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판매 대리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금속노조 가입 문제를 두고 또다시 격론이 벌어졌다. 3월 2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좌파·비정규직 활동가들이 판매연대(전국자동차판매노동자연대 노동조합)의 금속노조 가입을 승인하자는 현장 발의안을 제출하고 정규직·비정규직의 단결을 호소했다.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판매 직영점의 정규직 노조 지도부와 일부 우파는 ‘판매연대가 들어오면 정규직 조합원의 생존권이 위험해진다’며 판매연대의 금속노조 가입을 반대해 왔다. 사측이 1997년 IMF 위기 이후 비정규직으로 운영하는 판매 대리점을 대거 늘리고 노동자들 사이에 실적 경쟁을 강요해 왔는데, 엉뚱하게 그 책임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돌리며 보수적 태도를 취한 것이다.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는 이런 일부 조합원들의 보수적 반발에 눈치를 보며 9개월째 가입 승인을 미뤄 왔다. 노조 규약상 노조 가입 신청자가 민주노조 파괴라는 불순한 의도 등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1개월 내 위원장이 승인하도록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에, 보다 못한 좌파·비정규직 활동가들이 더는 시간을 끌지 말고 즉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끌어안자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이날 대의원대회는 시작 전부터 판매연대의 가입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각각 집회와 캠페인을 여는 등 팽팽하게 대립했다. 우파 집행부가 주도하는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정규직 노조)의 집행부·대의원들과 기아차지부 판매지회의 일부 우파는 대의원대회 사전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무대 연단을 차지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상정된 현장 발의안의 폐기를 주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이 발의한 안건 폐기 요구는 재적 대의원 4백75명 중 단 1백16명이 찬성해, 가결 기준 3백17명(3분의 2)에 크게 못 미쳐 보기 좋게 부결됐다. 금속노조 대의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지부 대의원 다수도 반대표를 던졌다. 대공장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내팽개치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보수 언론의 비난이 틀렸음을 보여 준 것이다.

판매 경쟁

현장 발의안을 대표 발의한 한국지엠 창원 비정규직지회 진환 대의원이 안건 취지를 설명했다. “현대차 자본이 (노동자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놓았습니다. 비정규직을 확대해 5:5 비율로 늘리고, 지점과 대리점이 누가 차를 더 파느냐를 두고 경쟁하게 만들었습니다. 모두가 단결해 양재동 본사 앞에서 함께 힘을 합쳐 싸워야 합니다. 판매연대 노동자들이 사측에 탄압을 받고 있는데, 금속노조가 이 동지들에게 손을 잡아 줬으면 좋겠습니다.”

일부는 박수를 보내고, 또 일부는 고성과 야유를 퍼부었다. 우파 대의원들은 이미 앞서 안건 폐기안이 큰 표차로 부결됐는데도 ‘이 안건을 다뤄선 안 된다’며 막무가내로 회의 진행을 방해했고, 의장은 아쉽게도 이런 시간 끌기와 방해를 단호하게 차단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근래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보기 드물게 10명이 넘는 좌파적 대의원들이 단호하게 판매연대의 즉각 가입 승인과 정규직·비정규직의 단결을 호소했다.

기아차 화성 사내하청분회 최경옥 대의원은 “산별노조의 정신”을 강조했다. “금속노조가 산별노조를 만들 때,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단결해 투쟁하자고 했습니다. 그 정신을 훼손해선 안 됩니다. 판매연대의 금속노조 가입을 즉각 승인해야 합니다!”

한국지엠 창원 비정규직지회 김희근 지회장은 “대리점 사원들이 시장 질서를 문란하게 만든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헷갈리지 말아야 합니다. 대리점 사장과 대리점 노동자는 다릅니다. 판매연대 동지들도 비정상적인 수당 문제 바꾸려고, 대리점 확대를 막으려고 투쟁하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분열해서는 이 정책을 막을 수 없습니다. 20년간 묵은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서도, 같은 노동조합 안에서 같이 투쟁하고 같이 토론해야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박유기 현대차지부장과 김성락 기아차지부장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현장 발의안에 반대했다. 박유기 지부장은 그동안 사측과 맺은 각종 합의서, 교섭구조, 오래된 감정의 골 등을 이유로 가입 결정은 나중으로 미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 대의원들은 우선 가입을 결정하고 하나의 노조 안에서 함께 토론하고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이명환 대의원은 말했다. “판매연대가 금속노조 가입을 신청한 지 9개월이 흘렀습니다. 논의할 기회는 많았지만, 시간만 계속 흘렀습니다. 그러는 동안 판매연대 동지들이 고립돼 사측으로부터 징계와 해고를 당하고 혹독한 탄압을 받았습니다.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됩니다.”

단결의 원칙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박성용 대의원은 ‘해법은 금속노조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서비스에서도 노동자들 사이에 갈등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를 해소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금속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이 가슴을 열고 비정규직 동지들을 끌어안아야 합니다. 우선 이 동지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그 다음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그 다음에 묵은 갈등을 터놓고 얘기하면서 함께 투쟁해야 합니다.”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김우용 대의원은 “오늘 논의의 핵심은 사측의 실적 경쟁 압박에 어떻게 싸우는 게 효과적일까 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일부 동지들은 판매연대가 금속노조에 가입하면 조합원 생존권이 위험해진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노동자들 사이에 갈등이 심해지고 우리끼리 분열하면 할수록 정규직과 비정규직, 우리 모두의 임금과 조건이 하락한다는 것을 역사가 보여 줍니다.

“반면에 노동자들이 단결해 함께 싸웠을 때 조건이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내국인 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두고 ‘경쟁’을 하는 상대인 것처럼 보이지만, 대구경북 건설노조는 이주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여 함께 싸운 덕에 이 지역의 건설 노동자 임금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고 합니다.

“경제 위기가 심해지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내국인과 이주노동자, 판매 지점과 대리점 노동자 사이에 갈등이 일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장들이 우리를 갈라놓고 모두의 조건을 끌어내리려고 안달입니다. 이럴 때 노동자 단결의 원칙을 지키는 게 아주 중요합니다. 단결이 우리의 힘을 강화합니다. 판매연대 가입은 판매 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을 지키는 데도 유리합니다.”

이날 아쉽게도 밤 11시가 넘어 대회가 유회돼 해당 안건이 통과되지는 못했다. 장시간 격론이 벌어진데다, 금속노조 위원장과 현대·기아차지부장 등 지도부가 ‘TF를 구성해 답을 찾겠다’며 표결에 반대하고 시간을 질질 끈 탓이다.

그럼에도 이날 많은 대의원들이 단결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크게 호응했다. 해당 안건이 일찌감치 표결에 부쳐졌다면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도 높았다. 현장발의안에 반대한 대의원들이 표결 반대, 안건 폐기를 주장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대회를 마치고 좌파 활동가들과 판매연대 조합원들은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드러난 단결의 가능성을 확인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앞으로 연대를 지속해 나가자고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