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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 군인 색출·처벌 중단하라

박근혜 탄핵으로 심기가 뒤틀린 기독교 우익의 반동적 시도를 저지해야 한다

대선 토론회에서 홍준표는 “군대 내 동성애는 군대 기강을 약화시킨다”는 등 전형적인 기독교 우파의 동성애 혐오 레퍼토리를 들고 나왔다. 이에 동조하다가 항의를 받고 ‘해명’한 문재인도 “군 내 동성애 반대”를 다시금 밝혔다.

대선 후보들의 이런 발언은 실제로 동성애자 군인이 단지 성적지향을 이유로 구속돼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더욱 문제가 있다.

군인권센터는 얼마 전 육군참모총장 장준규의 지시로 육군 내에서 동성애자 색출이 벌어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올해 초 두 군인이 성관계를 하는 동영상이 SNS에 게시된 사건을 수사하는 것을 계기로 육군 중앙수사단은 동성애자 군인들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동성과 합의로 성관계를 가졌던 대위가 전역을 채 한 달도 안 남기고 구속됐다. 지금까지 약 30건 정도가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파장이 커지자 육군은 육군참모총장 장준규가 수사를 지시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이미 3월 말부터 육군 법무실 고등검찰부가 일선 부대에 ‘군형법상 추행죄 처리 기준 검토’라는 문서를 하달했다. 그 문서는 ‘추행죄’(군형법 92조의6)가 적용된 사건들에 “기소 원칙”을 지키고 “죄질 불량의 경우 구속 고려”하라는 가이드라인 격 문서였다. 군인권센터는 육군참모총장의 승인 없이 고등검찰부의 단독 판단으로 이런 지침이 내려오긴 어렵다고 한다.

군이 이번처럼 적극 나서서 동성애자 군인 색출과 처벌 시도를 추진한 것은 이례적이다. 2004년 초부터 2007년 말까지 약 4년간 군형법 92조6이 적용된 사례를 살펴보면, “비강제에 의한 동성애 행위”가 문제가 된 것은 네 건이었고, 모두 기소유예나 선고유예로 종결됐다.(‘군대 내 동성애 행위 처벌에 대하여’, 《공익과 인권》)

그런데 이번에 분위기가 상당히 다른 데에는 기독교 우익이자 장로인 육군참모총장 장준규의 성향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장준규는 한국기독군인연합회 회장이기도 하다. 한국기독군인연합회는 군사독재 정권의 실세들이 초기에 회장을 역임한 보수적 기독교 단체다. 박근혜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의 중심에 있는 박흥렬 전 경호실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도 이 단체의 회장을 역임했다.

장준규는 우익적이고 부패한 지배계급의 일원이다. 2015년에는 성폭행 피해를 당한 여군 부사관에 대해, ‘여군들도 싫으면 명확하게 의사 표시를 하지 왜 안 하냐’는 망언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질타를 받았다. 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져 나오던 지난해 12월에는 우병우가 장준규에게 군 장성 승진 인사를 청탁했다는 의혹이 폭로되기도 했다(더민주당 박범계 의원).

하지만 장준규 개인의 성향만이 아니라, 기독교 우익들이 그동안 동성애 혐오를 부추기며 각별히 군대 내 동성애를 물고 늘어져 왔던 것도 현 사태에 영향을 미친 듯하다.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이 한창이던 2016년 12월에 일부 군 출신 기독교 우익이 주축이 돼 ‘바른군인권연구소’를 설립했다. 여기엔 육군군사법원 법원장,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역임한 자들도 포진해 있다. 게다가 이들은 4월 초, 인천지법 판사가 군형법 92조6에 대한 위헌 심판을 다시 재청해 한껏 예민해진 상태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탄핵 반대 태극기 시위 부대의 핵심 세력 중 하나가 기독교 우익이었는데, 최근 이들이 박근혜 탄핵으로 심기가 뒤틀린 것도 반동적 시도의 동기가 된 듯하다.

성소수자 차별 반대 운동은 동성애자 혐오 주장의 수준을 넘어, 군대 내의 일이지만 적극적인 색출과 구속까지 벌어진 이번 시도를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이런 시도가 더 발전하지 않도록 저지해야 한다.

육군은 동성애자 군인 색출을 중단하고 구속자를 즉각 석방해야 한다. 또한 동성애 차별하는 군형법 92조의6은 하루빨리 폐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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