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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대북정책:
사드 보복하는 중국을 견제하며 대북 압박 강화를 예고하다

4월 3일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미국]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미국이 북한의 ‘핵 위협’ 제거를 위해 단독으로 움직인다는 얘기였다. 트럼프는 중국에 북핵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단이 “무역”이라고 밝혀, 북핵 문제를 대중국 무역 문제와 연계해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 미 F-35 전투기들이 남한에서 북한 내 폭격 위치를 가상 지정한 폭격 훈련을 벌였다

6~7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가 중국에 대북 제재 강화를 촉구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는 주요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취임 직후 기존의 대북 정책을 검토하며 새 대북 정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최근 백악관의 대북 정책 검토가 끝난 듯하다. 트럼프의 발언이 검토 결과에 따른 것이라면, 분명 트럼프 정부가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측된다.

전략적 인내

트럼프가 북핵 문제에서 ‘중국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는 것은 국무장관 틸러슨이 3월 동아시아 순방 때 내놓은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3월 17일 틸러슨은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새 대북 정책을 위해 외교‍·‍안보‍·‍경제적인 모든 형태의 조처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단계적으로 접근하겠지만 선제타격 등의 군사행동도 배제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사드 경제 보복에 나선 중국을 비난하며, 중국 압박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임 정부의 정책과 다른 획기적인 돌파구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트럼프‍·‍틸러슨 등의 발언에서 드러난 것은 기존의 “전략적 인내”와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워싱턴 포스트〉가 틸러슨의 대북 접근법이 실상 오래된 접근법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까닭이다.

오바마 정부는 8년 동안 전략적 인내를 표방하며 북한이 먼저 변할 때(즉, 선(先) 비핵화 조처를 할 때)까지 대북 압박을 가하며 기다린다는 정책을 고수했다. 단지 기다린 것만은 아니고, 기회만 되면 제재와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방식이었다. 오바마는 북한의 돈줄을 죄는 경제 제재 강화와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를 결합했다. 그래서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악의적 무시”라고도 불렸다.

북한의 간절한 대화 제의를 여러 차례 거절한 오바마 정부는 북핵 ‘위협’을 빌미로 미사일방어체계(MD)에 한국을 참가시키는 데 공들이는 등 자신의 전략적 이익을 관철시키고, 한미 양국은 선제공격의 성격이 강화된 핵‍·‍미사일 대응전략을 발전시켜 왔다.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오바마 정부가 자주 꺼내든 카드였다.

트럼프 정부가 오바마 8년을 돌아보고 지금까지 제시한 것(북한의 국제금융망 차단 등 제재 강화, 중국 책임론 강조, 한‍·‍미‍·‍일 협력 강화 등)을 보면, 분명 트럼프의 대북 정책은 전임 정부와 뚜렷한 연속선 상에서 추진되고 있다. 그리고 그 강도를 더 강화하려 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인내 플러스’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이 플러스는 동아시아에서 심각한 긴장과 위기를 초래할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 하에서 북한은 강도 높은 반작용을 해 왔다. 오바마의 외면과 압박에 반발해 북한은 자신들이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 주고 미국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고자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오바마 정부 8년 동안 북한은 무려 네 차례나 핵실험을 감행하고 미국의 MD를 회피하려고 여러 투발 수단을 개발했다.

따라서 실패한 정책 노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거기서 더 강경해지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구상은 한반도 불안정을 더한층 악화시킬 게 분명하다.

플러스

많은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시사한 단독 행동에 금융제재 강화 외에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도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본다. 즉, 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과 개인을 미국 국내법에 따라 제재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미 3월 트럼프 정부는 북한‍·‍이란 제재 관련 법을 위반했다며 여러 중국 기업에 벌금 폭탄을 안기거나 경제 제재를 단행했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은 중국과 석탄을 거래하는 북한 기업(백설무역)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여차하면 ‘세컨더리 보이콧’을 본격적으로 단행하겠다고 중국 정부에 경고를 보낸 셈이다.

미국이 북핵 문제에서 ‘중국 책임론’을 들먹이는 것은 자신의 대북 정책이 북핵 문제 해결에 실패했음을 감추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 ‘위협’을 핑계로 한 자신의 군사 행동과 동맹 강화를 합리화하는 데도 ‘중국 책임론’은 유용하다. 트럼프가 최근 ‘중국 책임론’을 강조하는 것은,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에 피해를 입는 한국 지배계급과 중간계급에 자신들이 한반도 문제에 성의를 다하고 있는 반면 중국이야말로 문제 악화에 책임이 있다고 부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에 고함을 친다고 해서 북핵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북한의 불안정이나 붕괴를 바라지 않는 중국은 북한을 벼랑 끝으로 내몰 수준으로까지는 제재를 가하지 않으려 한다. 트럼프 정부가 대북 제재 이행 촉구를 중국 압박용으로 본격 사용한다면, 한반도를 놓고 미‍·‍중 갈등만 더 심해질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대북 정책을 검토하면서, 선제공격이나 전술핵 한국 배치 등 군사적 조처가 거론돼 왔다.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는 두고 봐야 할 테지만, 적어도 전술핵 공격 수단(폭격기 등)을 한반도에 자주 전개하는 방식으로 북한과 중국을 압박할 공산은 높다.

그리고 선제공격 주장은 미국 전‍·‍현직 고위 관리들 입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이대로 두면 머지않아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준의 핵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게 이 주장의 근거다.

물론 트럼프 정부가 당장 대북 선제공격을 결심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기에는 크나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트럼프 정부는 언제든 북한의 ‘도발’을 선제적으로 저지하겠다며 한반도에서 군사 행동을 강화하고 동맹을 결집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분하게도, 사드는 어느새 배치 완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게다가 4월 3일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막겠다고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이 연합 대잠수함전 훈련을 벌였다.

미국은 3월에 F-35B 스텔스 전투기에 북한 내 폭격 위치를 지정한 훈련을 진행한 데 이어, 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무려 다섯 차례나 한반도에 전개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북한을 향해 언제든 선제 (핵) 공격이 가능하다는 경고이지만 동시에 중국 코앞에서 벌인 무력 시위이기도 하다.

이제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하고 싶다’던 트럼프는 온데간데없다. 북한 국내총생산보다 더 많은 돈을 국방비 증액에 쏟아부으며 패권을 위해 북한 ‘위협’을 부풀려 대북 압박 강화에 나선 트럼프가 있을 뿐이다.

트럼프는 5월에 들어설 차기 한국 정부에 자신의 정책에 협력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노동자 운동은 차기 한국 정부가 평화를 바라는 다수 민중의 염원을 배신하고 미국의 정책에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사드 배치 등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과 한국 정부의 협력에 계속 맞서야 한다.


“미 전술핵 배치하라”는 우익들의 망언

미국 정부 내에서 ‘전술핵 한국 배치’ 검토 얘기가 흘러나오자,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 등 우익들은 일제히 반드시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유승민, 남경필 등 우익 유력 정치인들은 모두 ‘전술핵 배치’를 자신의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미 우익들은 한국의 독자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쳐 왔다. 북한이 핵무력을 강화하자 남한도 핵무기를 갖는 게 가장 확실한 자위책이라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앞장서 핵무장 선택권을 갖자며 적어도 핵추진 잠수함만은 확보하자고 선동했다. 여당 원내대표였던 원유철이 핵무장론을 밀어붙였고, 남경필도 핵무장 준비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물론 미국은 한국의 핵무장론을 경계했다. 지난해 전 미국 국무부 특보 로버트 아인혼이 원유철의 면전에서 “독자적 억지력(핵무기)을 가지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우익들의 핵무기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독자 핵무장이 안 되면 미국 전술핵이라도 재배치해 북한 핵무기와 “공포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권이 미국에 ‘전략무기의 한반도 배치’를 끈질기게 요청했다.

따라서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단행하면 이는 북한과 중국 견제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한국(그리고 일본)의 핵무장론을 억누르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다.

한반도에는 냉전 때 미국 전술핵이 1천 기 가까이 배치된 바 있다. 냉전의 최전선으로서 한반도 주민들은 핵전쟁의 위협 속에 살아야 했던 것이다. 전술핵이 공식적으로 철수한 지금도 미국의 핵무기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다. 그런데 우익들은 그 위험을 더 키우자고 아우성 치고 있는 셈이다.

핵으로 핵을 막아 평화를 지킨다는 발상은 말 그대로 공상이다. 한반도에 전술핵이 있을 때도 1968년 푸에블로 호 사건 같은 전쟁 위기가 벌어졌다. 냉전 하에서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까지 갈 뻔한 상황이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등 여러 차례 있었다.

오늘날에도 남한이 독자 핵무장에 나서거나 미국 핵무기를 들이는 것은, 중국과의 핵 군비 경쟁을 자극하는 등 제국주의 간 갈등이 점증하는 동아시아에 불확실성을 엄청나게 높일 짓이다. 이런 미친 짓은 상상도 해선 안 된다.


조만간 북한 핵실험?
그렇다면 성주‍·‍김천 주민들이 난처해질 것

트럼프 정부의 새 대북 정책에서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분명해지자, 북한이 조만간 추가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거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미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동시에 6차 핵실험을 할지 모른다.

최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북핵이 동북아 정의의 보루이자 세계 평화를 수호하는 구실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 제국주의를 후퇴시키지도 못하고, 동북아와 한반도 평화 실현의 수단도 되지 못한다. 그 반대로, 위험만 키운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아니었다면 미국이 남한에 사드 배치를 강행하기는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한일 ‘위안부’ 합의도, 한일군사협정 체결도 모두 북한의 핵무기 ‘위협’을 명분삼았다.

북한은 성주‍·‍김천 주민들이 미국의 사드 배치 강행에 맞서 싸우고, 박근혜 퇴진 운동이 벌어지는 와중에 북극성-2 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다. 만약 이번에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감행하면, 사드 배치 저지 운동에 또다시 악영향을 줄 것이다.

이렇게 제국주의에 가장 효과적으로 맞서는 방법인 아래로부터의 운동에 개의치 않고 자국의 외교적‍·‍군사적 이익 극대화에만 골몰하는 것만 봐도 북한은 진정한 사회주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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