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성과연봉제 철회 없는 파업 종료 합의는 폐기돼야 한다

이 기사는 노동자연대가 2016년 12월 8일에 발행한 리플릿에 실은 글이다.

철도노조 김영훈 집행부가 어제 기습적으로 성과연봉제 철회에 관한 그 어떤 약속도 없이 파업을 종료한다는 내용을 담은 잠정합의안에 사인했다. 이에 따라 집행부는 12월 9일 오후 2시 부로 파업을 종료하자고 말한다. 이른바 “현장 투쟁 전환”이 파업 종료임은 명백하다.

두 달 넘게 파업한 이유였던 성과연봉제 문제는 사측의 거부로 교섭 의제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성과연봉제 저지 파업을 접겠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심지어 잠정합의안에는 쟁의 기간에 사측이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개악한 사규조차 “시행 중단하고 노사협의”를 하겠다며 철회를 명시하지 않았다. 노조의 임금 요구안에서 중요 사안이었던 신입사원 연봉제 철회도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이 합의가 뜻하는 바는 빈손으로 복귀해 법원에 제출한 (성과연봉제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취업규칙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결과나 기다리자는 것이다. 집행부 자신도 법원 판결 결과를 장담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이것이 72일이나 파업하고, 거듭 투쟁 의지를 밝혀 온 조합원들에게 할 말인가?

비민주적

김영훈 집행부는 이번 합의를 두고 “노사관계를 재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성과가 있다고 포장하지만, 이는 자기 기만이다.

12월 7일자 철도노조 총파업 속보 〈함께 가자〉는 “공사 경영진이 예산 삭감을 이유로 강도 높은 인력 감축을 추진”할 것이고, “경영평가성과급 산정 시 국토부의 평가 결과를 반영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집행부조차 앞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성과주의 강화가 추진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그런데 70일이 넘도록 파업에 헌신한 노동자들이 쓰디쓴 심정으로 빈손 복귀를 한다면, “노사관계 재편”의 칼자루는 사측이 쥘 가능성이 높다. 철도 노동자들은 2013년 파업 복귀 후 지긋지긋한 공격에 3년 동안 시달린 경험도 있다.

뻔히 불리한 상황이 예상되는데도 노조 집행부가 파업 종료를 거듭 추진하는 것은 스스로 패배를 자초하는 것이다. 한 노동자의 말처럼, 어떻게 포장을 하든 이것은 ‘투항’이다.

게다가 이 결정은 지독히도 비민주적으로 진행됐다.

잠정합의 전에 합의 내용에 대한 보고도 없어서, 철도노조 지부장들과 조합원들은 점심 식사 중에 언론 보도를 보고 이 소식을 접했다!

철도노조 집행부는 언론에 “며칠 안에 공식적으로 파업을 철회하고 현장에 복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위원장을 찾아간 노동자들은 “언론을 통해 합의를 알아야 하느냐” 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장 조합원들의 투지

무엇보다 현장 조합원들은 11월 22일과 28일 두 차례나 성과연봉제 철회 없는 파업 종료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표명했다. 게다가 11월 22일 확대쟁대위 회의에서 김영훈 위원장은 “전술 전환”(파업 종료)은 조합원들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진행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11월 28일에도 김영훈 위원장은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수용되면 파업 종료를 하겠다며 국회에서 철도파업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에 기대를 걸었지만, 이조차 새누리당의 거부로 무산됐다. 이때도 파업 종료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상당했다.

그런데 김영훈 위원장은 자신이 말한 “전제 조건”조차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또다시 파업 종료를 추진하고 있고, 조합원들 의사도 묻지 않고 언론에 알렸다. 이는 조합원들과의 약속을 쓰레기통에 처박은 것이고,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해치는 것이다.

지금 현장 조합원들이 파업 종료에 반대했던 이유들 중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노동자들이 상당히 격분한 것은 당연하다.

파업 종료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서울지역 지부장들과 조합원 3백여 명이 철도노조 사무실에 모여 파업 종료 합의에 대해 항의했다.

철도노조 지도부는 철도 파업이 “국정마비” 때문에 “표류”하고 있어서 끝내야 한다고 말하지만, 노동자들은 오히려 지금 기회에 더 밀어붙여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구로승무지부 노동자는 “이틀 뒤면 탄핵안이 발의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접고 들어간다는 게 말이 되느냐” 하고 항의했다.

성북역지부 노동자도 “정세는 우리에게 유리합니다. 그런데 왜 위원장님은 외통수로 버티는 홍순만 사장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워 줍니까? 참을 수 없이 화가 납니다” 하고 말했다.

이와 같은 항의는 현장 조합원들의 투지가 아직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두 차례에 걸친 집행부의 파업 철회 시도를 막아내고 파업 대열이 여전히 강고하게 유지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김영훈 집행부는 언제든 재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파업은 지도부가 원할 때 아무 때나 꺼내 쓸 수 있는 주머니 속 칼이 아니다. 노동자들이 이토록 투지를 발휘할 때야 말로 투쟁을 지속해야 한다.

구심이 필요하다

김영훈 위원장 앞에서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복귀를 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위원장님이 우리를 흔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굳건합니다!”

이처럼 지금도 상당수 현장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더 이상 싸울 의지도, 힘도 없어 후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랬다면 두 번이나 파업 종료 시도를 막기 위해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직 철도 파업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도 현장 노동자들의 투지를 결집시켜 파업 종료 시도를 막아 내야 한다. 심지어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총회(찬반투표)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파업을 종료한다는 것은 절차에도 맞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파업 종료에 반대하는 지부장과 활동가들이 신속히 항의를 지속하고 확대할 구심이 돼야 한다. 파업 지속을 위해 노력해 온 서울지방본부도 현장 조합원들의 열망을 대변하는 원칙을 끝까지 고수해야 한다.

그래야 더는 어찌해 볼 방법이 없다고 노동자들이 체념하지 않고 다시 한 번 파업 종료 시도를 막기 위한 행동에 동참하도록 만들 수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파업 지속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그 속에서 향후 투쟁 지속을 위한 대안을 마련할 단초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