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박근혜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지율이 몇 주째 5퍼센트 이하인 사면초가 신세도 위협이겠지만, 지배계급의 한 주요 부분이 그를 버리기로 한 것이 더 큰 위협일 것이다. 

이는 검찰이 그를 뇌물죄로 기소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방증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김무성이 야당들의 탄핵소추에 가세하기로 한 것으로도 방증된다. 한때 친박 좌장이었던 김무성의 집안 배경을 보면 그가 십중팔구 지배계급 주요 부분의 의사를 반영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부친은 ㈜전방 회장이었고, 형은 경총 회장이었고, 장인은 경향신문 사장과 공화당 국회의원이었고, 사돈은 바로 현대그룹 회장 현정은이다. 조카장인과 조카사위 등등 다른 친인척 상당수도 막강한 세도가들이다.

한편 지배계급의 다른 주요 부분은 박근혜 탄핵소추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에게 뇌물을 준 삼성 이재용과 SK 최태원 등등은 박근혜의 몰락이 자신들의 (재)수감과 대가성 사업의 곤란을 동반할 것이므로 탄핵소추에 쉽사리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자신이 강력하게 버티고 있다. 대통령은 단순히 자본가 계급의 집행 책임자인 것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국가기관으로, 그 자신이 지배계급의 주요 일부분이다.

따라서 탄핵 의결과 헌재 심판, 또 이후 대선까지 전체 정치과정이 지배계급의 내분으로 점철될 것이다. 그리고 우여곡절과 함정이 있어서 국민 대중을 당혹케 할 경우가 왕왕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가능한 한은 항의 운동이 계속돼야 하는 것이다.

이제 박근혜가 퇴진해야 하는 이유 자체를 새삼 생각해 봐야 한다. 분명 박근혜 게이트로 불리는 정치적 부패는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그것이 그가 물러나야 할 유일한 이유인가?

온갖 못된 짓

그는 불황을 조금치도 완화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불황의 효과를 노동계급과 대다수 여성, 서민에게 떠넘겨 우리의 삶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조선업 고용조정(해고와 비정규직화, 임금 삭감)과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등은 가장 최근의 사례일 뿐이다. 이보다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도 사례가 너무 많아져 제목 나열만 하는 것도 불가능할 지경이다.

그는 미국과 일본 제국주의자들에게 매우 후하고 관대하게 군사적 이득과 편의를 봐 줬다. 사드 배치와 한일군사협정은 그 최근 사례일 뿐이다.

그는 진보당을 강제 해산시키고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합법성을 박탈하는 등 정치적 기본권과 노동기본권 등을 일부 유린해 왔다. 국민 속에서 ‘권위주의로의 회귀’라는 공포심을 조장하려 애쓴 책임이 있는 것이다.

박근혜는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지금 야당들은 탄핵소추를 추진함으로써 박근혜 반대 운동의 주도권을 자기 쪽으로 가져오려 하고 있다. 그들의 손안으로 운동의 주도권이 넘어가면 박근혜의 온갖 못된 짓들 가운데 극히 일부만이 되돌려 놓아질 것이다.

특히, 시장 지향의 경제개혁과 노동개혁 등 노동력 착취와 관련된 이슈들은 대부분 거의 손도 안 댈 것이다. 이 와중에도 철도 노동자들의 파업에 귀도 기울이지 않는 것을 보라.

미·일 제국주의를 돕는 외교적 조처들도 겉치레에 불과한 손질만 한 채 본질적으로 건재하게 될 것이다.

노동계급과 천대받는 다른 사회집단들은 박근혜의 퇴진이 단지 국가 기구 최상층부의 몇몇 인물들만의 교체로 끝나지 않고 폭넓은 개악 철회를 수반하도록 박근혜 퇴진과 자기들 자신의 조건 개선, 둘 모두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둘의 연결은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적 민주주의) 하에서 자연스럽지 않을 수 있다. 최순실 딸 정유라가 연루된 이화여대 사례는 이례적일지 모른다.

희망은 막연한 낙관 아니다

박근혜 퇴진과 대중의 고유한 부분적 요구들이 서로 연결되려면 운동이 훨씬 더 폭넓은 계급투쟁으로 확대돼야 한다. 

그래서 단지 일부 국가기관 상층부를 차지한 인물들만을 교체하는 것을 지향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 자체를 문제 삼도록 발전해야 한다.

물론 박근혜가 즉각 퇴진하는 것 자체만도, 또 그가 탄핵으로 물러나는 것 자체만도 진보이다. 모두 대중 항의 운동의 효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르크스주의자는 현재의 운동을 흠뻑 지지한다.

하지만 진보가 더 이상의 진보를 보증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소박한 낙관이다. 박근혜가 물러나도 황교안 같은 ‘공안’통이 어떤 권모술수와 야비한 계략으로 박근혜 퇴진 운동 내의 특히 진보·좌파 진영을 이간해 각개격파하려 들지 고려해야 한다. 

통치자들, 특히 그들을 배출한 지배계급은 허수아비가 아니다. 정치투쟁은 우리만 하는 게 아니고 적들도 한다.

게다가 야당들은 체제의 프레임 안에서 활동하고 그걸 지키는 데 헌신하기로 공적 약속을 한 세력이다. 그러므로 조만간 항의 시위를 중단시키려 들 것이다. 마치 온건한 노조 지도자가 교섭을 위해 ‘이 정도면 됐다’ 싶으면 쟁의를 중단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1987년 6월항쟁과 뒤이은 7~8월 대파업처럼 혁명적 좌파와 노동계급이 분출했던 대중 투쟁도 그해 말 대선에서 노태우가 승리하고, 1990년 1월 김영삼의 배신으로 3당 합당이 벌어지고, 1991년 분신정국에도 노태우를 퇴진시키지 못하고, 1992년 연말 김대중이 패배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1992년 9~10월경 노태우가 민자당을 탈당하고 중립 내각이라는 게 들어섰지만, 중부지역당(소위 민애전) 사건 등 마녀사냥은 극에 달했다. 이 글의 필자 자신은 당시에 다른 조직 사건으로 한두 달마다 반지하 월셋방을 전전하던 끝에 체포돼 수감 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박근혜 즉각 퇴진도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이후’를, 특히 위도 위이지만 아래를 생각해야 한다. 결국 천대받고 착취당하는 사람들이 해방되고 싶어서 하는 운동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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