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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 부결 가능성:
유럽연합과 긴축에 대한 반감의 표출

12월 4일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를 놓고 세계 지배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중도좌파 민주당의 현 총리 마테오 렌치는 개헌안이 부결되면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거듭 밝혔는데, 차기 집권이 유력한 오성운동은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개헌 반대는 찬성보다 5~11퍼센트가량 더 높았다. EU 내 경제 규모 2위인 영국이 이미 EU를 탈퇴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4위인 이탈리아에서도 탈퇴를 주장하는 세력이 집권할지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경제적 파급력도 클 듯하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는 개헌이 부결되면 이탈리아 규모 3위의 은행이 파산하고 가장 큰 은행인 우니크레디트도 곤경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4년 집권한 렌치는 연금과 공공부문 삭감을 밀어붙이고 노동개악도 시도했다. 이에 맞서 많은 시위와 파업이 벌어졌다. 렌치가 집권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노동자 1백만 명 이상이 파업에 나섰다. 올해 10월에도 군소 노총들 주도로 1백만 명 이상이 참가한 파업이 벌어졌다. 11월 27일 로마에서는 수십만 명이 개헌 반대 투표를 주장하며 행진했다.

그러나 광범한 반정부 정서에서 수혜를 입은 것은 주로 우파 세력이다.

정체가 모호한 포퓰리스트 정당 오성운동은 부패 반대를 앞세우지만 동시에 이주민 단속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미디언 출신의 오성운동 지도자 베페 그릴로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자 크게 기뻐하며 “장차 꼴통과 야만인들이 세계를 이끌 것”이라고 했다.

강경 우파 정당인 북부동맹, 부패한 언론 재벌이자 여러 차례 총리를 지낸 우파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당’도 얼토당토않게 ‘기득권층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내세워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

반면 급진좌파는 베를루스코니의 집권을 막겠다며 거듭 민주당과 손을 잡으며 지지자들을 실망시키고 기회를 날린 후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위기는 광범한 긴축 반대 정서와 만만찮은 노동자 투쟁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급진좌파는 이런 상황 속에서 차근차근 다시금 세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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