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을 높이 올린 안철수의 대선 포스터가 화제다. 안철수는 “[다른 후보들의] 벽보들은 누가 되든 대한민국은 변함없이 똑같다는 상징”이라며, 자신은 한국 정치에서 “첫 시도”로서 이 포스터로 “달라진 대한민국”을 만들 의지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992년 대선에 출마한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도 비슷한 사진을 대선 포스터에 사용한 적이 있다.

정주영을 연상시키는 건 선거 포스터만이 아니다. 시장주의를 찬양하는 ‘자수성가 기업주’라는 점도 닮았다. 또한 부인 김미경의 서울대 교수직 1+1 특혜 채용 의혹, 의원실 보좌관에 대한 갑질 논란, 포스코 사외이사 활동 논란 등은 그가 체질화된 특권층임도 보여 준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특강을 한 안철수는 “기업이 무슨 죄가 있나. 아주 극소수의 불법적인 행위를 통해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나쁜 것”이라며 촛불운동으로 확산된 재벌 총수들에 대한 반감을 우려했다. 국민 안전을 우선시하겠다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세월호 출발지인 인천항을 방문했지만, 곧바로 인근 해군부대로 가서 안보를 강조했다. 또한 기업의 돈벌이를 위해 각종 안전 규제를 푸는 ‘규제프리존’을 가장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안철수는 부자 증세를 반대하고 고용 확대 책임은 민간에 맡겨야 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공공부문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도 “국가부도행 특급열차”라며 악담을 퍼붓는다.

그러나 투자를 늘리기 힘든 경제불황 시기에 일자리 창출을 기업에게 맡기자는 건, 국가의 직간접적 지원이 기업과 기업주들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런 담론은 구 여권의 기만 살려 줄 뿐이다.

최근 ‘국공립 대형 단설 유치원 신설 반대’도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한국의 국공립 유치원 이용률은 24.2퍼센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8.6퍼센트)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특히 단독 건물을 쓰는 단설 유치원은 시설과 운영 방식 등 모든 면에서 부모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국공립 유치원이다. 그런데 안철수는 국공립 단설 유치원 건설을 “자제하고 사립 유치원의 독립 운영을 보장하겠다”고 발언해 사립 유치원 소유주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넓은 부지가 필요한 단설 설립을 자제하고 병설을 늘린다는 이야기”라고 변명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양질의 국공립 유치원이 늘어나길 기대했던 부모들에겐 기가 찬 궤변에 지나지 않았다.

안철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약 첫머리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퍼센트까지 증액해 예산 10조 원을 더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들의 목소리인 ‘최저임금 1만 원’은 임기 말에나 가능하다며 인색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안철수의 이런 계급적 기반과 행보는 캠프 영입 인사에서도 엿보인다. 안철수는 최근 재벌을 편들고 세월호를 비아냥거리던 〈조선일보〉의 전 편집국장이자 케이티(KT) 전 부사장 출신인 조용택을 언론특보로 영입했다. 또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선대위 대변인을 지낸 이상일을 고문으로 위촉했다.

기업주 출신답게 실용주의적 처신도 돋보인다. 한때 박근혜 후계자를 자처했던 친미·친제국주의 반기문의 팬클럽이 안철수 지지를 선언하자 반기문에게 ‘외교 특사’를 맡기겠다고도 한다. 극우 논객 조갑제가 민주당 정권은 막자며 지지한다고 하는데도, 이 끔찍한 자들의 지지 선언을 즐길 뿐이다.

이러한 비판에 안철수는 “저를 적폐세력의 지지를 받는다고 비판했는데, 그건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박했다. 한마디로 조갑제도 존중받을 국민이란 말이다.

박근혜 퇴진을 비교적 초기에 주장했지만, 촛불 대중에게 안철수의 상승세가 정권 교체 염원에 걸맞지 않다고 느껴지는 이유다. 이런 안철수가 한때 ‘개혁을 가장 잘할 것 같은 정치인’으로 언급됐던 것은 그만큼 새누리당, 민주당 등 기성 정치권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안철수가 그런 염원을 실현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점차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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