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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입사 추천인 제도의 진실과 마녀사냥

최근 밝혀진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광주지부장의 취업 비리는 노동자들뿐 아니라 전체 국민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서 헌신해야 하는 노동조합 상근간부가 취업을 미끼로 수억 원의 금품을 수수한 행위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파렴치한 범죄가 분명하다.

하지만 언론은 진실을 전달하기보다 대공장 노조를 공격할 절호의 찬스로 보며 사건의 과장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의 핵심 문제로 지적되는 입사 추천인 제도에 대한 왜곡이 가장 심각하다.

〈조선일보〉는 “취직 장사 대물림”, “10년 전 사례비 50만 원”, “지금은 최고 3천만 원”, “회사가 10년 전부터 노조측에 채용할당 … 노조는 이를 이용해 돈받고 채용”이라고 보도했다. 심지어 〈한겨레〉조차 “노조 선거 때 뒷돈 대”라며 의혹을 확대 증폭했다.

주류 언론은 이번 기회에 기아차 노동자 전체를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집단으로 보이게 마음껏 악선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입사 추천인 제도는 노조 활동이 활발해지던 1980년대 말경 노조 활동가들의 취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조합 활동에 관여하는 노동자들에게 사실상의 연좌제를 지우기 위해 도입된 제도였다.

1993년 내가 취업할 당시 추천인 란에 노조 간부나 활동가의 이름을 적는 행위는 곧 탈락을 의미했고 입사를 포기하는 행위였다.

합격자들은 대부분 지역 국회의원, 회사 고위급 임원, 부서 부장 그리고 지역 유지와 검·경 관계자들의 추천으로 입사를 할 수 있었다.

추천인의 직급이 고위직이거나 국회의원 등일 경우에는 대부분 편한 부서에 배치됐다.

파업이나 노사분쟁이 발생할 경우 회사는 추천인을 압박해 노조 활동 참여를 원천 봉쇄하고 압박에 굴하지 않으면 추천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줬다.

그런데 노조가 이 제도를 이용해 10∼20년 전부터 ‘취업장사’를 해 왔다고 왜곡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는 분노를 자아낸다.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이후 새로 부임해 온 노무관리 담당자들은 자신들의 친구, 후배, 인척 등을 입사시켜 노조 활동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고, 1∼2년 전부터 노조 간부들에 대한 회유와 매수 수단으로 이 제도를 이용해 온 것이다.

자신의 영혼을 팔아 부당한 이익을 챙긴 노조 간부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자본의 계획적인 회유와 매수, 부정행위에는 눈 감고 노동조합 전체를 왜곡하는 언론의 보도는 온당치 못하다.

기아차 노조뿐 아니라 민주노총의 많은 활동가들은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싸워 왔다.

기아차 조합원인 나는 기아 경영진에 의해 부당하게 해고된 비정규 노동자와 연대하고 안전사고 대책 수립을 요구하며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2004년 2월 구속돼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갇혀 있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자본에 매수된 일부 노조 관료의 타락을 핑계 삼아 기아차 노동자 전체와 민주노총을 싸잡아 왜곡하는 마녀사냥식 언론 보도는 중단돼야 한다.

2005년 1월 26일
서울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기아차 조합원 김우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