 밝혀야 한다.

기아차지부도 30일 예정된 지부 대의원 선거를 핑계로 파업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김성락 집행부는 “압도적 가결이 되더라도 무조건 파업 하자는 것이 아니다” 하고 말했다.

높은 지지로 파업을 가결시킨 조합원들의 의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노동조합 민주주의의 전제는 행동 통일이다. 현대·기아차의 활동가들은 11월 30일에 모두 다 함께 파업에 나설 수 있도록 현장에서 투쟁을 선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