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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위원장 선거에서 좌파 후보가 승리하다

지난주에 치러진 18대 전교조 위원장 선거에서 투쟁을 강조해 온 조창익·박옥주 후보가 당선했다. 전교조 내 좌파인 ‘교찾사’(교육노동운동의 전망을 찾는 사람들) 경향의 후보가 지도부 선거에서 세 번 연속 당선한 것이다.

좌파 선본의 완승이었다. 지난 두 번의 선거에 견줘도 득표율(53.67퍼센트)이 1~2퍼센트 늘었고, 상대 후보와의 격차도 9퍼센트로 크게 벌어졌다. 상대 후보 출신 지역인 경기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지지율이 전국적으로 고르게 상승했다.

ⓒ사진 출처 교육희망

이번 선거 과정과 결과를 보면, 다수 조합원들이 박근혜 정부에 맞선 전교조의 지난 4년 투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이끌어 온 좌파 집행부에 지지를 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창익 후보 조는 “전교조가 움직이면 세상이 바뀝니다”는 슬로건으로 “박근혜 정책 전면 무효화”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노동기본권·정치기본권 쟁취,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교원평가-성과급 폐지” 등 박근혜 교육 정책 폐기 투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에 조합원들이 더 큰 동의와 지지를 보낸 것이다.

또, “지난 4년의 투쟁을 이어 받아 승리로 마무리하겠다”는 결의를 강조했는데, “전교조의 투쟁이 백만 촛불의 불씨가 되었다”는 주장은 특히 조합원 사이에서 폭넓은 공감을 얻었다. 조창익·박옥주 당선인은 박근혜 정부의 전임자 복귀 명령을 거부하고 투쟁하는 과정에서 해직됐다. 탄압에 흔들리지 않고 원칙을 지키며 투쟁에 헌신해 왔다는 점도 엄중한 정세에 전교조 투쟁을 이끌어 나갈 적임자라는 조합원들의 판단에 일조한 것이다.

반면, 상대 후보 조였던 ‘소통과 실천 교사 모임’(옛 참교육실천연합) 경향은 투쟁보다는 ‘전교조 내부 혁신’을 강조했다. 박근혜 퇴진은 예정돼 있는 듯 낙관론을 펼치며 투쟁 과제는 건너뛰고, ‘추첨 대의원제’ 등 ‘전교조 의사 결정 구조의 혁명’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박근혜에 맞선 투쟁을 문제라고 평가하기 어려우니, ‘전교조 의사 결정 구조’라는 내부 혁신 문제를 집행부 심판 공약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퇴진과 박근혜 정책 폐기가 퇴진 운동의 주요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전교조가 우선 바뀌어야 한다는 점은 조합원들에게 설득력이 떨어졌다.

전 민정수석 김영한의 비망록에서 드러났듯이, 청와대가 전교조 죽이기를 진두지휘해 왔다.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내몰아 교사들의 단결권마저 박탈했다. 교원평가를 훈령화로 한층 강화하고 교원업적평가를 도입했다. 교사들의 연금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 임금과 노동조건을 공격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 삭감으로 학교 근무 여건도 악화됐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기어이 강행했다. 한마디로 경제위기 고통전가와 박근혜의 교육농단으로 교사들의 고통이 더욱 심화됐다. 그래서 전교조 조합원들은 누구보다 박근혜의 퇴진과 박근혜 정책 폐기를 바란다.

이번 선거는 특히 강력한 박근혜 퇴진 운동 한복판에서 치러졌다. 퇴진 운동은 전교조 조합원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11월 30일 민주노총 총파업과 함께 벌어진 연가투쟁에 전교조 조합원 1천여 명 정도 참가한 것에서 보듯 퇴진 투쟁이 즉각적으로 조합원들의 전투적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투쟁을 강조하는 좌파 후보에 우호적인 정서를 형성시켰다. 반면, 상대 선본은 선거운동에서 이번 연가투쟁의 규모가 작았다는 점을 들어 좌파 선본의 투쟁 강조 경향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스스로 행동에 나설 만큼 자신감이 높지는 않지만 지도부가 투쟁을 조직하기를 바란다. 최근 몇 년간 선언이나 서명, 교사대회 등 집회 참여 인원이 지속 증가해 왔다. 특히, 박근혜 정권의 위기와 퇴진 운동의 고양이 조합원들의 사기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직 충분하지 않지만 조금씩 회복하는 자신감이 좌파 지도부의 완승으로 나타난 것이다.

조창익·박옥주 당선인은 “조합원들의 선택은 광화문에서 타오르는 촛불 민심, 세상을 변혁하라는 시대정신에 기반한 것이라 여긴다”면서 “박근혜 통치 4년 무효화 투쟁으로 새로운 교육체제를 세우기 위한 대장정에 나서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신임 전교조 지도부가 선거 운동에서 강조했듯이, ‘박근혜 즉각 퇴진’과 ‘박근혜 교육정책 폐기’ 투쟁을 적극적으로 건설해 나가길 바란다. 조창익 후보 조를 지지했던 활동가들은 좌파 지도부의 당선을 이용해 조합원들의 불만과 자신감의 간극을 메우고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건설하는 중요한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