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크라이’라는 이름의 해킹 때문에 전 세계가 난리다. 국내에서도 주요 영화사가 해킹 당했다는 소식이 들려 온다. 영국에서는 환자 정보가 손상되거나 혈액보관 냉장고 관리 시스템이 해킹 당해 한시가 급한 환자들의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다. 돈을 노리고 이처럼 무차별적 해킹 공격을 가하다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번 해킹 사태는 단지 돈을 바란 해커 집단 때문에 생겨난 일이 아니다. 거대 기업과 제국주의 국가 기관이 연루된 사건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체제의 우선순위가 낳은 혼란이다.

이번 사태의 씨앗을 뿌린 것은 미국 국가안보국(NSA)다. NSA가 준비해 뒀던 해킹 툴이 NSA 밖으로 유출되면서 촉발된 것이다. NSA는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의 전세계 도감청 시도를 폭로했을 때 그 중심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조직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의 배후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자본주의 체제가 있다.

NSA는 일찍이 윈도 운영체제에 보안상 결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런 결함을 고치도록 조처하기는커녕 되레 꼭꼭 숨기면서 무기화했다. 윈도를 사용하는 외국 기관들을 상대로 해킹 공격을 준비한 것이고, 이를 위해 평범한 사람들도 함께 위험에 빠져도 상관치 않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에드워드 스노든은 “NSA가 자신의 해킹툴이 유출된 이후가 아니라 진즉 조처를 취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태였다”고 일갈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3년 전 윈도XP 지원을 중단한 것도 이번 사태를 키우는 데 큰 몫을 했다. 세계적으로 윈도XP가 여전히 많이 쓰이는 상황에서 이렇게 일방적으로 지원을 중단하면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빗발쳤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컴퓨터를 안전하게 쓰고 싶으면 신제품을 구입하라는 따위의 말만 되풀이했다.

심지어, 지난 4월 14일 NSA 해킹 툴이 인터넷에 유출된 후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돈 되는 제품들’(윈도7 이상)만을 대상으로, 또는 별도로 비용을 지불하는 윈도XP 사용자 등에게만 업데이트를 제공했다. 결국 한 달 동안 해킹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윈도XP 등 오래된 운영체제가 그 중심에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금요일에야 업데이트를 무상으로 공개했다.

한편 각국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주요 기관들이 낡은 시스템을 계속 쓰도록 한 것도 문제를 키웠다.

영국에서는 국민보건서비스(NHS)에 속한 기관 수십 곳이 해킹 당했는데, 정부의 긴축재정 조처 때문에 낡은 윈도XP를 사용하고 있던 것이 원인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원 중단을 선언한 이듬해인 2015년, 보수당 정부는 관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필요한 예산(80억 원) 책정을 거부했다.

지난해 11월 영국 정부는 NHS를 지목하며 수많은 민감한 자료가 위험해 빠질 수 있다고 스스로 말했지만 이번 사태가 터질 때까지 손놓고 있었다. 영국 정부는 핵무기 ‘업데이트’에는 58조 원이나 쏟아 붓고 있다!

이렇듯 이번 해킹 사태는 이 체제의 지배자들이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과 안정된 삶보다 이윤 추구, 제국주의적 경쟁에만 혈안이 돼서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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