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7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작성·관리를 주도한 김기춘·조윤선의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이미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등이 블랙리스트 작성 건(직권남용)으로 구속됐다.

조윤선은 블랙리스트를 본 적도 없는 “괴문서”라거나, “터무니없는 누명”이라며 발뺌하더니, 거대한 운동의 압력으로 인한 특검 수사가 턱밑까지 오자 결국 1월 9일 국회청문회에서 사실상 블랙리스트가 있었음을 실토했다.

이 정부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

박근혜 정부가 문화계를 블랙리스트로 관리한다는 소문은 적어도 2014년부터 퍼져 있었다. 블랙리스트가 공식적 문건으로 확인된 것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한겨레〉에 폭로한 2015년 9월 예술위 회의록이다.

회의록 폭로 이후 전현직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계속 폭로했다. 블랙리스트 대상이 1만 명이 넘고, 문화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방대하다는 제보도 있다.

최초로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것은 박근혜다. 특검은 박근혜가 2014년 5월 “좌파 문화예술계 인사들에게 문체부 예산이 지원되는 일이 없도록” 지원 배제 인사 80명 명단을 작성하도록 직접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여기에는 박근혜 풍자 그림을 그린 작가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후 김기춘이 지시를 내리면,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던 조윤선이 김종덕 문체부 장관에게 전달하고, 문체부의 산하기관이 이를 실행에 옮기는 방식이다.

예컨대 연극계에서는 2014년부터 갑작스런 공연 폐지, 약속한 지원금 취소, 우수작품 선정 취소 등이 벌어졌다. 2015년 7월 촬영을 마친 영화 〈판도라〉는 당초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모태펀드의 투자를 받기로 했으나 명확한 이유 없이 투자가 철회됐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전체 명단을 살펴보면, 9천4백73명 중 문재인·박원순 지지자뿐 아니라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요구 5백94명’, ‘세월호 시국선언 7백54명’이 포함돼 있다. 명단 작성의 시기, 작성 직후의 탄압 행보를 살펴보면, 블랙리스트는 가장 우선적으로 세월호 활동과 행사를 억제하고, 불이익을 주는 일부터 겨냥했다.

유신은 갔어도 여전히 남아있는 적폐, 김기춘.

김영한 비망록에도 집요하게 “다이빙벨 상영, 자금원 추적”해야 한다는 메모가 있다. 최근에 영화 〈다이빙벨〉을 배급한 제작사 ‘시네마달’의 직원들에 대한 국정원, 경찰, 검찰의 통화기록 조회 등 전 방위적 사찰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박근혜가 콕 집어 ‘좌파 문예지’라고 지목한 ‘창비’와 ‘문학동네’는 세월호 참사 이후 각각 《금요일엔 돌아오렴(2015년 1월)과 《눈먼 자들의 국가》(2014년 10월)를 발간했다. 박근혜는 2015년 1월 문체부가 주관하는 우수도서 선정 사업과 관련해 “’문제 서적’은 단 1권도 선정해선 안 된다”고 직접 지시했다.

반면 박근혜 게이트의 문화계 쪽 고리인 차은택의 ‘문화융복합’ 사업에는 엄청난 세금을 쏟아부었다. 차은택의 친구인 송성각이 원장으로 있던 한국콘텐츠진흥원 예산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불과 2년 사이에 무려 2천억 원이 늘었다. 여기에 해외문화홍보원,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등에 배정된 예산까지 더하면 박근혜·최순실이 챙긴 예산은 무려 8천8백63억 원에 이른다. 박근혜가 직접 관람까지 한 차은택의 뮤지컬 (융복합적으로 만들었다는) 〈원데이〉 한 편에만 2억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김기춘은 사회비판적 영화에 대해 “국민이 반정부적인 정서에 감염될 수 있으니 자금줄을 끊어 말려 죽여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지배계급이 탄압하려는 사상은 바로 기존 질서에 도전하려는 사상이다.

이명박 정부 때도 민간인 사찰이 폭로되고, 언론악법 등으로 우리의 재갈을 물리려 했다. 당시 정부에 대한 반란의 기운을 계속 억누르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리스트가 있다는 것 자체가 사상과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퇴진 운동의 힘으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옥죄려는 지배자들의 시도에 도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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