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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보장해 줄테니 임금 44퍼센트 삭감하라고?:
서울대 비학생 조교 파업 지지한다

5월 15일 민주노총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소속 비학생 조교 1백30여 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비학생 조교는 석·박사 과정 재학생이 아니면서도 조교를 하는 노동자들이다. 이 노동자들은 정규 직원과 차이 없이 수년간 학교에서 행정 업무를 해 왔다. 그런데 서울대학교 당국은 2년 이상 상시 고용하는 업무는 정규직화 하도록 돼 있는 기간제법도 어기고 이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써 왔다.

파업을 하고 학내를 행진하고 있는 서울대 비학생 조교 노동자들 ⓒ사진 출처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페이스북

노동자들이 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투쟁하자 지난해 12월에 학교 당국은 모두에게 정년을 보장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학교 당국은 고용 안정을 보장해 주는 대신 노동자에 따라 적게는 25퍼센트, 많게는 44퍼센트에 이르는 임금 삭감을 수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노동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정년 보장 대신 임금을 20~37퍼센트가량 삭감하겠다고 했지만 학교 당국은 여전히 최대 44퍼센트 삭감 안을 고집하고 있다.

게다가 학교 당국은 올해 3월 33명을 해고했다. 노동자들이 임금 삭감을 수용하지 않자, 계약 기간이 만료된 노동자들을 해고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어긴 것이다.

기간제법을 어기고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해 온 것을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학교 당국의 태도는 정말이지 후안무치하다.

학교 당국은 이 노동자들에게 정규직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정규직 초봉(법인직원 8급)의 85퍼센트를 받으라고 한다. 그러나 적어도 수년, 길게는 10년 넘게 일한 노동자들에게 신입사원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너무나 심각한 차별이다.

학교 당국은 비학생 조교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면 학내의 다른 무기계약직 노동자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다며 임금 삭감을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당국의 이 주장이야말로 비학생 조교들의 투쟁이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 개선도 이끌 수 있는 중요한 투쟁임을 보여 준다.

정당함

비정규직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 온 정규직과 같은 대우를 받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주장도 있다. 이는 비정규직을 천대하는 매우 후진적인 주장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방해하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아니라 학교 당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학교 당국에 맞서 더 나은 노동조건을 쟁취하는 것이 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데도 더 유리하다.

그런데 서울대노조 정귀환 위원장은 이런 후진적인 주장을 수용하며 학교와 비학생 조교의 협상 결과가 “(정규직) 조합원들의 사기 저하나 상대적인 박탈감”을 불러 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귀환은 서울대 학생들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위해 본부를 점거할 때 학생들을 폭력적으로 끌어내며 앞장서 탄압한 자이다. 그러더니 이제는 학교 측의 편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도 훼방을 놓고 있다.

그러나 이 투쟁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지지가 크다.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대자보가 곳곳에 붙었고, 축제 기간에 진행한 후원 부스에는 1백65만 원이 모였다.

노동자들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한 문재인에게도 “국립대 비정규 조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연대가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

악덕 기업주처럼 행동하는 서울대 당국의 태도는 시흥캠퍼스에 맞서며 대학 기업화의 문제를 제기해 온 학생들의 투쟁이 옳다는 것도 다시금 보여 준다. 학생들의 점거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힘을 합쳐 불통 성낙인 총장을 한 걸음 물러서게 만들기를 응원한다.

"더 이상의 후퇴는 없다" 파업 중인 서울대 비학생 조교들이 서울대 행정관 앞에 선전물을 붙였다 ⓒ사진 출처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페이스북