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3일 정부가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지역 가입자와 직장 가입자로 나뉘어 있는 현행 보험료 부과 체계가 지나치게 불합리해 이를 조정하는 것이 기본 취지다. 이번 개편으로 지역 가입자 중 상당수의 보험료가 인하될 전망인데, 대선을 앞두고 대중의 불만을 일부 달래려는 조처인 듯하다.

한국의 건강보험은 대기업 노동자들을 시작으로 한 기업별 보험으로 처음 도입됐다. 이후 중소기업들과 지역 단위로도 의료보험이 도입됐다. 그런데 기업별⋅지역별 소득 불균등이 심하다 보니 각각의 보험 재정도 불균형이 극심해 사실상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예컨대 일부 지역에서는 응급 외상환자가 생겨도 컴퓨터단층촬영(CT)에 보험적용이 안 되다보니 촬영을 망설여 수술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었다. 농어촌에서는 1980년대부터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고, 김대중 정부 들어서 전체 건강보험공단이 하나로 통합됐다.

그런데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노동자들과 달리 지역 가입자들은 소득 파악이 잘 안 되다 보니 복잡한 보험료 부과 체계를 만들어 유지해 왔다. 문제는 지역 가입자들 내의 소득 불균형이 엄청나게 크다 보니 저소득층에게는 가혹하고 고소득층에게는 유리한 부과 체계가 유지돼 온 것이다. 정도는 덜하지만 기업의 고위 관리자들이나 CEO들도 보수 외 소득이 엄청나게 많다보니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보험료만을 내며 특혜를 누려왔다.

소득이 없는데도 매달 5만 원이 넘는 보험료를 내야 하는 처지에서 비롯한 ‘송파 세모녀 사건’이 이런 현실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반면, 이명박은 대통령 당선 전까지 수백억 원을 재산을 가지고도 자기가 소유한 빌딩의 용역업체 직원으로 등록해 보험료를 2만 원가량만 냈었다.

이번 개편안은 이런 불합리한 요소를 일부 개선하는 조처를 담고 있다. 예컨대 그동안 성⋅연령에 따라 다르게 부과되던 부과 기준을 폐지했다. 고가의 부동산이든 전세방이든 일괄로 보험료를 부과하던 것에서, 전월세 보증금의 30퍼센트만을 재산으로 인정해 그 액수가 1억 6천7백만 원을 넘지 않는 경우 보험료를 면제한다. 그 이상은 추가액의 30퍼센트에 보험료를 부과한다. 자가 소유 주택의 경우, 5천만 원까지(시가 1억 원) 공제한다. 거의 모든 승용차에 부과하던 보험료를 4천만 원 이상 고가 차량에만 부과한다.

반면, 과표기준 5억 9천7백만 원(시가 12억 원)이 넘는 재산에는 보험료를 인상한다. 필요경비를 제외한 연간 소득이 5백만 원을 넘는 경우 등급제를 정률제로 바꿔 역진성을 일부 개선한다.

이명박 같은 꼼수를 막기 위해 직장 가입자의 경우 이자 등 보수 외 소득이 연간 7천2백만 원이 넘으면 해당 소득에도 보험료를 부과한다. 현재 월 2백39만 원인 보수 보험료 상한선도 2년 전 보수 보험료 평균의 30배(2015년 기준 월 3백1만 원)로 자동 인상되도록 했다.

자녀나 형제의 피부양자로 등록해 보험료를 안 내던 사람들의 자격 요건을 강화해 고소득⋅고자산가들의 보험료를 추가 징수한다. 예컨대 재산이 과표 9억 원(시가 18억 원 상당)을 넘는 경우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하고 보험료를 부과한다.

이번 조처로 전체 지역 가입자의 77퍼센트는 월 평균 2만 원씩 보험료가 인하되고 4퍼센트는 월 평균 5만 원씩 보험료가 인상된다. 직장 가입자의 99퍼센트는 보험료 변동이 없고, 0.8퍼센트는 추가 소득에 따라 보험료가 인상된다.

공적연금에도 보험료 부과?

그럼에도 이번 개편안에는 한계와 문제점도 있다. 먼저 극빈층에 적용되는 최저보험료를 현재 3천5백90원에서 1만 7천1백20원으로 인상한다. 건강보험 적용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가혹한 조처다. 반면 보수 보험료 상한액이 정해져 있어 연간 수십억 원의 보수를 받는 기업주들의 경우 보수의 0.1퍼센트만 보험료로 내는 역진성이 유지된다. 국세청의 과세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기로 했는데,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세금 탈루만큼 보험료도 덜 걷히는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무엇보다 이번 개편안으로 건강보험 재정 수입이 연간 2.3조 원까지 줄어들 전망인데 이를 어떻게 마련할지 대책이 없다. 특히 그동안 전체 보험료 수입의 20퍼센트를 차지하던 정부 재정지원을 줄이려 하고 있으므로 이후 전체적으로 보험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현재 60퍼센트대에 머물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성이 개선되는 데에도 장애물이 될 것이다.

어지간한 노동자들의 노후 실제 생활 조건을 고려하면 피부양자 자격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문제도 남아있다. 예컨대 종합과세소득이 연간 3천4백만 원을 넘는 경우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하고 보험료를 부과하기로 했는데, 노인 부부가 매달 2백80만 원으로 사는 것을 ‘고소득’으로 분류해 보험료를 부과하기로 한 것은 지나치게 엄격하다.(2016년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 3백40만 원) 이런 조처는 진정한 부유층이 아니라 일부 노동자들에게 그 부담을 떠넘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비슷한 취지에서 공적연금에 대한 보험료 부과도 강화했는데, 새 기준에 따르면 연간 연금 소득이 2천만 원을 넘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하고 2천만 원 이상분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부과한다. 부과 비율도 연금의 20퍼센트에서 50퍼센트로 인상한다. 이렇게 되면 상당수의 공무원⋅교사 퇴직자들과 사학연금을 받는 병원 노동자들의 연금이 일부 삭감되는 효과가 난다. 매달 연금으로 1백67만 원을 받는 경우가 모두 포함되는데 사실상 생계비 삭감 효과가 나는 셈이다. 불과 1년 반 전에 ‘사상 최대의 연금 삭감’을 당한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분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공무원⋅교사⋅병원 노동자들은 이 조처에 반대해 싸울 필요가 있다.

정부 재정 지원을 늘리고 기업주⋅부자 들에 대한 누진율을 한층 높이면 이들에게 부담을 전가할 필요가 전혀 없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편안을 담은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올해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내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따라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지금, 노동운동은 부분적인 개혁이 보험료 인상이라는 개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그 부담을 기업주⋅부자들이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지 않도록 지금부터 요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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