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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이후:
타이완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다

12월 2일 미국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와 타이완 총통 차이잉원의 전화 통화는 동아시아 정세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줬다. 미국과 타이완 정상들 간의 통화는 무려 37년 만의 일이다. 그만큼 미국은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의식해 온 것이다. 그런데 이 짧은 통화로 트럼프는 그런 관행을 존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11일 트럼프는 한 발 더 나아갔다. 무역 불균형, 남중국해 문제, 북핵 등 현안에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얽매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 지배자들은 타이완 문제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자신들의 “핵심 이익”이라고 여긴다. 한족 민족주의자들에게 타이완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곳인 데다가, 타이완 문제에서 중국이 양보하게 되면 자칫 중국 내 소수민족들의 분리 독립 움직임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하나의 중국” 문제에서 호락호락 물러설 수가 없다.

실제 중국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즈음에 바로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장거리 폭격기를 전개해 남중국해 일대를 돌게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동일 기종의 폭격기가 타이완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그래픽 〈노동자 연대〉

아예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타이완과 관련한 정책을 재설정해야 하며 주요 선택지 중 하나로 군사 투쟁을 진지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만큼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훨씬 더 심각해질 공산이 커졌다.

타이완 문제에서 트럼프가 보인 급작스런 행동은, 그의 별난 성격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제해권에 도전해 왔다. 남중국해에 중국이 인공섬을 건설하기 시작하자, 미국 오바마 정부는 군함을 보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쳐 왔다.

동아시아 바다를 누가 통제하느냐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점증하면서, 타이완 문제 같은 잠재적 화약에 불이 붙을 가능성이 커져 왔다. 트럼프의 ‘돌출’ 행동은 바로 이 맥락에서 봐야 한다.

레이건

대선 기간에 대외정책을 설명하면서, 트럼프는 레이건의 “힘을 통한 평화”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는 군사력의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대외 정책을 표방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트럼프는 시퀘스터(연방정부 예산 자동 삭감) 조처를 철폐해 군비를 증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정책의 주된 타격 대상은 중국이다. 트럼프는 해군력을 강화해 아시아·태평양에서 우위를 지킬 것임을 공언했다. 남중국해를 비롯한 서태평양 일대에서 군사력으로 중국을 확실히 제압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인선 방향도 새 미국 정부가 중국을 향해 더 공세적으로 나갈 것임을 짐작케 한다. 트럼프는 엑손모빌 최고 경영자 출신의 렉스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했다. 그는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오랜 친구다.

틸러슨 지명은,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해 중국 견제에 집중하려는 트럼프의 의중을 보여 준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지난해 7월 트럼프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는 조언을 수없이 들었다.”

1970~80년대 미국은 소련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자 중국과 손을 잡았다. 그리고 지금 트럼프는 그 반대를 시도해 보려는 듯하다. (물론 이는 미국 지배자 다수가 동의한 게 아니어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는 중국을 두고 ‘환율조작국,’ ‘지적재산권 절도국,’ ‘각종 무역 보조금으로 무역 질서를 흔드는 국가’로 낙인 찍었다. 앞으로 그 공세의 수준이 얼마나 될지는 지금 확언할 수 없지만, 트럼프 정부 하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갈등이 전보다 더욱더 커질 듯하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사설에서 이 점을 우려했다. “중국 지도부가 흔들리는 자국 경제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미국에서는 예측 불가능하고 전투적인 대통령이 선출된 이때, 이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의 위험성이 더 높았던 적도 드물다.”

이처럼 세계경제가 위기에서 오랫동안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미국과 중국 간에 지정학적 경쟁과 경제적 경쟁이 결합되는 양상이 더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 간 갈등이 더한층 점증할 것이고, 그 여파가 한반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한반도에 사는 우리가 제국주의를 잘 알아야 하고, 이에 맞서 싸울 태세를 갖출 필요가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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