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일 촛불 집회 참가자들은 박근혜의 대표적 적폐에 총리 황교안도 커다란 책임이 있고, 그것을 계속 추진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줬다. 이날 본집회가 끝난 뒤 세월호 유가족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총리 공관을 향해 행진했다. 며칠 전 황교안이 세월호 수사를 방해하고 수사관들을 좌천시켰다는 사실이 폭로된 바 있다. 유가족들의 뒤로 한상균 위원장 구속과 노동 개악 추진에 항의하는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대열이 이어졌다.

박근혜를 향한 대중의 분노가 자신에게도 향하는 것을 보며 위기감을 느낀 황교안은 살짝 몸을 낮춰 국회 대정부질문에 총리 자격으로 출석했다. “전례가 없다”던 오만한 태도에서 조금 물러선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황교안의 박근혜 대행이 꼬리를 내릴 것이라고 보는 것은 순전히 희망 섞인 관측일 뿐이다. 황교안은 12월 2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겉모습만 바뀐 박근혜처럼 말했다.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길 [바란다.] 구조조정을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가야 한다. 국무위원들은 안보 태세 강화, 경제 회생, 민생, 국민 안전 등 산적한 과제들을 빈틈없이 수행해 달라.”

박근혜를 방어하는 데도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가 3년 8개월 동안 해 왔던 일들이 결국 국민을 위한 것이었는데, 그런 오해들이 생기는 부분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대정부질문에서 보인 황교안의 태도를 보면 “박근혜의 독선과 오기까지 대행”한다는 지적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성주 군민들의 분노를 몸소 겪고도 황교안은 오히려 “사드 배치가 이미 늦었다는 전문가도 있고, 할 수 있는 대로 신속하게 배치해야 한다”하며 강행 입장을 고수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와 군사정보협정도 재론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독선과 오기

황교안은 박근혜 탄핵 이후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고 있는데, 공개된 현장 검토본을 보면 친일 부역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특히 박정희를 미화한 부분이 대폭 늘어났다. 이병철·정주영·유일한 등 기업주들을 영웅시하고 노동자들의 저항과 5·18 광주 항쟁은 폄훼했다. 이 때문에 전교조 교사들은 물론 비교적 온건한 역사학자들조차 반발하고 있다. 12월 21일까지 제출된 의견만 2천5백11건이나 된다.

그러나 황교안은 “우리는 국정교과서를 올바른 교과서로 보고 있다”며 오히려 “국정교과서가 편향됐다는 주장은 왜곡되어 있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버텼다. “주무부처[교육부] 장관의 판단이 우선이지만 총리로서는 전체적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내 일각의 후퇴 움직임도 단속했다. 

겉으로만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취할 뿐, 이 뻔뻔한 자는 이제나저제나 반격의 계기만 찾고 있다. 황교안은 촛불 집회에서 이석기 전 진보당 의원 석방 요구가 나오는 것에 대해 “내란 선동을 한 부분을 용인하라는 듯한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다. 황교안은 법무부 장관 시절 온갖 부풀리기와 마녀사냥 끝에 이석기 전 진보당 의원을 구속해 억울한 옥살이를 9년이나 하도록 만들었다. 황교안은 대정부질문에서 뜬금없이 직파 간첩 검거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심지어 황교안은 사법시험 동기이기도 한 헌법재판소장 박한철의 임기를 연장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박한철은 황교안과 마찬가지로 공안검사 출신에 박근혜가 직접 헌재소장으로 임명한 인물이다. 문제는 박한철이 헌법재판관으로 일하다가 헌재소장으로 임명됐는데 황교안은 헌재소장 임명부터 새로 6년을 적용해 사실상 임기를 연장시킬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박한철의 헌법재판관 임기가 끝나는 1월 이후에 분위기를 봐서 탄핵 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런 자를 끌어내리기는커녕 선거적 득실을 따져 눈치를 보고 있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사실상 황교안에게 시간을 벌어 주고 있는 셈이다. 황교안은 국민의당과의 면담이 성사되자 역겹게도 “협치의 시작”이라며 반색했다.

박근혜를 확실히 쫓아내기 위해서라도 공범 황교안을 끌어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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