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는 대선을 겨냥해 ‘공공부문 대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그 내용은 공공서비스 확대, 민영화 중단과 재공영화,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 확대(신규 고용 확대와 비정규직 정규직화), 낙하산 척결, 성과·퇴출제 폐기 등으로, 대부분 꼭 필요한 내용이다.

특히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상당하다. 공공운수노조가 의뢰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4.3퍼센트가 ‘정부나 지자체, 공공부문이 좋은 일자리 만들기를 선도’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한국의 공공부문 고용 규모가 OECD 평균의 3분의 1에 불과한 현실을 볼 때, 공공부문 고용 확대는 비현실적인 요구도 아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2008~15년 동안 중앙 공공기관 2백15곳의 정규직 일자리 증가율은 고작 8.5퍼센트로, 전체 정규직 고용 규모 증가율 22.4퍼센트에 턱없이 못 미친다. 반면 이 기간에 간접고용 노동자는 40.6퍼센트가 증가했다. 정부가 저질·저임금 일자리 확대를 선도해 온 것이다.

단적으로, 보육·간병·노인요양·장애인 보조 등 사회서비스부문의 열악한 일자리를 공공부문으로 전환하고 부족한 수를 메우는 데만도 1백50만 명이 추가로 필요하다. 공공서비스 증진을 위해서도 좋은 일자리로의 전환과 신규 고용 확대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실질 노동시간을 주40시간으로 단축하고 격일제 2교대, 4조3교대 등의 교대제를 개편해 일자리를 늘리자는 요구도 타당하다. 연간 2천2백 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야간 노동을 밥 먹듯 해야 하는 교대제를 개선하는 것은 노동자들이 매우 바라는 일이다.

자구 노력?

공공운수노조가 이를 위해 재벌 증세를 요구한 것은 지지할 만하다. 그러나 “공공기관 노동자의 자구 노력”을 동시에 제안한 것은 문제가 있다.

노동시간 단축(시간 외 노동 폐지)과 교대제 개편(교대조를 늘려 휴일 확대)으로 마련된 재원으로 일자리를 나누고, 공공기관 경영평가성과급 재원(5천4백억 원 추산)을 일자리 확충에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일자리 4만 3천 개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그동안 정부가 경영평가제도를 내세워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공공서비스를 악화시켜 온 것에 노동자들은 매우 큰 반감을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며 인센티브(추가 성과급)를 지급해 반대를 무마하려 했을 때 공공운수노조가 이를 거부하고 반납을 조직한 것은 옳았다.

또, 누구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어느 정도 희생을 해서라도 정부와 기업들이 재원을 마련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보는 취지 자체는 좋은 의도일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조상수 위원장은 새 정부가 좋은 일자리 확대와 비정규직 정규직화, 처우 개선에 나서면 “공공부문 노동조합도 기득권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먼저 나서서 고통을 분담한다고 해도 이것이 정부와 기업주들의 양보를 끌어낸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물론 새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인 문재인은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겠다고 하고, 공공운수노조의 요구에 대체로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가 제시하는 5년 누계 21조 원의 재원으로는 주로 형편없는 저임금 일자리가 양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게다가 광주형 일자리 모델(2천만 원 임금 수준의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고 노동자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 대타협)과 2015년 공무원연금 개악 합의와 같은 모델을 치켜세우며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운수노조의 선의는 더 큰 양보를 요구받는 명분이 될 수도 있다.

둘째, 해마다 지급하는 경영평가성과급은 이미 공공기관 노동자 임금의 일부로 자리 잡았고 시간외 노동 수당도 임금에서 적은 액수가 아니다. 공공운수노조의 제안대로라면 1인당 수백만 원의 임금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이 방안에 대해 노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동시간이 줄기 때문에 노동자에게도 일방적인 손해가 아니고 경영평가도 폐지해야 하므로 이를 거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철도, 건강보험공단 등의 투사들은 ‘이렇게 중요한 문제가 논의도 없이 추진되는가’, ‘임금 삭감을 노조가 내놓는 것은 옳지 않다’고도 말한다.

대다수 노동자들은 고용 확대, 노동시간 단축과 경영평가 제도 폐지를 지지하지만 기존의 임금 수준도 유지되길 원할 것이다. 노동시간이 단축돼도 임금이 줄면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노동을 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그래서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노동시간단축특별법(안)에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수준의 저하나 임금체계 변경을 불허’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민주노총 2017 대선의제와 요구)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고용 확대 등의 요구를 쟁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도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결국 노동자들의 투쟁력에 달려 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지난해 성과연봉제를 즉각 폐기시키진 못했지만, 파업을 통해 잠재력을 보여 줬고 사회적 지지도 끌어 냈다.

경제 위기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정권 교체가 된다 해도 새 정부는 얼마 안 가 노동자들을 공격할 것이다. 공공부문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러려면 이와 같은 양보론으로 노동자들 사이에 분열을 낳기보다는 공공서비스 강화,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 고용 확대를 요구하며 투쟁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 민주노총의 가장 주력 노조 중 하나인 공공운수노조가 자진해 일부 임금 몫을 양보하는 노동시간 단축 등을 추진한다면 이는 다른 부문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봐야 한다. 민간부문 노동자들에게도 양보해야 한다는 정부의 압박과 더불어 노동운동 내 온건한 개혁주의자들의 목소리를 강화할 명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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