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박근혜 탄핵심판 심리의 최종변론일을 2월 27일로 정했다. 현재의 8인 재판관 체제가 7인 체제로 축소되는 3월 13일 전에 평결을 하겠다는 뜻이다.

적어도 탄핵 평결 시점에 관한 한, 조기 탄핵을 촉구한 퇴진 운동의 압력이 먹힌 셈이다. 그런 맥락에서 탄핵 인용 가능성도 좀 더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박근혜 일당은 3월 13일 이후로 평결을 늦춰 보려고 줄기차게 지연 책략을 부렸다. 증인 대거 신청, 불공정 심리 비난, 부실 변론 등.

탄핵 결정 시점이 다가오면서 정치적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박근혜와 우익이 발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그들이 도발하면 그 반작용으로 우리 편 대응도 격앙됐다. 삼성 이재용 구속 문제가 그랬다.

특검 연장

최근 우익은 전 통일부장관 정세현의 말을 꼬투리 삼아 색깔론으로 야당의 기를 죽이고 우익을 결집시키는 소재로 쓰려 한다. 정세현은 북한 김정남 피살 사건이 북한 정권의 소행이라면, 한국도 비난만 할 처지는 아니라고 했다. 이승만과 박정희 등의 정적 살해 역사를 보면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도 문재인은 ‘더러운 잠’ 논란에 이어 또다시 사과를 하며 꼬리를 내렸다. 대통령이 떼어 놓은 당상이나 된 것인 양 전형적인 ‘부자 몸조심’ 행보다.

한편, 특검 수사 기간 연장도 중요 쟁점이 됐다. 2월 28일로 만료되는 특검 수사 기간이 30일 연장되고 3월 10일 전후로 탄핵 인용(대통령직 파면) 결정이 되면 박근혜 구속 수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일단 국회에서는 특검법 개정이 불발됐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이 “대선용 정치 공세”라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연장 승인 권한을 가진 황교안도 연장에 부정적이다.

레드카드 박근혜의 죄는 "종신형" 감이다. 

탄핵

대선용 공세라는 비난은 어불성설이다.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해 봐야 3월 안에 수사가 끝난다. 지금 수사가 끝나도 현재 구속 기소된 거물급 재판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대선에 영향을 미친다. 어차피 우익이 불리한 것이다. 그럼에도 특검 연장에 격하게 반응하는 걸 보면, 우익도 박근혜가 탄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우익의 공세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우병우는 구속을 피하려고 자기 혐의를 대부분 박근혜가 시켜서 한 일이라고 진술했고, 김영재는 자기가 청와대에서 피부미용 시술을 했다고 시인했다. 박근혜 변호인 김평우의 말대로면, 박근혜의 뇌물죄 혐의는 “종신형” 감이다!

2월 22일 헌재 심판의 박근혜 측 대리인단이 막말쇼를 하며 불복을 암시한 것도 이런 일들 때문일 것이다. 기본적인 도덕성이 파탄 나 더는 사실과 논리로 재판부나 여론을 설득할 수 없다고 보고, 그저 지지층 결집과 동원을 위해 헌재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최근 범여권을 중심으로 탄핵 판결 전 ‘자진 하야설’이 나왔던 맥락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진 하야설’의 음험하고 더러운 시나리오는 이렇다. 특검 연장을 무산시켜 일단 구속수사 위험을 막는다. 탄핵 판결 전에 자진 하야 선언을 해 탄핵심판도 각하시킨다. 탄핵 인용(대통령직 파면), 구속과 특권 박탈의 위험을 일단 피한 뒤에 불구속 수사나 차후 사면 등 정치적 거래를 시도한다. 이 꼼수를 성공시키기 위해 박근혜가 직접 지지층을 동원하며 우익적 압박을 극대화한다.

협박

박근혜가 스스로 탄핵 가능성을 인정하는 책략을 실행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적어도 박근혜 일당이 “내란” 운운하는 것이 단순 막말이 아니라 필사적인 협박을 담은 책략임은 진실일 것이다.

이런 협박을 하는 것이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던 박근혜의 실체다. 틈만 나면 법과 원칙, 애국과 희생을 국민에게 요구하던 국가 원수의 실체다.

지금은 다섯 달째 이어지는 퇴진 운동이 마침내 그 첫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결정적 국면이다. 박근혜 일당의 뇌물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 블랙리스트 통치 등 부패하고 우익적인 그 정부 자체를 종식시켜야 한다.

박근혜 변호인의 히스테리는 박근혜의 초조함을 보여 준다

2월 22일 헌재 심리에서 박근혜 측 대리인 김평우는 “약한 … 여자 하나”를 괴롭히는 것이 탄핵이라고 했다. 자신의 최근 책 《탄핵을 탄핵한다》에서는 박근혜가 임기 말 외톨이라 괴롭힘을 당한다고도 썼다.

“약한 여자” 프레임은 기가 차 말이 안 나오게 만드는 쟁점 물타기일 뿐이다. 박근혜가 외톨이인 게 국민 탓도 아니고, 정치적 민주주의라면 잘못한 대통령을 국민이 감싸 줘야 할 이유도 없다. 박근혜는 부패한 통치자로 대중의 증오를 사서 쫓겨날 상황으로 몰린 것이다.

특히, 유독 세월호 쟁점에서만 여성 대통령임이 강조되는 것도 의뭉스럽다. 김평우는 세월호 참사가 탄핵소추 사유가 된 것도 비난했다. 세월호 구조 방기가 대통령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는 것에 대해 “여자 대통령한테 10분 단위로 보고해. 이게 말이 되냐?”고 반박했다.

세월호 비극을 이토록 뻔뻔하고 무책임하게 다루는 자들이 헌재 재판관에게 “약자를 생각하는 게 [법관의] 정도”라고 한 것은 이율배반의 극치다. 약자를 생각한다는 자비로운 자들이 “내란”, “서울 아스팔트 피와 눈물로 덮어 버려” 같은 협박성 말을 그렇게 스스럼없이 한단 말인가?

다른 나라도 그렇지만, 한국 현대사를 봐도 우익은 매우 폭력적이다. 그리고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 등으로 이어지는 권위주의 정체 시절 국가의 폭력성은 절정에 달했다. 사실 우익은 진작부터 “계엄령” 운운하며 퇴진 운동 진압을 촉구해 왔다. 물론 지금 박근혜 처지에서 가능한 방법은 아니다. 그러니 여론을 돌릴 방도도 없고 초조해진 우익 일부가 가짜 뉴스와 악선동, 백색 테러 위협 등에 의존하는 것이다.

부패한 통치자 박근혜는 지금 당장 청와대에서 나와야 한다. 

박근혜의 공범답게 특검 연장 승인 않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특검 연장 승인 권한을 쥔 황교안이 특검 연장 승인을 미루고 있다.

보수 쪽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가 된 황교안은 박근혜 구속을 바라지 않는 자기 지지층을 의식할 것이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도 당론으로 특검 연장 반대를 정해 황교안의 뒤를 받치고 있다.

그러나 그가 특검 연장을 끝내 거부해 범죄 은폐에 노골적으로 협조한다면 그 스스로 공범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대선 출마를 고려하는 그에게는 당장은 불리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곧바로 거부 의사를 밝히진 않고 있다. 그러나 그가 박근혜 임기 내내 박근혜 적폐 내각의 핵심 인물이었던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새누리당과 황교안은 당장의 대중적 뭇매를 맞더라도 특검 연장을 거부해 현재의 탄핵 반대층을 기반 삼아 훗날을 도모할 심산일지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차차기 대선까지 보면서 차기 정부가 실패하기를 기다릴 계획인 것이다.

황교안이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를 계속 이끌면서 꽃길을 꿈꾸게 놔둬선 안 될 것이다.

민주당, 입으로만 특검 연장

우병우 구속영장 기각으로 특검 연장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 우병우와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수사를 보강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판에서 유죄를 받아내려면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물론 운동이 충분히 강력하다면, 수사가 다시 검찰로 넘어가도 박근혜 일당의 유죄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11월에 검찰이 박근혜를 사실상 주범으로 한 공소장을 제시했듯이 말이다.

특검 초기 박영수 특검이 인정했듯이, 검사 20명으로 끌고 가는 특검보다 그 1백 배 인력을 갖추고 시간과 돈의 압박 없이 수사를 벌일 수 있는 검찰의 ‘하드웨어’가 훨씬 유리한 점도 있다.

그러나 특검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고 특검 연장이 세력 간 대결 쟁점이 돼 특검 연장 무산은 우리 편의 김이 빠지는 일인 데다가 수사 결과를 검찰로 이첩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특검 연장이 필요하다.

그런데 민주당은 특검법 개정을 너무 쉽게 포기하는 듯하다. 황교안 압박이 안 되면 국회에서 특검법 자체를 개정해 수사 기간 등을 확보해야 한다. 그 점에서 야당들이 합의한 개정안 자체도 약하다. 50일 연장으로는 부족하다. 부패가 워낙 광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쉽게 국회 처리 무산을 인정한 것은 특검 연장과 박근혜 구속이 만에 하나 보수층 결집 역풍을 불러 자신들이 대선에서 불리할까 봐서인 듯하다. 그래서 민주당은 대선 경쟁자 중 하나인 황교안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수준에서 그치려 하는 듯이 보인다.

민주당 당대표 출신인 국회의장 정세균이 특검법 개정안의 직권상정을 거부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정세균은 지난해 11월 현재의 특검법을 통과시킬 때는 당시 이를 거부하려는 여당에게 직권상정을 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사실 박근혜를 겨냥한 특검인데, 애초에 그 법에 수사기간 연장 승인권을 대통령에 넘겨 준 것부터가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