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로 죽게 생겼는데도 민주당은 마이동풍으로 일관한다. 

1월 11일 성주와 김천 주민들, 원불교 성직자들 수십 명이 더불어민주당 여의도 당사를 점거했다.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강행에 맞서 끈질기게 싸우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민주당이 계속 외면해 왔기 때문이다.

성주, 김천 주민들은 민주당에게 “사드 배치 철회를 당론으로 분명히 하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사드 배치 철회를 당론으로 채택하지도, 약속했던 국회 특위를 구성하지도 않은 채 “정권 교체 이후로 결정을 연기”하자고 한다.

박경범 사드배치반대김천시민대책위원회 기획위원장은 “국방부가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상황에서 다가오는 2~3월을 놓치면 배치가 실제로 이뤄질 수 있고, 한 번 들어온 다음 물리는 것은 [배치를 막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며 다급하고 절박한 현 상황을 토로했다.

“김천과 성주, 원불교가 지난해 7월부터 2백 일 가까이 매일 촛불 집회를 이어 왔고, 그 성과로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 국면에서 사드가 박근혜의 대표 적폐 6개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런데 야 3당은 촛불의 요구와 무관하게 대선 준비를 우선하고 있다.”

“민주당은 애매하게 [사드 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기라고만 한다. 하지만 차기 정권이 민주당으로 바뀐다는 확실한 보장이 있는가? 만약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으면 사드 배치를 강행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인가?”

민주당을 포함한 야 3당은 지난해 11월, 한일군사협정 체결의 책임을 물어 국방부 장관 한민구의 해임 건의안을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할 것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가 유야무야 거둬들이기도 했다. “탄핵 전선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였다.

민주당 원내대표 우상호는 심지어 “국방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빨리 할 생각이 없었는데 청와대가 밀어붙인 것이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방장관 해임안이 다뤄지면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이 증폭될 수 있다”라며 국방부를 감싸기까지 했다.

더 솔직한 속내는 “안보 이슈를 부각하면 보수만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사드 특위 구성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상호의 말이 사실이라면 새누리당 ‘텃밭’이라고 불리던 성주, 김천의 주민들의 투쟁은 어떻게 지금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을까?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직후 “실익 있는 사드 배치라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문재인은 지난해 12월 26일 연설에서 “한미 확장억지력 구축”을 강조했는데, 미국은 똑같은 표현을 사드 배치의 한 근거로 내세운다. 이재명도 사드 배치 재검토를 요구할 뿐 원칙적인 반대 입장이 아니다. 민주당 안희정은 더욱 분명하게 “국가가 계속 분열되면 안 된다. 정부의 결정을 일단 수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야당이 이토록 제국주의 문제에서 한계를 보이는 것은 그들 또한 제국주의 질서 속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지위 상승을 도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기 정권이 민주당으로 바뀌더라도 새 정부는 미국의 전략에 복무하라는 압력과 지지층 사이에서 눈치보다가 미국의 요구에 타협할 공산이 크다. 노무현과 김대중 정부가 그랬듯이 말이다.

이러니 누구보다 간절하게 사드 배치 철회를 원하는 성주와 김천 주민들 사이에서 ‘사드 배치를 지금 반대하지 못하는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바뀔까?’ 하는 불안감이 생길 만하다.

따라서 정권 교체를 기다리지 않고 점거 농성에 나선 것은 완전히 옳다. 대중 운동의 힘으로 지배자들과 국회를 강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성주, 김천 주민들의 투쟁은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의 밑거름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 주민들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사드 배치 최적지’는 없다”, “이 싸움은 성주와 김천만의 싸움이 아니다” 하며 정부의 이간질에 맞서왔다.

박근혜 정권의 즉각 퇴진과 그 정권이 만들어 낸 적폐들의 청산을 원하는 촛불들이, 서울에 올라 와 투쟁하는 성주, 김천 주민들의 듬직한 응원군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