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노동자들이 11월 30일 85.5퍼센트(민주노총 언론노조 KBS본부와 KBS노동조합 합계)라는 높은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시켰다. 양 노조는 12월 8일 오전 6시부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KBS 양 노조는 “공영방송 위상 추락에 대한 사장 대국민 사과 및 보도·방송 책임자 처벌, 공영방송 장악 진상 규명 및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통과, 일방적 임금 삭감 등 독선 경영 철회” 등 3가지 요구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KBS를 ‘청와대 방송’으로 만든 장본인들을 뿌리 뽑고, 여당 측 인사들이 공영방송 사장 선임을 결정하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선법’ 국회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KBS 사장을 선출하는 KBS 이사회와 MBC 사장을 선출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는 개정된 법안에 따라 여당 추천 이사 7명, 야당 추천 이사 6명으로 새로 구성돼야 한다. 그리고 새로 구성된 이사 중 3분의 2 이상의 찬성(특별다수제)이 있어야 사장 임명이 가능해진다. 즉, 현 KBS와 MBC 사장이 교체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이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어서, 현재 관련 법안은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다.

분노

KBS 노동자들은 그동안의 청와대 낙하산 인사들과 그 부역자들이 수 년간 망쳐 놓은 KBS를 이번 기회에 바로잡겠다며 파업에 나서려 한다.

최근 폭로된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영한의 비망록에는 청와대가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수석비서관 회의 등에서 KBS 사장 선임과 이사장 선출 등을 논의하며 깊숙이 개입해 온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심지어 청와대가 직접 KBS 보도에 간섭해 왔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현 새누리당 대표 이정현이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 내용과 보도 방향 등에 대해 직접 주문을 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렇게 임명된 청와대 낙하산들은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불리한 기사들을 통제하고 노조 탄압을 일삼아 왔다. KBS 사장 고대영은 10월 31일 언론노조 KBS본부 성재호 위원장을 징계에 회부했다. 고대영이 KBS 임원회의에서 '사드 관련 뉴스'에 대한 보도지침성 발언들을 쏟아냈다고 폭로한 게 그 이유다.

이런 상황이니 노동자들이 고대영 체제에 느끼는 분노가 매우 큰 것은 당연하다.

11월 중순 언론노조 KBS본부가 사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대영 취임 1년 평가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이 분노가 잘 나타났다.

고대영 취임 이후 ‘KBS가 공영방송과 언론 본연의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란 질문에 부정적 응답이 95.8퍼센트에 이르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KBS 뉴스에 대해서도 94.9퍼센트가 ‘잘못/매우 잘못 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응답자의 91퍼센트는 그 책임이 사장과 임원 간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고대영이 임명한 본부장 6인에 대한 신임 투표를 파업 찬반 투표와 함께 실시했는데, 노동자들은 압도적으로 불신임 의사를 표명했다.

또한 KBS 노동자들은 경영 위기의 책임을 임금 삭감과 성과 경쟁 확대, 인사 제도 개악 등으로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사측의 공격에도 반대하고 있다. 사측은 무려 15퍼센트의 임금 삭감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래서 돈벌이 경쟁과 ‘저성과자’ 낙인 찍기 등 고대영이 시행한 조직 개편과 현재 추진 중인 인사 제도 개악 시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매우 높다.  

사측의 전반적 노동조건 악화 시도가 관철되면, 노동자들은 정권과 윗선에 줄 서라는 압력에 더 내몰릴 것이다. 노동자들은 지금도 “바른 소리하는 사람들을 멀리 내쫓고, 승진과 자리를 놓고 줄을 세웠”다고 말한다. 따라서 공정 방송 쟁취와 임금·노동조건 개악 저지를 위한 KBS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당하다.

양 노조는 이번 파업 투쟁을 통해 “박근혜 퇴진과 탄핵 등을 위한 촛불집회에 선도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박근혜가 하야도 탄핵도 거부하고 있는 시점에서, KBS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고 박근혜 퇴진 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정치적 효과가 클 것이다.

양 노조는 12월 8일 오후에 공동 파업 출정식을 열고, 국회 앞에서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선법’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KBS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 투쟁에 적극적인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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