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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를 즉각 철수시켜라

4월 26일 새벽 한·미 당국이 성주 골프장에 사드 장비를 기습적으로 반입한 일은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사드 문제가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된 것에 아랑곳없이 한·미 양 정부는 배치 작업을 착착 진행했다.

그리고 26일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정부는 인구 2백 명도 안 되는 작은 농촌 마을 성주 소성리에 경찰 8천여 명을 투입해 미군이 장비를 들일 진입로를 열어 줬다. 소성리 주민과 연대하러 오는 사람들을 막으려고 모든 길을 막은 채 말이다. 사드 반입 과정에서 87세 할머니가 군홧발에 짓밟히는 등 많은 주민이 부상했다. 부상자 대부분이 80대 할머니들이다.

사드를 배치하기까지 지난 몇년 동안 정부는 시종 거짓말로 일관해 왔다. 주한미군사령관 등 미국 정부 인사들이 사드 배치를 놓고 한국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힐 때마다, 박근혜 정부는 “3No(미국의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라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지난해 배치를 공식화한 후에도 정부의 거짓말은 여전했다. 배치 직전까지 국방부는 환경영향평가 등 후속 작업이 남아서 대선 전에 배치가 완료되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었다!

대선 전에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고 가동하려고 정부는 온갖 무리수를 썼다. 환경영향평가도 없이 사드 배치를 감행하고 레이더 가동 준비에 들어가는 등 불법·탈법 논란도 감수할 태세다.

사드 배치 감내하고 10억 달러도 내라고? 성주 골프장으로 들어가는 군 차량을 막아선 원불교 성직자와 주민들

거짓말

미국과 한국 정부들은 “북핵이 긴급한 안보 위협”으로 대두해 사드 배치를 조기에 감행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드는 한국으로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무기 체계가 아니다. 이 점은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적시돼 있고, 한국 정부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한국 정부는 사드의 성주 배치로 한국이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되는 게 아니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2012년 한국 국방부가 밝힌 MD 편입 기준에 사드 레이더 배치가 포함돼 있었다. 26일 미국 태평양사령부 사령관 해리 해리스는 하원 청문회에 일본 X-밴드 레이더, 괌 사드, 한국 사드 배치 등을 언급하며 이렇게 보고했다. “태평양사령부는 완전히 통합적인 탄도미사일방어체계 구축을 목표로 일본, 한국, 호주와의 협력을 지속할 것[이다.]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의 지적대로, 해리스의 보고는 성주 사드가 주되게 중국을 겨냥한 통합 MD의 일부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따라서 사드 배치는 성주·김천 주민뿐 아니라, 한반도 주민 전체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다. 사드 배치는 한반도 전체가 강대국들 간 갈등과 경쟁의 소용돌이에 더 깊이 빨려 들어가게 할 것이다. 그에 따른 위험은 결국 보통 사람들이 떠안게 된다. 박근혜 퇴진 운동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이 사드 배치를 박근혜와 함께 사라져야 할 적폐의 하나로 본 까닭이다.

트럼프 정부는 북핵 ‘위협’을 한껏 부풀리며 선제공격설을 흘리는 등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크게 높였다. 그리고 이 긴장을 틈타 사드 배치를 밀어붙일 수 있었다. 항공모함 칼빈슨 호의 한반도 해역 진입과 사드 장비의 성주 반입이 맞물린 건 우연의 일치가 아닌 게 분명하다.

심지어 트럼프는 27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사드가 배치됐으니 한국 정부가 10억 달러(약 1조 1천3백억 원)를 내놓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제 대놓고 비용 부담을 떠안으라는 것이다.

북핵 ‘위협’을 이용해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관철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정부는 오바마 정부와 본질적으로 같은 노선을 추구하는 셈이다. 트럼프가 내놓은 새 대북정책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는 그가 전임 정부의 실패한 정책(“전략적 인내”)이라고 부른 것과 대동소이한 것이다.

문&안

한국 지배계급의 친미 노선 때문에 미국의 사드 ‘알박기’가 가능했다. 지배자들은 한미동맹으로 ‘안보적 이익’을 확보하고 국격을 상승시키려 한다.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사드 배치를 밀어붙인 황교안 (과도)정부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문재인, 안철수 등 주류 야당 후보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드 성주 배치 전에 안철수는 이미 배치를 찬성한다고 했고, 국민의당은 안철수를 따라 배치 반대에서 찬성으로 당론을 뒤집었다. 국민의당 박지원은 지난해 여름 성주에 내려가 으스대며 ‘사드 배치를 반드시 막겠다’고 거짓 약속을 했다.

문재인도 “북한이 계속 핵 도발을 하고 핵을 고도화한다면 사드 배치가 강행될 수 있다”고 암시하는 등 성주 주민들을 배신했다. 박근혜 퇴진 운동 덕분에 대선 1위 후보가 됐는데도 말이다. 문재인과 안철수의 이런 배신 행보가 한·미 당국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 줬다.

성주 골프장에 사드가 배치돼 곧 운용이 시작될 테지만, 그것으로 상황이 모두 끝난 건 아니다. 미국의 MD 구축 노력은 계속될 것이고, 앞으로도 미국이 한국 새 정부에 많은 요구를 쏟아낼 게 분명하다. 반제국주의자들은 미국의 구상을 저지하고 사드를 철수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

차기 정부가 곧 이 문제에 직면하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그들은 ‘이미 들어온 마당에 즉시 되돌리기는 어렵다’며 합리화할 것이다. 사드가 들어와 가동되는 와중에 ‘국회 논의’나 ‘공론화’ 등 이 핑계 저 핑계를 내세워 시간을 끌려 할 것이다.

그러나 마을을 지키겠다고 보행기에 의지해 시위에 참가하는 소성리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려야 한다. 지역 주민들의 끈질긴 저항은 박근혜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고, 사드 배치 문제가 대선 최대 쟁점의 하나로 부각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실현하려면, 반제국주의 운동가들은 “함께 성주로 달려가”는 데 우선순위를 부여하기보다는 중앙 정부의 친제국주의 정책에 도전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 그러려면 수도 서울을 비롯한 주요 대도시에서 노동계급이 동참하는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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