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일 전국건설노조 19차 정기대의원대회가 열렸다. 대의원대회에 참석한 대의원 1백90명은 4년 동안 박근혜 정권에 맞서 온 건설 노동자들의 투쟁이 정권 퇴진 투쟁의 밑거름이 됐다는 자긍심을 보이며, 올해는 기필코 ‘건설 노동자가 대접받는 세상’을 만드는 투쟁을 벌이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또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는 건설노조가 이주노동자들을 배척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최근 건설노조 몇몇 지부에서 조합원 고용을 회피하는 사용자를 압박하려고 출입국관리소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에 협조하거나, 건설 현장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출입을 막는 일이 벌어졌는데, 이런 행동은 옳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장기화되는 경제 위기 속에서 건설 노동자들이 고용과 노동조건을 공격받는 매우 힘든 처지에 있는데,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이 결정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노동자는 하나다 이주노동자는 배척의 대상이 아니라 연대의 대상이다.

민주노총의 촉구

건설노조 대대에 앞서 이주노동자 배척 행동 중단을 촉구하는 노동운동 내 일련의 대응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민주노총은 2월 초 건설연맹과 건설노조 지도부와 간담회를 열어 이주노동자 배척 행동 중단과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경기이주공대위, 이주공동행동, 대경이주연대회의, 이주민과 함께 등 이주노동자 연대 단체들도 캠페인을 벌였다. ‘이주노동자 배척이 아니라 노동자는 하나라는 민주노조의 기본정신 아래 단결하고 연대’하자고 호소하는 서명 운동을 진행해, 2월 8일 1차로 취합된 서명자 1천여 명의 명단을 건설노조 지도부에 전달했고, 대의원대회 회의장 곳곳에 이를 부착했다.

무엇보다 건설노조 내부에서 이주노동자는 배척이 아니라 연대의 대상이라고 호소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건설노조 대의원대회장 앞에서 ‘노동자연대 건설회원모임’ 소속 조합원들이 대의원들에게 이주노동자 연대를 호소하는 리플릿을 반포했는데, 이견을 드러내는 대의원들도 있었지만 일부 대의원들은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대대가 시작되자 건설노조 박재순 대의원은 건설연맹 공동 대선의제, 건설노조 법·제도 개선안에 포함된 ‘외국인력 불법고용 근절’이라는 문구의 삭제를 요청하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그는 “건설노조 중앙에서 ‘외국인력 불법고용 근절’과 같은 요구를 내걸고 있으니 지부와 지회에서 현장투쟁 시에 조합원이 이주노동자를 단속하고 추방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같은 노동자로서 방어는 못 해 줄 망정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를 단속하고 추방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지지 발언도 있었다. 최근 이주노동자 배척 행동이 벌어졌던 경기남부타워크레인지부의 한 대의원은 “정권이나 자본에 대해 우리가 약자라고 얘기합니다. 마찬가지로 이주노동자들도 우리에 대해서 약자이고 똑같은 노동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약자들을 탄압한다면 우리가 정권과 자본한테 받는 탄압과 무엇이 차이가 있겠습니까” 하고 말했다.

물론 기존 요구를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의원도 있었다.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은 이 문구가 ‘건설회사의 불법을 문제 삼는 취지라며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문구를 수정하자’는 의견을 냈다. 중재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요구는 오해를 빚어내는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명백히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취업을 금지한 정부의 규제를 이행하라는 요구였다.

논란 끝에 최종적으로 “외국인력 불법고용 근절”은 “건설현장 불법고용 근절”로 수정됐다. 이는 한 대의원이 ‘건설 현장의 고용구조의 문제에서 비롯된 여러 불법적인 고용형태의 문제가 이주노동자를 향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취지로 제안한 것이다.

건설노조의 주요 요구에 이미 ‘불법 다단계 하도급 근절’이 있으므로 애초 수정안대로 “외국인력 불법고용 근절” 요구를 삭제하는 것이 가장 좋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장옥기 위원장이 건설 현장에서 이주노동자 배척은 중단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다수 대의원들도 이에 동조해 의견을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지난해 말 이주노동자 단속에 조력했던 전북지부장도 이주노동자 단속에 도움을 준 것은 잘못된 전술이었다고 인정하며 대의원들 앞에서 사과한다고 밝혔다.

또, 건설노조가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건설노조에서 이주노동자 조합원이 가장 많은 경기중서부건설지부장은 이주노동자를 조직한다는 방침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대의 성과를 바탕으로 건설노조가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이주노동자를 조직하고 이들의 처지 개선 요구도 함께 내걸고 투쟁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전체 건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하락 압박을 막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