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나치 마린 르펜이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세계 주요 제국주의 열강이자, 독일과 함께 유럽연합의 중심국인 프랑스에서 나치가 권좌를 넘보는 상황은 단지 프랑스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노동계급이 경계해야 할 일이다.

르펜은 인종차별주의자일 뿐 아니라 조직 노동계급을 파괴하려는 파시스트다.

르펜은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일 뿐 아니라, 제2차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을 나치의 가스실에 넘겨 준 프랑스 정부의 책임을 공공연히 부정하는 나치다. 이런 자가 결선에 진출한 것은 근본에서 세계 자본주의 위기가 짧게 잡아도 1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것의 산물이다. 이런 위기에 대한 주류 정치권의 대응은 어마어마한 환멸을 낳았고 그 덕분에 르펜의 득표는 5년 만에 1백만 표 이상 늘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보수 정부 10년(2002~12년) 동안 노동조건과 복지에 대한 공격, 추악한 부패에 대한 대중의 염증 덕분에 그 반사이익으로 사회당이 집권했다. 하지만 집권한 사회당은 노동자들의 몫을 빼앗아 오는 데서 전임 보수 정부보다도 더 ‘유능하다’는 것을 보이려고 보수 공화당의 협조를 구했다.

예컨대, 사회당 대통령 올랑드는 쉬운 해고와 노동시간 연장을 골자로 하는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려고 “비상입법권”까지 발동했고, “사회당 대통령 불신임은 우파에게 권력을 넘기는 것”이라며 사회당 좌파가 불신임 표결에 가담하지 못하도록 단속했다. 보수 공화당은 사회당 정부에 더 많은 공격을 주문했다.

이런 꼬락서니를 보며 주류 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더 커졌고 결국 수십 년간 프랑스 정치를 주름 잡았던 보수 공화당과 사회당이 이번 대선에서는 둘 다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두 당은 지난 대선에서 56퍼센트를 득표했지만 이번에는 그 절반도 못 되는 26퍼센트로 쪼그라들었다.

국민전선은 주류 정당에 대한 이런 정당한 환멸을, (역시 주류 정당이 먼저 퍼뜨리기 시작한) 무슬림 혐오와 결합시켰다. 또한 유럽연합(EU)이 강요하는 긴축에 대한 평범한 사람들의 정당한 불만에 올라타려고 EU에 대한 우파적 비판을 가했다.

그런데 프랑스 좌파는 이슬람에 대한 오래된 혼란 때문에 국민전선에 대한 효과적 저항을 건설하지 못했다.

한편, 1위로 결선에 진출한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르펜과 겨우 2퍼센트 차이)은 프랑스 정치권 엘리트들이 많이 가는 파리 정치대학과 국립행정학교(ENA) 출신이고, 투자은행에서 일했으며, 사회당 정부 하에서 경제장관을 맡아 부자 감세를 추진했다. 독일 총리 메르켈은 그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는데 그가 EU를 확고하게 지지하기 때문이다. 마크롱이 “아웃사이더”라는 말은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가 아직 무슬림 혐오를 퍼뜨리는 데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아주 기회주의적인 인물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 의회 내 기반이 몹시 미약해 실제로 집권하면 각종 타협 압력이 더 커질 것이다.

한편, 급진좌파 후보 장뤽 멜랑숑은 7백1만 표를 얻으며 사회당 후보를 크게 제쳤고 3위를 차지한 공화당 피용과 거의 비슷하게 득표했다. 멜랑숑의 부상은 프랑스 사회 전체가 우경화한 것이 아니라는 점과 주류 정당이 밀려나면서 생긴 공백을 좌파가 메울 수 있음을 보여 줬다. 한편, 더 원칙적으로 계급을 강조한 극좌파 반자본주의신당(NPA)의 후보 필립 푸투는 39만 표를 얻었고, 또 다른 극좌파 노동자투쟁(LO) 당의 후보는 23만 표를 얻었다.

결선 투표까지 남은 2주 동안 르펜은 선거 운동을 한다며 인종차별적 무슬림 혐오를 한층 더 퍼뜨릴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르펜에 반대 투표해야 한다는 정서가 커지는 듯하다.

1차 투표에서 멜랑숑을 찍은 유권자 중 상당수도 결선에서 마크롱을 찍을 듯하다. 마크롱을 신뢰하지 않고 그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지만, 르펜을 막기 위해 그에게 투표하겠다는 것이다.

15년 전 국민전선이 결선에서 18퍼센트만 득표하며 크게 패했던 것과 달리 이번 결선은 그때보다 더 팽팽한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르펜 반대 투표 분위기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분위기가 르펜에 반대하는 운동으로도 이어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