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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 이후:
마크롱에 맞선 계급투쟁이 중요하다

5월 7일 치러진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나치 국민전선(FN)의 후보 마린 르펜이 낙선한 것을 보며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안도했다.

나치 르펜을 꺾고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한 에마뉘엘 마크롱.

국민전선은, 제2차세계대전 당시에 나치가 세운 비시 정권에 부역하고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전후 결집해서 결성한 정당이다. 그들은 노동단체들을 모조리 파괴하고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폐지해서 파시스트 정권 수립을 목표로 한다.

2011년까지 당을 이끈 장마리 르펜은 국민전선의 나치즘 원칙을 강조해 핵심 지지층을 다지려 했다. 예컨대 그는 정치적 기회가 될 때마다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를 우호적으로 언급했다. 당권을 물려받은 그의 딸 마린 르펜도 비슷한 정치적 계산으로 지난달, “비시 정부 시절 유대인을 체포해 강제수용소로 넘긴 것은 프랑스가 사과할 일이 아니다” 하고 말해 논쟁을 일으켰다.

나치 국민전선에 대한 경계심을 늦춰선 안 된다

따라서 이런 정당의 후보가 낙선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대선 결선에서 1천64만 표나 받은 것은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15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갑절로 늘어난 수치다.

국민전선 같은 파시스트 정당에 선거는 두 가지 목적을 지니는 수단이다. 첫째,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합법 정당’인 척함으로써 자신들에 대한 대중의 경계심을 늦추는 것이다. 둘째, “우리의 형상으로 탈바꿈할 지지자들”을 획득하는 것이다. 국민전선은 이런 ‘탈바꿈’을 위해 자체적인 집회나, 은밀하거나 느슨하게 연계를 맺은 폭력 단체 등을 활용한다.

마린 르펜의 국민전선은 변함없는 파시스트 정당이다.

이런 전략에 따라 국민전선은 1972년 창당한 이래 나치 본색을 숨기고서 선거를 통해 기성 정치에 스며들려고 애써 왔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 때문에 마린 르펜은 낙선했음에도 자신만만하다.

국민전선이 중앙 정치 무대에서 더 많이 활개칠수록 인종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유관단체들이 활동하기도 더 수월해진다. 지금도 국민전선은 난민, 이주민 등을 공격하는 인종차별적 폭력 조직들과 연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얻은 표를 바탕으로 기층 파시스트 조직의 뿌리를 더 넓히려 할 것이다.

국민전선은 선거 시기뿐 아니라 일상적으로도 대중 집회를 열고 유관 단체들을 이용하는 수법으로 파시스트 운동을 건설하려고 한다. 따라서 국민전선을 막으려면 단지 선거 시기뿐 아니라 일상적으로도 그들의 집회에 맞불을 놓고 유관 단체들의 활동을 견제하는 일이 중요하다.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는 히틀러와 나치당의 파시즘 운동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그는 혁명적 노동자 조직이 개혁주의적 노동자 조직과 함께 파시즘에 맞서 공동 행동을 하는 것을 강조했다. 르펜에 반대해 투표하거나 기권한 수많은 사람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지금 프랑스에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반파시즘 공동전선이다.

공격을 예고하는 당선자 마크롱

르펜을 제치고 당선한 에마뉘엘 마크롱은 대선 기간에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예고한 바 있다. 그는 로스차일드 투자은행의 기업 인수·합병 전문가 출신으로 지금의 사회당 정권에서 경제부 장관으로 발탁돼 친기업 정책을 추진하다 대선 출마를 위해 지난해 탈당한 인물이다.

마크롱은 공공부문 일자리 12만 개를 줄이고, 6백억 유로(75조)의 긴축을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공화국 수립 이래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현재의 대통령 올랑드가 추진한 긴축이 4백억 유로 규모였는데, 그보다도 더한 긴축을 내걸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이 강요하는 재정 ’건전성’을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마크롱은 또한 노동시간 규제를 완화해서 노동조건을 개악하겠다고 공약했다. 지난해 올랑드는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노동시간을 늘리는 노동법 개악을 추진하려고 대통령의 비상 권한으로 의회 표결까지 건너뛰도록 한 바 있는데, 마크롱은 자신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다.

르펜을 끔찍히 싫어하는 평범한 유권자들이 결선 투표장에 갈 마음이 흔쾌히 생기지 않았던 이유다. 반면 그동안 친기업적 정책을 강요해 온 주류 사회민주주의 정치인들은 마크롱을 지지하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마크롱은 또한 ‘이슬람주의 테러’를 막기 위해 경찰 병력을 1만 명가량 늘리고,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를 격퇴하기 위해 미국에 협력하겠다고 했다. 이런 조처는 이미 극심한 프랑스의 인종차별·무슬림혐오를 한층 더 악화시킬 것이다.

계급투쟁만이 파시즘을 박살낼 수 있다

지난해 노동개악에 반대해 투쟁하는 프랑스 노동자들.

이런 마크롱에 맞서 계급투쟁을 강력하게 벌일 태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파시스트의 성장을 억제하는 데도 중요하다. 파시스트들은 그동안 주류 정당들이 노동자들을 공격해 온 것과, 이에 대한 분노를 엉뚱한 데로 돌리려고 인종차별적 정책을 펼쳐 온 것을 이용해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역사는, 기본적으로 계급투쟁이야말로 국민전선을 약화시킬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1995년 말, 알랭 쥐페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공공부문 공격에 맞선 대규모 파업과 뒤이은 노동자·실업자·이주민·학생 들의 투쟁은 이전까지의 우울한 정치적 분위기를 일순간에 바꿨다. 그 결과 보수 정당들이 모두 약화됐고, 특히 국민전선은 내분 때문에 분당 사태에 이르렀다. (이후 몇 년간 장마리 르펜은 전국을 돌며 당을 재건하느라 애써야 했다.)

한편, 주류 언론은 마크롱의 “압승”을 운운하지만 마크롱의 지지는 전혀 탄탄하지 않다.

마크롱에게 투표한 사람들은 세 명 중 두 명 꼴로 오로지 르펜을 막기 위해서 그랬다고 답했다. 이번 결선 투표율은 75퍼센트를 밑돌았는데, 1969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심지어 투표한 사람들 중에서도 무효 표를 던진 비율이 11퍼센트에 달했다. 이는 1차 투표 때의 네 곱절에 달하는 수준이다.

의회 내 기반이 약한 마크롱은 자신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을 끌어모아야 하는 처지여서 온갖 모순과 압력에 빠르게 직면할 것이다.(불과 한 달 뒤에 총선이다.) 지금 그는 ‘아웃사이더’임을 내세우고 모호한 정책 뒤에 숨고 있지만, 그의 시장주의 정책들이 점차 가시화하면 환멸도 커질 것이다.

그러면 취약한 지지를 만회하려고 인종차별적 정책을 무기로 사용할 공산도 크다. 전임 대통령인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보수 진영의 니콜라 사르코지와 자크 시라크가 모두 그랬었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새로 생긴 일자리의 85퍼센트는 비정규직이었고, 대부분은 고용기간이 한 달이 채 안 된다. 24세 이하 청년들의 실업률은 23퍼센트에 육박한다. 전체 실업률 10퍼센트보다도 한참 높은 수준이다. 그리고 바로 이 24세 이하 청년들이 1차 투표에서 멜랑숑에게 가장 많이 투표했고 그다음으로 르펜에게 투표했다.

프랑스의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멜랑숑에 대한 지지를 계급투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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