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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해결하고 안전을 위한 규제 강화하라:
주요 대선 후보들의 세월호 관련 공약 비교

2017년 4월 16일 안산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3년 기억식'에 참가한 대선 후보들과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위원장(가운데) ⓒ조승진

세월호 운동은 박근혜 퇴진 운동의 토양이었다. 박근혜 세력의 사악함에 수많은 사람들은 치를 떨었다. 박근혜가 쫓겨나자 세월호가 올라온 것은 진실 은폐의 주범이 누구였는지 확인시켰다.

퇴진 운동의 성공이 세월호 운동에도 기운을 줬다. 4월 15일과 16일 서울과 안산 등 전국에서 열린 기억식에 수만여 명이 참석했다. 홍준표를 제외한 주요 대선 후보들이 안산에서 열린 3년 기억식에 참석했다. 문재인, 심상정, 안철수 모두 진상 규명을 약속했고, 김초원, 이지혜 기간제 교사들의 순직을 인정하겠다고 했다. 심상정 후보는 “책임자들에게 응분의 대가를 반드시 치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3년 동안 고통을 무릅쓰고 묵묵히 싸워 온 유가족들과 이들을 지지하면서 함께 싸워 온 이들이 만들어 온 결과다.

퇴진 운동의 결과로 원래 일정보다 아홉 달이나 당겨져서 출범할 차기 정부는 세월호 운동의 요구를 가장 먼저 마주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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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주요 공약들(정책공약집 등 기준)

정리 : 김지윤, 신명희, 이영일, 이재환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2기 특조위
선체 보존
비정규직 교사 순직 인정
세월호 세월호/가습기 진상 규명 및 배상 관련 국민적 합의 도출 이행 없음 안전사회전환특별법 제정
안전 업무 노동자 관련
  •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 적용확대·의무가입
  • 유해·위험작업 사내하도급 금지
  • 생명·안전 관련 업무 정규직 고용원칙 확립
  • 유해·위험 작업 도급 제한
  • 산재 병원신고제
  • 위험 업무 정규직화
  • 산재보험 적용대상 확대
소방공무원 충원과 처우 개선
  • 소방관 확충
  • 일반 공무원 수준에 맞춰 근속 승진 기간 단축
  • 소방관·소방 재정 확충
  • 소방공무원 2만 명 증원
  • 국가직 전환/처우 개선
  • 장비 지원 강화
안전 관련 기업 규제
  • 중대사고 기업처벌법 제정
  • 물질안전보건자료공개심의위원회
  • 화학물질 충분한 정보 확보
  • 위해 물질 제품 생산 기업의 영업 비밀 제한
  • 가해 기업 징벌적 손해 강화
  • 안전 업무 외주화 중단
  • 기업살인법 제정
  • 화학물질정보 지역 공개 의무화
기타 안전
  • 지역별 공공의료기관 확충
  • 감염병 전문병원 확충
  • 권역별 감염병 전문 병원 설치
  • 지역·중소병원 지원육성법
  • 지역원자력규제위원회 설립
  • 지역거점 지방의료원 확충

이미 지난해 누더기 특별법과 정부의 방해로 손발 묶인 특조위를 경험한 만큼, 제대로 된 기구를 구성하라는 요구가 더 거셀 것이다.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세 후보 모두 2기 특조위를 설립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그 실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릴 것이다. 그런데 자세한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어서 실제로는 2기 특조위 구성 과정부터 특조위의 권한 등을 놓고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은 특조위에 “사실상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한다는 입장이다. 박주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별법을 바탕으로 하겠다는 것인데, 이 법안에 따르면 특조위는 특검 추천권한을 갖게 된다.

그러나 2014년 유가족들이 원래 요구한 특별법은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명하게 포함한 것이었다. 구성도 피해자 가족들의 요구 중심으로 하게 돼 있었다. 이 요구는 대한변협 소속 변호사들이 제안해 6백만 명이 서명했다. 당시에도 민주당(당시 당명은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소권 보장 요구를 거부했다.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세 번이나 새누리당과 야합해 유가족들의 뒤통수를 쳤다.

세월호 참사 당시 새정치연합은 안철수가 공동대표, 박영선이 원내대표였다. 7월 재보선 패배 후 안철수가 사퇴한 뒤에는 박영선이 비대위원장, 문재인이 비대위원을 했다. 누구도 책임을 피하기 힘든 것이다.

수사권, 기소권

그러나 민주당은 현실에서 가능한 걸 쟁취해야 한다며 자신들 임의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뺀 특별법 제정 협상을 했고, 끝내 그렇게 합의했다. 민주당은 특별조사위원회 출범이 더 늦어지면 진상 조사가 어려워진다며 누더기 합의를 정당화했지만, 박근혜는 그 법의 불철저함과 허점을 이용해 시행령으로 한층 더 그 법을 약화시켜 버렸다.

결국 특조위가 없는 권한으로 애를 쓰긴 했으나, 바라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민주당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고, 진지한 사과조차 없었다.

더 한심한 일은 그 뒤다. 세월호 민심 등이 배경이 돼 2016년 4월 총선에서 박근혜가 참패하고 세월호 참사 당시 제1야당이던 두 당이 절반을 넘었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세월호 특조위는 바로 그 여소야대 상황에서 손도 못 써보고 해산됐다.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독립기구를 보장하는 특별법 통과를 요구하면서 단식 농성을 할 때, 문재인은 동조 단식을 하기도 했다. 박영선의 첫 야합 시도에 비판이 거세자 문재인은 유가족들의 동의가 중요하다면서 이를 비판했지만 결국 박영선이 최종 야합 안을 갖고 왔을 때 이를 수용했다. 자신이 “유족들을 설득하겠다”며 후퇴한 것이다.

민주당은 특조위의 특검 요청 권한을 대단한 것인 양 포장했지만 결국 특조위 활동 기간 내내 한번도 특검은 실시돼지 않았다. 특조위가 보도 통제의 주범 이정현과 김시곤을 고발했지만, 검찰 수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조위가 연 청문회에 정부 요직들은 대거 불참하거나 ‘모르겠다’, ‘기억이 잘 안 난다’는 식의 말 맞추기로 일관했다.

민주당은 그해 12월에 새누리당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거나, 친박 활동을 해 온 자들을 특조위원으로 추천했을 때 얼렁뚱땅 국회에서 통과시켜 준 책임도 있다. 문재인은 2015년 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당 대표였는데 이 시기 특조위가 정부의 온갖 방해에 시달렸지만 민주당은 목소리만 높이다가 슬그머니 그만두기를 반복했다.

문재인의 공약인 ‘세월호와 가습기 진상규명 및 배상문제 관련 국민적 합의 도출 이행’이라는 문구도 모호하다. 합의 도출이라니? 국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참사들인데 말이다. 사드 배치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내세운 것과 겹쳐 보인다. 즉, 합의라는 명목으로 해결을 질질 끌고 피해 당사자들의 요구를 삭감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안철수는 특조위의 조사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자고 주장한다. 여전히 수사권과 기소권은 없는 것이다. 주요 공약에서 세월호에 대한 직접적 언급도 없다.

지난해 4월 총선 직후 국민의당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가장 먼저 입밖에 꺼냈지만 안철수는 “민생이 우선”이라고 했다. 여소야대가 됐지만 결국 세월호 특별법 개정은 국회에서 다뤄지지도 못한 채 특조위는 문을 닫았다. 안철수는 최근 3년 기억식에서 방명록을 남기며 날짜를 몇 번이나 물어 빈축을 사기도 했다. TV토론에서 세월호 배지를 달지 않는 이유가 “대통령 후보라서”라고 캠프 관계자가 답변(〈한겨레〉)한 것도 오른쪽을 붙잡으려는 안철수의 전략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나마 내놓은 약속들에서 진정성을 보기 힘든 이유다.

안전 사회 건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10대 주요 공약에 세월호 진상 규명 등 안전사회로의 전환 등을 내걸었다. 2기 세월호 특조위 구성과 안전사회전환특별법을 제정할 것이라 했다. 참사가 일어난 2014년 7월 재보선에서 정의당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야합하자 “무늬만 특별법을 폐지하라” 요구하면서 단식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심상정 후보는 피해자 가족들과 관련 단체들의 요구에 따라 법안을 만들어 제출하겠다고 하는데 지난 16일 안산 기억식에서는 ‘수사권이 부여된 특조위와 필요시 특검’을 약속했다.

한편, 세 사람 모두 선관위에 등록한 10대 공약에서 “재난”에 대한 정부 대응 강화 관련 공약을 포함했다. 소방청과 해경에 대한 인력 충원도 주요 공약 중 하나다. 인력 충원에 더해 처우 개선도 이뤄져야 하는데, 예산을 크게 늘려 소방직의 국가직 전환과 처우 개선, 장비 지원 강화 등을 분명히 한 것은 심상정 후보뿐이다. 특히 심 후보는 안전 업무의 외주화 중단과 위험 업무 정규직화도 말하고 있다. 그는 2015년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공동발의하기도 했다.

‘세월호 이후는 달라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는 어떨까? 민영화와 규제 완화는 세월호 참사의 배경이었다. 그러나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규제를 물에 빠뜨려 살릴 것만 살려야 한다는 끔찍한 말을 내뱉었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을 통과시키려 혈안이 돼 있었다. 사실 이 두 법안은 “쌍둥이” 법안으로 대기업들이 박근혜에게 요청한 숙원 사업들이다.

그런데 문재인과 안철수는 모두 규제 완화와 민영화 반대에 불철저하다. 2015년에 문재인은 민영화를 확대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놓고 박근혜를 만나 보건 의료 부분만 빼고 통과시키자는 통 큰 양보를 약속하기도 했다.

최근 안철수는 규제프리존을 적극 찬성한다고 밝혔는데, 문재인도 박근혜식 법안이 문제라는 태도여서 완전 폐기를 주장하는 심상정 후보와는 확연히 다르다. 심 후보는 ‘규제프리존은 이 나라 전체를 세월호로 만드는 법’이라고 주장한다.

세월호 참사는 이윤이 생명보다 우선한 체제와 그 체제를 수호하는 국가의 끔찍함을 보여 줬다. 따라서 이런 우선순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 줄푸세 공약을 만든 김광두를 영입하고 홍석현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문재인이나 “반기업 정서는 실체가 없다. 기업이 무슨 죄가 있냐?”는 기업주 안철수가 결코 이윤 우선 시스템을 손보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 자신이 기업주들에게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래로부터의 대중 운동의 힘으로 차기 정부를 강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