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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의 현실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총선 뒤 새로 구성될 이라크 정부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다만 이 정부를 ‘새 정부’라고 부를 수 있을지 ― 새롭지도 않고 정부라 부르기도 뭐하다 ― 가 의문이다.

그 정부의 요직 ― 대통령, 부통령, 총리 등 ― 은 미국이 전에 세웠던 ‘꼭두각시’ 정부들에서 한자리씩 했거나 지금 하고 있는 자들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최근 통일이라크연맹(UIA) ― 시아파 최고성직자 알 시스타니가 이끄는 연합으로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다 ― 이 총리 후보로 지명한 알 자파리는 미국이 점령 이후 조직한 과도통치위원회의 초대 의장을 지내다가, ‘주권이양’ 뒤에는 임시정부의 부통령을 맡았던 인물이다.

‘이라크리스트(IL)’의 총리 후보인 알라위 역시 임시정부에서 대통령을 지내고 있다. 물론 둘 다 미국이 임명했다.

나머지 인물들도 부시가 자랑하는 “자유”나 “민주주의” 따위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쿠르드애국동맹(PUK)의 잘랄 탈라바니는 대통령 자리를 노리고 있다. 그는 이라크 북부에서 저항 세력 소탕에 앞장서고 있는 친미 부역 세력이자 부패한 폭군이다.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국의 앞잡이 노릇을 한 찰라비는 처음에 총리 자리를 고집하다가 핵심 요직인 경제·치안 장관 자리를 제안받고 한발 물러섰다.

이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총선에서 미군 철수 일정을 제시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다수당이 된 UIA의 지도자들은 선거 뒤 미군과 타협으로 나아가고 있다.
유력한 총리 후보인 자파리는 AP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군이 있어도 테러가 일어나는데, 미군이 없으면 어떻게 되겠나? 먼저 테러리스트들을 뿌리뽑아야 한다.”

이것은 ‘점령 종식의 출발’이라고 지도자들이 호소해서 투표에 참가한 시아파 대중의 열망을 완전히 거스르는 것이다.

진정한 현실은 선거 뒤에도 점령과 학살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2월 말에 미군과 이라크군은 서부 안바르주(州) ― 이번 총선 참가율이 2퍼센트에 불과했다 ― 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시작했다. 히트, 바그다디, 하디타야, 라마디 등의 도시들이 야간통행금지조치 하에서 미군의 전면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라마디는 저항 세력이 사실상 통제하던 곳이다. 이번 작전을 위해 전투기와 AC-130 폭격기가 동원됐다.

〈워싱턴타임스〉는 “새 이라크 정부를 워싱턴의 ‘꼭두각시’로 묘사하려는 노력”은 “넌센스”라고 말했다. 지금 이라크에서 돌아가는 상황은 “이라크 선거는 민주주의의 진전”이라는 주장을 믿는 것이야말로 “넌센스”임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