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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 집회:
국적과 피부색을 뛰어 넘어 도심을 누비며 차별 철폐를 외치다

3월 19일 보신각 앞에서 3백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2017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 기념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세계 곳곳에서 진행된 '인종차별 반대 국제 공동 행동’의 일환으로 민주노총·이주노동조합·노동자연대 등이 속한 이주공동행동이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 재한베트남공동체,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공동주최했다.

이날 이주노조 활동가들이 선두에서 국가인권위원회 방향의 가두 행진을 이끌었다. ⓒ조승진

이주민이 2백여 명 참가했는데, 근래 열린 집회 중 가장 큰 규모였다. 또한 이주 쟁점으로는 오랜만에 인도를 벗어나 가두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최근 수백만 명이 거리에 나와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시킨 것이 긍정적 영향을 끼친 듯하다.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한국에서 인종차별이 심화되는 책임이 정부에 있음을 폭로했다.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유린하고 있는데, (이주노동자들의 처지를 더욱 악화시키는) 3개월짜리 계절 이주노동자 제도를 도입하고,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에게 숙식을 제공하면 통상임금의 20퍼센트를 가져갈 수 있는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또한 인종차별적 법 제도들을 철폐하기 위해 이주노동자와 정주민 사이의 단결과 연대투쟁을 강조했다. 함께 개회사를 한 외노협 장동만 운영위원장도 촛불집회 승리의 경험을 통해 평등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주말 동안 세계 곳곳에서 진행된 '인종차별 반대 국제 공동 행동’(#M19)의 한국 집회였다. ⓒ조승진

베트남 출신 결혼 이주민인 한가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는 "결혼 이주 여성은 남편의 도움 없이는 귀화나 체류연장이 어려워 가정폭력을 당하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주여성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체류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제도적 노력을 정부에 촉구했다.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세계적으로 인종차별이 만연한 가운데 한국 정부도 이주노동자들을 차별하는 고용허가제와 단속추방을 자행하고 있음을 규탄하며 "민주노총이 이주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경제 위기 속에서 지배자들이 이주노동자와 정주 노동자의 갈등을 더 부추기는 만큼, 민주노총이 이처럼 인종차별에 맞서며 단결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노총은 4월 30일에 열리는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 등에도 힘을 실을 계획이다.

서울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세진 변호사는 한국에 온 난민들이 "입국하자마자 공항에 억류돼 구금당하고, 하루 세 끼를 치킨 버거를 먹으며 몸에 곰팡이가 피기도 하는" 끔찍한 현실을 폭로하고, 난민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 취급하는 정부를 규탄했다. 또한 5퍼센트밖에 안 되는 낮은 난민 인정률을 더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었다. ⓒ조승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하라”는 이날 대회의 주요 요구 사항 중 하나였고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행성인) 등 성소수자 단체들도 함께 했다. 문화 공연에서 성소수자 합창단인 지보이스는 "단지 외국인 노동자라는 이유로 직장이동의 자유가 제한되고 저임금 노동정책이 당연시 여겨지고, 미등록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자유와 권리가 박탈당하는 것은 반드시 철폐돼야" 한다며 연대의 뜻을 밝혔다.

집회와 문화 공연 후 참가자들은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단속추방 중단하라”, "인종차별 반대한다" 하고 외치며 서울고용노동청을 거쳐 국가인권위원회로 행진했다. 종로를 지나가던 시민들은 관심 있게 행진을 지켜봤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주먹을 높이 들며 연대를 보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가두로 나선 이주민들은 크게 구호를 외치고 함성을 질렀고 해방감에 들떠 보였다.

국가인권위원회 앞을 가득 메우며 진행된 정리 집회에서 노동자연대 임준형 활동가는 "노동자 민중에겐 힘이 있고, 바로 그 힘으로 박근혜를 날려버렸다"며 박근혜의 적폐와 인종차별 문제의 연관에 대해 주장했다.

"박근혜는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려고 무슬림 이주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여론몰이 한 바 있다. 남아 있는 박근혜 정책들을 끝장내고 우리가 원하는 평등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도 인종차별에 맞서는 것은 중요하다."

그의 말처럼 “정부가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것은 노동자 민중을 분열시켜 정부에 맞서 싸우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인 만큼 정주민과 이주민이 단결해 싸운다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집회 장소 근처에 다양한 부스와 행사가 진행됐다. ⓒ조승진
이날 참가자들은 종로 도심을 누볐고, 서울고용노동청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각각 항의 행동을 벌였다. ⓒ조승진
경제 위기일수록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을 향한 인종차별에 맞서 단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