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에 열린 민주노총 서울본부 대의원대회에서 서울시 지원금 사업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토론됐다. 서울본부는 지난해부터 서울시의 노동단체지원금 15억 원을 받아 미조직·비정규직 사업에 사용하는 일을 추진했는데,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이 사업을 중단하라는 안건이 현장 대의원들에 의해 제기된 것이다.

〈노동자 연대〉는 정부·지자체 지원금 수령이 민주노조의 정치적·재정적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므로 철회돼야 하며, 민주노총 각급 조직이 그동안 다양한 명목으로 정부 지원금을 수령해 온 것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본지 187호, ‘정부·지자체 지원금 수령은 노동조합의 독립성을 훼손한다’).

노조의 독립성을 지켜야 2013년 민주노총 서울본부 운영위 장소 앞에서 노동자들이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SEOULMOIM2013(페이스북)

지난해 10월에는 민주노총 중집이 서울시지원금 사업을 중단하라고 결정했고, 서울본부 운영위원회 성원 과반수도 중집의 결정에 따를 것을 결의했다.

그럼에도 서형석 서울본부장은 지원금 사업을 강행했다. 심지어 이 결정에 비판적인 사무처 성원들을 민주노총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관련 안건을 서울본부의 각급 회의에 상정하는 것조차 거부했다. 게다가 미조직·비정규직 조직화와 별 상관 없는 사업에 돈이 사용된 정황이 발견되는 등 무원칙한 수령 기준에 대한 비판도 불거졌다. 서울시는 서울본부가 사드 반대 토론회에 지원금을 사용한 것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런 파행이 거듭되자, 서울본부장에 대한 징계 건이 민주노총 규율위원회에 회부됐고 모종의 징계가 결정된 듯하다. 현재 서울본부에 통보하는 절차만 남아 있다고 한다.

그동안 지원금사업 중단을 요구해 온 대의원 3명이 우선 사무처 성원 부당 징계 철회 안건을 현장에서 발의해 상정했다. 이 안건은 금세 현장발의 정족수를 채워 과반의 지지 속에 상정됐다. 이를 보면 서울본부의 지원금 사업 강행에 비판적인 대의원들이 다수파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대의원들은 “2016년 서울시 노동단체지원금 사업 전반에 대한 회계 및 업무감사와 재평가”를 하고, “정부지원금 사용에 대한 민주노총의 기준과 원칙이 마련되고, 서울시지원금 사업에 대한 충분한 토론을 통한 결의를 할 때까지 사업을 중단·보류한다”는 내용의 수정안 발의도 준비했다.

하지만 ‘지난해 지원금사업에 대한 감사와 재평가’ 안건에 대한 찬반토론이 끝난 뒤 표결하기 전에 정회됐고, 이때 대의원 일부가 빠져나가 정족수에서 8명이 부족해 대회가 유회됐다. 그러는 바람에 정부지원금 사업에 대한 결정은 다음 대의원대회로 넘어가게 됐다.

그런데 수정안 제출자들은 정부지원금 수령 자체에 반대하기보다는 제대로 된 기준과 원칙을 마련할 때까지 지원금 사업을 보류해야 한다는 견해였다.

무원칙한 사용은 물론 문제이지만, 설령 지원금 사용 기준이 확립된다 해도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에 재정을 의존한다는 것 자체가 노조의 독립성을 훼손한다. ‘정부지원금을 쓰되, 잘 쓰자’는 주장은 ‘다른 민주노총 조직들은 받는데, 왜 우리만 못 받냐’는 물 흐리기 식 주장에도 취약할 수 있다.

대의원대회가 비록 유회됐지만, 대의원 다수가 지원금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에 비판적이었다. 이미 내용과 절차 모두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서형석 서울본부장은 지원금사업을 즉각 폐기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다시 열릴 대의원대회에서 서울본부 대의원들은 서울시지원금 사업 철회(적어도 중단)를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