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메이데이를 하루 앞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2017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가 열리고 있다.

세계 노동절 하루 전인 지난 4월 30일 보신각에서 ‘이주노동자 임금 삭감하는 숙식비 강제징수 지침 철회! 이주노동자 노동3권 쟁취! 이주노동자 2017 노동절 집회’가 열렸다. 집회는 민주노총, 이주공동행동, 경기이주공대위, 이주노조가 공동주최했다. 3백 명가량이 참가했다.

이날 집회에는 근래 이주노동자 집회들보다 다양한 단체들이 참가해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냈다. 또 집회 참가자들, 특히 이주노동자들은 문화공연 때마다 무대 앞으로 나와 함께 춤을 추며 즐겁고 활기차게 세계 노동절을 기념했다.

이주노조 섹 알 마문 수석부위원장은 갈수록 이주노동자 차별과 통제를 강화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절에 쉴 수 없어 하루 앞서 일요일에 집회를 하고 있다. 우리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땅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한 사례다.

“우리는 한국 경제의 가장 밑바닥에서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퇴직금 출국 후 지급, 기숙사비 강제 징수 등 우리에 대한 법과 제도는 점점 나빠지고 있다. 우리를 노동자가 아니라 기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의 말처럼 정부는 이주노동자 임금을 삭감하는 숙식비 강제 징수 지침, 체류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에 불과한 계절 이주노동자 제도 등 이주노동자들을 더욱 쥐어짜는 정책들을 늘려가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필요해 들여오면서도 저임금의 유연한 노동력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다. 내국인 일자리와 저임금을 위협한다는 거짓 명분으로 올해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도 강화했다. 이 때문에 단속 과정에서 부상하는 이주노동자가 속출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동자는 정부의 이런 정책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폭로했다.

“사장에게 왜 야간수당을 주지 않느냐고 따졌더니 화장실에 가는 것, 물 마신 것 다 돈을 받아야 하는데 [주지 않은] 야간수당으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사장이 나를 욕하고 때려 경찰을 불렀으나 경찰은 오히려 사장 말만 듣고 나에게 일을 열심히 하라고 말하고 가버렸다. 고용센터에 신고해도 아무 조처를 취해 주지 않았다.”

사장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올 수 있는 배경에는 고용허가제가 있다. 고용허가제는 사업장 이동을 금지하고 한국 체류자격이 고용주의 고용 여부에 달려 있어 이주노동자를 고용주에게 종속시킨다. 네팔 이주노동자 오자 씨는 이런 고용허가제의 문제를 지적하며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노예처럼 살기 위해, 성폭행을 당하기 위해, 자살하기 위해, 부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 고된 노동을 당하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은 아니다. 우리도 한국인처럼 귀한 자식들이다.

“우리가 자유롭게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이것 때문에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비자를 잃었고 또 사업장 변경의 대가로 [고용주에게] 5백만 원을 내는 경우도 있다.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노동허가제 실시하지 않으면 계속 우리는 노예처럼 살 수밖에 없다. 투쟁해야만 노동허가제를 실시할 수 있다.”

‘2017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에서 ‘대만 국제노동자협회(TIWA)’ 활동가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대만에서 이주노동자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대만 국제노동자협회(TIWA)’ 활동가들도 참가했고, 챙슈렌 비서장이 연단에 올라 국제연대와 단결을 호소했다.

“오늘 한국의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할 수 있어서 반갑다. 지금 이 시간 대만에서도 이주노동자 노동절 집회가 열리고 있다. 고용허가제 철폐, 숙식비 강제 징수 지침 철폐 등은 대만 이주노동자들의 요구와 똑같다. 어느 나라의 고용주든 서로의 수법을 배워 노동자를 착취하고, 어느 나라의 노동자든 똑같은 처지에 있다. 이주노동자와 본국의 노동자가 단결해서 투쟁해야 한다.”

최종진 민주노총위원장 직무대행도 “노동자들은 하나이고 단결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이주,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모든 차별에 맞서 싸우겠다”며 “노동절 정신을 계승해 더욱 힘찬 단결로 전진하자”고 호소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서울고용노동청과 을지로입구역을 거쳐 다시 보신각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벌였다.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은 이주노동자를 옥죄는 정부 정책을 폭로하는 유인물을 받아 유심히 읽었다. 박근혜 퇴진 촛불운동을 겪으며 거리에서 벌어지는 투쟁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 느껴졌다.

경제 위기와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의 경쟁이 점차 심화하는 상황 때문에 차기 정부에서도 이주노동자를 속죄양 삼고 통제를 강화하는 정책들이 계속될 것이다. 노동계급을 분열시켜 저항을 약화시키려는 이런 시도에 맞서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들이 단결과 연대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이 ‘나쁜 사장’, ‘고용허가제’, ‘숙식비 강제 징수 지침’, ‘단속 추방’이 적힌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2017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를 마친 이주노동자들이 가두 행진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