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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의 배경:
제주 해군기지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세월호 참사의 배경으로 제주 해군기지가 지목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지배자들은 “안보”를 명분으로 해군기지 건설을 정당화해 왔다. 그러나 저들의 안보는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이 세월호 참사로 드러났다.

제주 해군기지는 지역 주민의 삶을 철저히 짓밟으며 건설됐다. 지난 수년 동안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해 온 지역 주민과 활동가들은 경찰서에 잡혀가고 벌금 폭탄 때문에 고통받았다. 경찰의 폭력도 계속됐다. 삶터를 빼앗긴 강정 주민들에게 해군은 공사 지연의 책임을 물어 34억 원이 넘는 구상권까지 청구했다. 후안무치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김대중 정부가 계획하고 노무현 정부가 건설을 결정한 제주 해군기지는,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 전략과 맞물려 추진됐다. 박근혜는 대선 후보 시절 “제주도를 제2의 하와이로 만들자”며 해군기지 건설을 적극 찬성했다. 지배자들은 제주 해군기지가 “대양 강국”의 발판이라고 주장했는데, 제국주의 패권 정책을 도우며 군사적 입지를 다지려 하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군사적 우위를 이용해 자본주의 이윤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유지하려 해 왔다. 미국은 해군력의 60퍼센트가량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중해 중국이 중국 남쪽 해양부터 서쪽으로 뻗어나가는 것을 견제하는 “봉쇄전략”을 펴고 있다.(한국도 이 계획의 일부다.) 2011년 당시 미국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는 “앞으로 미군은 아시아에서 기항지를 늘리고 다수 국가와의 다국적 훈련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도 이 지역에서 미 해군 함정을 2백72척에서 3백50척으로 늘릴 것이라 밝히고 있다.

제주도는 입지 면에서 오키나와나 괌보다 중국·대만과 가까워서 대중국 견제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위키리크스의 폭로를 보면, 2007년 4월 주한미국대사관은 미국 국무부에 보낸 문서에서 제주 해군기지가 “동쪽으로는 일본으로 항해하고, 서쪽으로는 중국으로 항해하며, 남쪽으로는 대만으로 항해하며, 또한 동남아시아를 오가는 중요한 해상 교통로를 위한 이상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제주해군기지 모습 ⓒ해군

격화되는 미―중 갈등

한국 정부는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의 이해관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2012년 김광진 의원은 해군기지 부두의 수심이 미국 핵잠수함 기준에 맞춘 것이라 폭로했다. 2009년 1월 해군본부가 발행한 〈06-520 기본계획 및 조사용역 기본계획 보고서〉를 보면 항만시설 소요기준에는 “잠수함 부두의 전면수심은 발주처의 요청으로 12m 적용”이라 명시돼 있다. 이는 미국 핵추진 잠수함에 맞춘 것이다. 장하나 의원도 “제주 해군기지가 핵추진항공모함을 전제로 설계됐고 주한미군해군사령부(CNFK)의 요구에 만족하는 수심으로 계획됐다”고 밝혀냈다.

노무현 정부 당시 합의한 전략적 유연성 개념에 따라, 미군은 제주 해군기지를 활동의 전초기지로 삼을 수 있다. 게다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 주둔군 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군은 필요에 따라 언제든 제주 해군기지를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주한 미 해군사령관 프란체티는 이임식에서 ‘미 해군은 제주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즉시 항해와 훈련을 목적으로 함선들을 보내기를 원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미국 한국정책연구소 특별연구원인 크리스틴 안은 “내가 워싱턴의 한국 대사관에 전화로 제주도 해군기지에 관해 항의하자 ‘우리한테 전화하지 말고 미국 국무성이나 국방성에 전화하세요. 해군기지를 건설하도록 우리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최근 미·중 갈등이 격화될 조짐이 보인다. 최근 트럼프가 대만 총통과 전화 통화를 하자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협한다며 즉각 반발했다. 미국 정찰기가 중국 근해에 나타난 횟수가 2009년 2백60번에서 2014년 1천2백 번으로 늘었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은 핵 항공모함 존 C 스테니스와 미사일 구축함 윌리엄 P 로런스 호를 남중국해에 파견하기도 했다. 중국도 이에 질세라 항공모함과 핵탄도미사일 발사 전략잠수함 등 무기 보유를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사드 배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맺으면서 미·중 갈등에 더욱 깊숙하게 연루되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중국 지배자들은 여러 차례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한국 정부가 해군기지 건설 명분으로 내세우는 이어도 초계 활동도 중국의 방공식별구역과 겹쳐 군사적 긴장을 초래할 위험을 안고 있다.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서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한편, 한국 국방부는 2017년 국방 예산을 전년도 대비 5.3퍼센트 늘려 요청했는데 지난 10년 사이 한국 국방예산은 갑절로 뛰었다. 예산 부족 운운하며 노인 기초연금 공약을 파기하고 세월호 특조위 예산도 삭감해 놓고는 말이다.

결국 제국주의 패권 경쟁에 따른 군비 확대와 군사적 불안정의 피해는 이런 결정에 어떤 영향력도 끼칠 수 없는 평범한 노동자 대중이 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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