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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무자비한 이윤 몰이가 31명의 사상자를 냈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5월 1일, 삼성중공업에서 6명이 죽고 25명이 부상하는 끔찍한 중대재해가 벌어졌다. 부상자들 중 2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한다.

사고는 선박 제조에 사용되는 대형 기중기 두 개(골리앗크레인과 지브크레인)가 충돌하면서 벌어졌다. 이 충돌로 지브크레인의 철골 구조물이 쓰러져 노동자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던 흡연실을 덮쳤다.

사측은 즉각 신호수와 운전자의 부주의가 사고의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경찰도 이런 방향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사고 당한 노동자들이 정해진 시간보다 빨리 작업 공간에서 나와 쉬다가 변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아마 사측이 흘린 말이었을 텐데,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파렴치한 짓이다. 언론은 화장실·휴게실 부족으로 쉬는 시간마다 작업자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몰린다는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다.

진정한 사고 원인은 사측의 이윤 몰이에 있다. 조선업 위기 속에서 삼성중공업은 구조조정으로 인력 감축, 비용 절감에 매달리면서 노동자들을 위험으로 내몰아 왔다.

이번 사고 현장에는 5월까지 일을 끝내야 하는 해양플랜트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공사 지연으로 손해가 커질 것을 걱정한 사측은,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공사에 투입했고 쉬는 날도 없이 일을 시켰다. 참사가 일어난 5월 1일도 노동절 휴일이었지만 사내하청 노동자 1만 3천 명이 일했다.

공기 단축이 우선시되면서 안전은 무시되기 일쑤였다. 골리앗크레인이 지나가면 멈춰야 할 지브크레인은 멈추지 않았고, 쉬는 시간 10분 전에는 멈춰야 할 크레인들이 모두 쉼 없이 움직였다. 작업 속도를 올리기 위해 안전 장치들을 풀어 놓았거나 아예 안전 장치들을 설치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외주화가 확대되면서, 각각의 크레인을 움직인 조종수와 신호수들은 서로 다른 업체에 소속돼 긴밀하게 소통하기도 어려운 구조였다. 골리앗크레인은 원청의 정규직이 몰았고, 지브크레인은 하청업체의 비정규직이 몰았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말처럼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지난 3월에도 크레인 충돌 사고가 있었지만 제대로 된 안전 조처는 취해지지 않았다.

원가 절감

조선소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계열사에서만 13명이 숨졌다. 특히 이번 경우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변변찮은 안전 장비나 점검도 없이 위험한 작업에 내몰리고 있다. 고용불안 때문에 작업 속도를 높이라는 사측의 압력에도 더 취약하다. 해고·블랙리스트 위협 때문에 일하다 다쳐도 산재 처리는 엄두도 못 낸다. 2014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의 조사에 따르면, 산재 처리율은 단 3.7퍼센트에 그쳤다.

앞서 봤듯이, 조선업 구조조정은 이런 위험을 부채질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에만 2백75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는데, 사측은 “원가 절감”의 효과라고 말했다. 더 싼 값에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부리고 안전 투자를 삭감하는 등의 일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정부도 규제 완화로 위험을 부추긴 당사자다.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며 구조조정 드라이브에 시동을 건 것은 박근혜 정부였다. 국토교통부는 2007년에 규제를 완화해 공공기관이 하던 타워크레인 정기검사를 민간업체들에 넘겨 버렸다. 이후 크레인 사고는 더 늘어났다.

이번에도 정부는 안전 점검이 끝나기도 전에 부분적으로 작업 중지를 풀어 줬다. 수십 명의 생명과 건강을 앗아간 사고 속에서도 사측의 돈벌이를 보장하는 데 급급했던 것이다.

이번 참사에 분노한 경남·거제·울산·부산의 노동조합과 진보·좌파 단체 들이 모여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준)’을 만들었다. 이들은 철저한 진상조사, 책임자 구속과 처벌, 유족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끔찍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이윤보다 생명과 안전이 우선할 수 있도록 투쟁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