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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한진해운 채권 매입해 130억 원 손실:
조양호 이사장이 사재 출연해 책임지고, 최순자 총장은 사퇴하라

이 글은 2017년 3월 3일 노동자연대 인하대모임이 발표한 성명서이다.

개강 날인 2월 27일 오전 10시, 최순자 총장은 학교 홈페이지에 담화문을 발표했다. 인하대의 재단 한진그룹의 계열사 한진해운이 파산해서 인하대가 투자했던 1백30억 원을 회수할 수 없게 됐다며 사과했다. 동시에 한진해운의 파산을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으며, '기금운용위원회'의 가이드라인과 나름의 원칙을 준수한 투자였다며 직접적 책임을 회피했다.

언론 보도보다 늦게 담화문을 발표한 총장의 태도에 학생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또한 인하대 교육 환경 개선과 학생 복지를 위해 써야 할 ‘학교 발전 기금’ 중 1백30억 원이나 날아간 것에 분노했다. 1백30억 원은 전체 학생(대학원 포함) 약 2만 명에게 65만 원씩 나눠 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문제가 된 한진해운의 채권은 당시 투자 적격 등급 중 가장 낮은 BBB- 등급이었다. 학교 측은 한진해운 채권이 “수익률이 좋아서” 투자했다고 하지만, 이 말대로라도 학교 돈으로 고위험 투기를 했다고 인정하는 셈이다.

게다가 한진해운은 2011~13년 적자를 내며 어려움을 겪었고, 인하대(정석인하학원) 조양호 이사장이 2014년부터 직접 경영을 맡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회사채가 2012년에 매입한 50억 원과 2015년에 매입한 80억 원인 것을 봤을 때 정황상 한진해운의 자금난을 인하대 돈으로 충당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렇게 큰돈을 날리고도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있다. 이사장 조양호는 자신과는 관계 없다며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누가 봐도 한진해운을 살리려다 벌어진 손실의 책임은 이사장 조양호가 져야 한다. 한진해운이 부도가 났다고 하지만 조양호는 여전히 수천억 원대의 재산을 가진 갑부이다. 이사장 조양호는 사재 출연으로 책임져라!

또 최순자 총장은 형식적 사과로 사태를 무마하려 해서는 안 된다. 최순자 총장도 즉각 사퇴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최순자 총장의 문제는 비단 이번 일만이 아니다. 최순자 총장은 그동안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대학을 운영해 반발을 사 왔다. 2015년 취임 당시에는 ‘아래로부터 대학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하여 대학을 운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해 12월 철학과와 프랑스 언어문화학과를 폐과하는 등 일방적이고 극단적인 구조조정을 밀어붙여 학생들의 단식농성 등에 부딪혔다. 2016년에도 프라임 사업 지원 과정에서 구조조정 계획을 학생들에게 공개하지 않아 투쟁이 벌어졌다. 지난해 인하대 교수회도 총장의 “독단적인 리더십”을 비판하며 “불신임에 준하는 엄중한 경고”를 한 바 있다.

한편 이런 사태를 낳은 근본 배경에는 대학의 적립금을 채권, 주식 등에 투자할 수 있게 해 준 역대 정부들의 대학 시장화 정책이 존재한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됐고, 이후 정부들도 이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적립금이 금융투기에 사용되면서 막대한 손실을 보는 일들이 끊이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아주대도 적립금을 부동산 펀드에 투기했다가 1백억 원 가량 손실을 입은 바 있고, 2012년에는 고려대 이사장이 펀드 투기로 2백50억 원대의 손실을 입은 것이 알려지며 사퇴했다.

정부는 대학들이 수익 사업에 뛰어들게 할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에 직접 투자하고 교육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 적립금으로 주식, 채권 등에 투자를 허용했던 규제완화 정책은 철회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