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년 경제 위기 이후 주요 국가들이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려고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해 왔다. 철강이나 석유화학 같은 상품들에 관세를 부과해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는 국가도 늘어나면서 무역 갈등도 늘어 왔다. 또한 주요 국가들이 자국의 통화 가치를 낮춰 수출에 좀 더 유리하게 하려고 하는 정책들이 추진됐다. 예컨대, 일본의 ‘아베노믹스’ 같은 고환율 정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이런 흐름이 트럼프 집권으로 전 세계에서 더 격화될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TPP 철회를 선언했고, NAFTA도 재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기간에는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제품에 45퍼센트 관세를 매기고 멕시코 제품에도 35퍼센트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취임을 앞두고는 주요 자동차 기업들을 죄다 압박했다. 특히, 멕시코에 자동차 공장 건설 계획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을 더욱 압박했다.

1월 31일 대미 무역수지 흑자 1~3위인 중국·일본·독일을 상대로 동시다발적인 ‘통화 전쟁’을 선포했다. 3개국이 자국의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환율 조작으로 미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하면서 그랬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들은 특히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중국을 압박해야만 중국의 군사력 강화까지도 억제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이렇게 트럼프가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하는 데다, 3월부터 브렉시트 협상이 시작되고, 올해 유럽 선거에서도 EU를 반대하고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우익 또는 극우 정당들이 선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요인들도 전 세계에서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하는 압력을 높일 것이다.

트럼프는 보호무역 정책 강화뿐 아니라 감세나 인프라 투자로 미국 경제성장률을 4퍼센트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소득세와 법인세를 대폭 낮추고, 셰일 석유 등 에너지 개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또, 군사력 강화를 위해 군비 지출을 늘리겠다는 공약도 있다.

이런 정책들이 미국의 경제 성장을 얼마나 끌어올릴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감세와 군비 지출 확대 등이 미국의 재정 적자를 늘릴 것이라는 예상이 커지면서 미국의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재정 적자가 확대되면 국채 발행이 늘어나고, 그러면 미국 국채 가격이 하락(시중 금리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달러 쪽으로 돈이 몰리기 때문이다. 또, 연방준비제도이사회(미국의 중앙은행)가 금리 인상 계획을 밝힌 것도 달러 강세를 이끈 요인이다.

이 때문에 신흥국들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멕시코가 아주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멕시코의 페소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올해 1월 멕시코 석유 가격이 20퍼센트 올라 격렬한 시위도 벌어졌다. 신흥국들의 환율이 치솟으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정책은 워낙 모순이 많고 구체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정책이 어느 정도 실제로 추진될지를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주류 언론들에서도 ‘불확실성의 시대’를 넘어 ‘초불확실성의 시대’라고 얘기하고 있다.(‘불확실성의 시대’는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1977년 저작의 제목이자 그해 그가 한 티브이 교양프로그램 제목이다.)

특히, 트럼프의 정책은 미국 지배자들 사이에서 갈등을 유발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멕시코에 지은 공장이 많기 때문에, 멕시코 제품에 높은 관세를 물리겠다는 트럼프의 정책은 미국 지배자들 사이에 갈등을 부르는 요인이 될 것이다.

중국의 부채 위기와 위안화 가치 하락

트럼프 집권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다른 신흥국들뿐 아니라 중국의 위안화조차 가치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 그래서 위안화 환율이 조만간 달러당 7위안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집권하기 전인 2015년에도 위안화 환율이 급등한 적이 있다. 그때도 중국에서 대규모로 자금이 빠져 나가면서 중국 증시가 폭락을 했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위안화 환율의 급격한 상승을 막으려고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사용했다. 하지만 결국 급격하게 환율을 올려야만 했다. 그래서 2014년에 4조 달러까지 올라갔던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최근 3조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최근의 위안화 가치 하락은 단지 트럼프의 집권으로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특히 중국의 부채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GDP 대비 중국의 기업 부채는 2000년과 견줬을 때 굉장히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그동안 중국 기업들은 부채를 대거 늘리면서 경제 성장을 유지해 왔는데, 이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자금이 빠져 나가고 중국의 환율이 급등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정책은 위안화 환율 상승을 완전히 막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되도록 천천히 위안화 환율을 올리는 데 있는 것 같다. 위안화 환율 상승은 중국산 제품의 가격을 떨어뜨려 수출 중심인 중국 기업들에 이익이 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인플레이션을 높일 위험이 있다. 게다가 중국 기업들의 막대한 부채 가운데 상당 부분이 달러 빚이기 때문에, 위안화 환율이 올라가게 되면 중국 기업들은 그 빚을 갚기 위해서 위안화로는 더 많은 수익을 내야만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이런 모순된 문제들을 조절하려고 환율을 최대한 천천히 올리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2017년에도 중국 정부가 과연 위안화 가치를 조절할 수 있을 것인지 하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중 간에 무역 갈등이 커지면 중국 정부도 자금 이탈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중국의 부채 문제는 전 세계를 강타하는 커다란 뇌관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은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중국의 위기는 한국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한국 경제도 불안정

한국 경제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데 2015, 2016년 수출은 2년 연속 감소했다. 이는 거의 60년 만에 처음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 정책이 강화되는 점을 고려하면 2017년에도 한국 수출 전망은 밝지 않을 것이다.

최근 한국 경제 성장을 지탱해 왔던 건설업도 꺾이기 시작했다. 2016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2.6퍼센트 정도 되는데, 그중 절반인 1.3퍼센트가 건설업 덕분이었다. 그런데 건설업의 해외 수주는 2015~16년 크게 감소했다. 2015~16년 한국의 주요 건설회사들은 해외 수주에서 까먹은 걸 국내 수주로 만회해 버티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2017년에는 건설 경기도 더 떨어질 것이 거의 확실하다. 왜냐하면 한국의 가계 부채가 1천3백조 원이나 되기 때문에 국내 주택 시장을 더 띄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외 건설 수주도 크게 기대하기는 힘들다.

결국 2015~16년 수주한 국내 건설 물량이 남아 있어서 건설업의 일감이 급감하지는 않겠지만, 건설 기업들의 수익성은 계속 악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건설 회사들은 임금과 노동조건 등에 대한 공격을 더욱 강화할 공산이 크다.

요즈음 한국의 대표적 취약 산업인 조선업에서도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수주가 급감하면서 한국의 수주잔량은 일본보다도 적어졌다. 한국 조선업 ‘빅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수주잔량도 급감해 남은 물량이 1년치를 조금 넘는 상황이다. 조선업 특성상 2년치 물량이 확보돼야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올해 하반기까지 수주가 충분하지 않으면 훨씬 더 큰 구조조정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으로 해운 물동량이 정체하고 이에 따라 해운업 업황이 좋지 않아 선박 수요가 높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편 지난해 한국 자동차 생산량은 30만 대 정도 감소했다.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가 미국 내에 자동차 공장을 지으라는 압력을 넣고 있기 때문에, 한국 자동차 기업들에게도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특히 한국GM이나 르노삼성에게는 더 큰 압박이 될 것이다. 한국GM은 지난해 60여만 대를 생산해 40만 대 정도를 수출했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미국 수출 물량이다. 르노삼성도 지난해 국내에서 24만 대를 생산했는데 그중 17만 대가 미국 수출이었다. 국내 자동차 생산 물량이 감소하면서 공장 폐쇄와 해고, 임금 삭감 같은 압박이 강화될 수 있다.

최근 한국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제조업 제품의 매출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전 세계 보호무역주의나 트럼프의 정책들 등등 때문에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다.

따라서 올해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노동자들을 상대로 임금 동결·삭감, 해고 등을 계속 추진할 것이다. 특히,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다면 ‘사회적 대타협’을 내세우며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려 할 수 있다.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임금을 일관되게 방어하며 노동자 투쟁을 북돋는 일을 꾸준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