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김성락 집행부는 원하청 노조 분리 총투표 중단하라 장재형 화성지회장은 투표 관리를 거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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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기아차지부의 김성락 집행부가 원하청 노조를 분리하는 조합원 투표(총회)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이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요구와 독자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노조에서 쫓아내겠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의 왜곡과 달리, 이번 사태는 ‘정규직 대 비정규직’ 대립 구도가 아니라 기아차지부 집행부가 정규직·비정규직 조합원 모두를 향해 벌이는 노골적인 퇴행이다. 실제로 현장에선 정규직·비정규직 활동가 조직들이 입장을 발표하고 대의원·활동가 연서명을 받는 등 노조 분리 투표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김성락 집행부가 막무가내로 노조 분리 투표를 강행하려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자신이 체결한 신규채용 합의를 지켜 내어 협상 파트너인 사측을 향해 위신을 세우려는 것이다. 신규채용 합의는 사측의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일부만 선별적으로 신입사원으로 뽑는다. 그간의 체불임금·근속·공정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합의를 거부하고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싸웠다. 집행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앞장서 이끌지는 못할 망정 손톱 밑의 가시로 여기고 있다. 역설이게도, 김성락 집행부가 노조 분리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정규직―비정규직 단일 노조의 필요성을 잘 보여 준다.

둘째, 집행부의 투쟁 회피에 대한 책임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돌리고, 현장 조합원들의 불만을 관료적으로 통제하려는 것이다. 그동안 기아차 조합원들은 낮은 임금인상률, 오리무중 통상임금, 누더기 8+8 교대제 합의, 비정규직 임금 삭감, 신규채용 합의와 강제 전환배치 등으로 불만이 턱밑까지 차 왔다. 김성락 집행부는 이런 불만이 왜 생겼는지 정직하게 돌아보기는커녕, 화성공장의 사내하청분회가 무리한 요구와 투쟁으로 “노동조합의 발전을 가로막았다”며 “노동조합의 규율은 철의 법칙”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화성 분회장을 징계하는 안건을 지부 운영위에 상정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규율은 그저 입 닥치고 지도부의 통제에 따르라는 게 아니다. 민주적 토론에 기초해 단결해서 투쟁하자는 취지다. 이 점에 비춰 보면, 노동조합 규율을 위반한 것은 김성락 집행부 자신이다. 지난해 말 조합원 총투표까지 거친 ‘박근혜 퇴진 민주노총 파업’에 불참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경우만 해도 법원 판결(불법파견 인정)조차 인정하지 않는 사측이 문제의 원인인데도, 김성락 집행부는 오히려 비정규직의 투쟁을 비난함으로써 착취자를 편들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노동조합의 규율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다.

이간질

경제 불황으로 수익성이 줄면서 사측의 공격이 강화되고 있는 지금, 노조 분리는 사측에게만 이로울 뿐 노동자들에게는 해롭다. 물론 노조가 나뉘어 있어도 투쟁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커다란 조직력을 가진 기아차지부에서 분리되면 단일 노조의 일부인 때보다 조건을 방어하기도, 지금의 조합원 수를 유지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게,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가 열악해지면 정규직의 조건도 후퇴 압박을 받기가 더 쉬워진다. ‘비정규직을 몰아낸 노동귀족’이라는 비난 속에 정규직의 요구와 투쟁도 연대를 얻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노조 분리는 노동자 단결에 불리하다 ⓒ사진 기아차지부 사내하청분회

노조 분리는 사측이 노동자들을 이간질해 각개격파하기 딱 좋은 토양을 제공한다. 사측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갈라놓고, 또 그 내에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신입사원이라는 이유로, 청소·식당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근무태도가 불량한 ‘저성과자’라는 이유로 갈기갈기 찢어 각개격파하려 한다. 이런 이간질 공격에 맞서 노동자들이 단결하는 게 노동운동의 핵심 과제인 이유다.

최근 김성락 지부장과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당선한 화성공장의 지회 집행부가 노조 분리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번 투표의 목적 자체가 노조 분리에 있으므로 투표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 화성지회 집행부가 그저 노조 분리 반대만 외친다면, 조합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면피 행위일 뿐이다. 구체적인 조처가 뒤따라야 한다.

김성락 집행부를 배출한 활동가 조직인 ‘금속노동자의 힘’도 논란 끝에 투표 반대 입장을 결정했다. 그런데 이 동지들도 화성·소하리·광주 공장에서 노조의 집행권을 갖고 있는 만큼, 자신의 집행부가 투표를 실시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말로만이 아니라 자신이 실제 할 수 있는 일들을 추진해야 진정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

기아차지부의 전직 위원장들과 일부 활동가들은 노조 분리 투표를 막기 위해 대의원대회를 열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만약 그렇게 해서 분리를 막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김성락 집행부가 어떻게든 노조 분리를 관철하려는 상황에서, 그 결과가 불확실한 방법에 의존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지금 사면초가 상황으로 몰린 김성락 집행부가 총투표를 실시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투표라는 형식 절차를 구체적 맥락에서 떼어 내어, 무조건 민주주의를 나타내는 양 착각해선 안 된다. 며칠 전 터키에서는 속임수와 비리, 협박 등으로 점철된 국민투표를 통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권력을 더한층 자기 손에 집중시켰다.(터키 좌파는 투표 보이콧을 주장했지만 혹심한 탄압과 마녀사냥으로 실패했다.)

한편, 적잖은 활동가들은 노조 분리 시도를 비판하면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외치는 ‘전원 정규직 전환’ 요구나 투쟁이 과도하다는 생각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러나 보수적 법원조차 불법파견이라고 인정한 데다, 삼성의 이재용 구속으로 정몽구의 불법 행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원 정서’를 이유로 정규직 전환 요구가 과도하고 현실성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몽구만 기쁘게 할 것이다.

박근혜가 파면·구속된 지금의 정세(사회 세력관계)는 노동자 투쟁에 유리하다. 지금의 기회를 이용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활동가들이 단결해서 단호하게 김성락 집행부의 노조 분리 총회를 막아 내고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을 전진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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